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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공주둘레산 - 매봉산_2009.05.30.

by 여.울.목 2014. 8. 29.

공주둘레산 - 매봉산
2009.05.30.

 

매봉산(357m)  2009.5.30.

공주산림박물관 뒷산이란다. 산행 코스는 2.2km 임도까지 제대로 걷는다면 8km가 훨씬 넘는 거리이다.

사실 청벽산을 알게 된 건, 이 매봉산 때문이다.

국토지리원의 지도를 보면 정식 명칭은 매봉재(357m) 이다. 산림박물관을 통해 이 봉우리를 오르고 싶었는데,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다보니 청벽산이 더 많이 나오는 것이다.

공주시 홈페이지에는 매봉을 매봉산으로 표기하여 공주의 주요 산 중의 하나로 꼽고 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국사봉-청벽산 코스를 더 좋아 하는 것 같다.

어찌 됐든, 처음 가보려 했던 매봉을 근 1년이 지나서야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지도를 보고, 항공사진을 보며 계속 찜해 놓았다.

357m, 나를 자만하게 만들다.

시간이 많이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자전거를 타고 갔다 오자는 생각이다.

이렇게 처음부터 잘못생각한 건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자전거를 타고 임도를 따라 정상까지 오를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둘째, 자전거 타는 걸 너무 쉽게 생각했다.

불티교까지 자전거로 근 25분이 걸렸다. 가는 길은 아직 에너지가 남아 있는 터라 시속 20km이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산림박물관 앞에서 입장료 1,000원을 아끼려 동네 길을 따라 임도가 만나는 지점까지 돌아가기 위해 오르막을 택하는 순간, 체력이 급하게 떨어졌다는 것을 느꼈다. 자전거를 끌기 시작했다.

아스팔트가 끝이 나고 비포장 오르막길을 만났다. 땀이 제대로 나온다.

어렵게 만난 비포장길은 군부대 사격장 입구를 알리는 갈림길에서 나를 세운다.

사실 처음 계획했던 임도를 따라 그냥 자전거에 올라탔다면 에너지를 많이 아꼈을 텐데 그만 2.2km 등산로를 택했다. 급경사 때문에 만든 나무 난간에 자전거를 매 묶어 놓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지만, 너무 힘이 들어 계속 쫓아오는 벌레들을 따돌릴 속도도 못 낸다. 아~ 도저히.., 능선의 한 가운데에서 우선 싸 들고 온 깁밥과 캔맥주를 단숨에 먹어치웠다.

2.2km 갔다가 다시 자전거 때문에 같은 거리를 또 돌아와?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자전거는 이제 제대로 한참을 내리막길만 만난다. 내 자전거 소리에 놀란 고라니 한 마리가 펄쩍펄쩍 잘도 뛰어 도망간다.

자전거를 타고 왔기에 여기저기 많이 기웃거렸다. 예전 청벽 강변길 입구도 가보고, 청연정에 올라 땀도 식혔다. 낮잠 한 숨 자고 갔으면 좋으련만.

오후 3시까지 아니, 2시 30분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3시에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보기로 했다. 가는 길이 왜 그리 멀기도 하고, 위험한지.

반나절을 안장 위에 있어서 그런지 이제 엉덩이가 아파 자전거 위에 앉아 있기도 힘들다.

아! 정말이지 등산이면 등산이고 자전거면 자전거지 이런 식으로 다시는 산행?을 하지 않으리.

결국 매봉을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집에 와서 지도를 펴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매봉을 나도 모르는 새 올랐던 것 같다.  국사봉을 지나 청벽산을 오를 때 지났던 한 봉우리였을 가능성이 많다.

과학고등학교 임도를 따라 오르다 만나는 등산로, 지도상으로는 내가 지나왔던 곳이 그 매봉이다.

다음번엔 과학고등학교 임도를 따라 다시 올라 확인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