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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계룡산, 하늘과 이어진 봉우리 연천봉(連天峰, 742.9m)

by 여.울.목 2024. 2. 5.

2024.02.04.(일)
신원사-보광암-연천봉(742.9m)-보광암-신원사(왕복)
6.33km, 2:20, 2.7km/H


날이 풀리니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틈날 때마다 미세먼지 예보를 바라보다 지치고 만다.

무작정 배낭을 꾸려 나선다.
오랜만에 갠 하늘빛이 반갑다.
들숨에 청량한 공기를 제대로 누린다.
차를 몰고 23번 국도(차령로)를 따라 10여 분 달려 상성교차로에서 신원사로로 빠져나온다.
파란 하늘을 등에 지고 만년설인 양 무게 잡는 구름 한 덩이가 예사롭지 않다.
연천봉에서 쌀개능선을 지나 천황봉 정상까지 흰 눈썹을 길게 걸치고 있다.
웬만한 바람에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당장 차에서 내려 한 컷 담고 싶다만 운전 중이다.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도 많다.
경천저수지에 다달아서야 차를 대고 폰에 절경을 담는다.
주차장부터 조바심이 인다. 구름 근처에 가보고픈 마음 때문인 것 같다.
그런 경치와 달리 일요일 아침 산사는 때와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시끄럽다.
신원사 안까지 들어서는 차량 소음에 불교 경전 외는 소리가 사찰 경내에 가득하다.
보광암을 지나 본격 산행 시점엔 근처 굿당에서 울리는 타악기 소리까지 겹친다.
순간 여기가 어딘지 혼란스럽다.
밤잠을 좀 설친 탓에 발걸음이 무겁다. 그런 내 앞으로 트레일러너가 지나간다.
다름질은 아니어도 사뿐사뿐 오르는 모습에 자극받아 오버하고 만다.
땀방울을 훔치며 따라잡기를 포기한다.
대신 조금씩 북쪽 방향 연천봉으로 고도를 올리는 중간중간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동쪽 쌀개능선엔 여전히 구름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고, 남쪽으론 상월의 너른 황토 들녘, 서편으론 계룡과 경천 저수지가 주변 지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등운암을 지나 연천봉 목전, 아직 녹지 않은 눈에 조심스레 발걸음을 잰다.
칼바람도 잠시 봉우리 정상은 오히려 평온하다.
멍~하니 구름을 바라보다 가족 단톡방에 사진을 올리곤 하산을 준비한다.
조바심치며 오르는 내내 힐끗거렸던 마음은 어데로 가고 늦은 점심을 함께 하려는 맘으로 채워진다.
등산객은 등운암을 지날 무렵 점심시간을 절정으로 이내 뜸해진다.
이런저런 변심처럼 정상에 머물던 구름도 어느덧 사라지고 없다.
여전히 오가는 차량으로 혼란스런 신원사 경내를 걸어 나온다.
모두 차를 끌고 다니는데, 어쩐 일인지 차 없이 걷는 내가 더 품위 있어 보인다.
등짝이 땀으로 흥건하다.
땀 흘린만큼 잡념도 사라질려나?
 

Climbing_2024-02-04_연천봉.gpx
0.67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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