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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후니의 책가방

3설국(雪國)

by 여.울.목 2023. 10. 22.

설국
2002/01/28 1쇄
2003/10/27 6쇄
가와바타 야스나리
유숙자
㈜민음사

 

딴 나라로 표현하고 싶었나?
雪國
단순히 눈의 나라라는 의미로 알리고 싶을 줄 알았는데, 저자는 의도적으로 딴 나라다고 말하고 싶어한다.
지리적으로 일본 지방 현과 현의 접경을 국경으로 말하고 있다.
남자 주인공의 생활공간 상으로 보통의 삶과 한량스런 삶을 갈라놓고 있다.
남자의 여자들은 소설 내내 국경 너머로 발을 디디지 못한다. 철저한 국경인 셈이다.
창틀 안으로 보이는 잿빛 하늘에서 커다란 함박눈이 흐릿하게 이쪽으로 떠내려온다. 어쩐지 고요하고 비현실적인 세계였다. 시마무라는 잠이 덜 깬 허전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129쪽 - 색깔이 분명치 않고 돈 많은 도쿄 한량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책은 10여 년 전부터 책장을 지켰다.
그땐 일본의 우경화가 그리 심하지 않았을 때다. 노벨문학상까지 받았다니 뭔가 다르리라 기대하며 구매했을 것이다.
책 표지(뒷쪽)에 스웨덴 한림원/ 뉴욕타임즈/ 르 몽드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시기 우리 작가들의 소설이 더 나은 것 같다.
앞뒤 안 가리는 애국심 같은 것 때문은 아니다.
노벨상 받은 핵심은 동양적 미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점 같은데, 칭찬하는 요소마다 뛰어나다는 감은 들지 않더라.
그 시대 우리나라 이외수 소설에서 보던 섬세한 묘사 부분은 먼저 서양식 문물을 받아들여 문학적 토대를 축적한 탓일 테고, 부실한 저변에도 그 시대 우리 작가님들의 글이 절대적으로 낫다고 생각한다. 한 겨울 아랫목에서 맛나게 읽던 두꺼운 “한국단편문학집”.
저자의 훌륭한 ‘묘사’ 외에 이야기 전개는 맹탕이다.
후미 부분을 빼고는 읽는 내내 소설에 집중이 잘 안됐다.
옮긴이의 말을 보니 이해된다.
「설국」은 기승전결이 분명한 스토리 보다는 등장인물의 심리 변화와 주변의 자연 묘사에 상당 부분 치중하고 있다.
등장인물의 심리? 그 시대에 비하면 대단할지 모른다만, 여자 주인공이 정신적 이상증을 나타내는 것 같은 어색함이 더했다. 옮긴이의 말처럼 즐거움은 아니었다.
혹시나... 작가 연대기를 훑어봤다.
이 소설을 갈고 닦은 시절 내내 일제 강점기다.
저자가, 아니 주인공이?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을 무렵이다.
우리는... ㅠㅠ, 그들은 문화 자산을 쌓고 있었다.
아~
아무래도 민족적 국가적 감정이 더 앞서는 것 같다.
괜히 읽었나? ㅎ
이런저런 감정을 걸러내도, 재미도 감동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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