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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대중교통] 공주둘레산 - 가마봉이냐 꼬침봉이냐?_2009.07.29.

by 여.울.목 2014. 8. 29.

2009.7.26.

일요일 아침이다. 웬만하면 토요일에 산행을 하는 것이 좋겠지만 항상 일이 그렇지 못하다. 날씨 때문인 것도 한 몫을 한다. 지난 주 일요일 조금 늦은 탓에 이번에는 서두른다고 했다만 어디 그게 맘대로 되는가. 이것저것 하다보니 시간이 금새 지나간다.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GS슈퍼를 지나는 순가 5번 버스가 승강장으로 들어선다. 자전거를 버린다면 충분히 탈 수 있겠지만, 그래도 10만원이 넘는 자전거다.

쓴 웃음을 지으며 처음 생각했던 산행지 말고 그냥 알려진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 계획했던 산행지는 인연이 별로 없나보다.

이런 생각은 다음차를 기다리느라 30분을 허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도 그랬지만 버스정류장에 앞 가게에 붙어 있는 시간표가 내 마음을 흔든다. 10분 정도만 기다리면 신원사가는 버스가 온다. 그걸 타고 어쩌구 저쩌구~ 시간이 되자 신원사행 버스가 왔다. 그런데 그 뒤로 21번 버스가 온다. 다른 건 안 보이고 “박정자”란 글씨가 보인다. 다른 등산객들도 다 그 차를 탄다. 그럼 나도.

10:00 하신리

차안 손님의 2/3는 등산객이다. 하신리 입구에서 승차버튼을 눌렀는데 기사님은 딴 생각을 했는지 나를 50m나 떨어진 곳에 떨어뜨린다. 차로는 금방인데 30분을 열심히 걸어서 하신리 마을에 도착했다.

10:35 능선까지

무작정 앞에 보이는 산을 향해 오른다. 가마봉? 지도를 보니 꼬침봉으로 표기되어 있다. 암튼 무작정 오른다. 마을길 막바지에 가로막혀 동네 아저씨께 등산로를 물었더니 역시 앞으로 쭉 가란다.

과수원길이다. 오르막이지만 트랙터나 경운기가 자주 다녀서 인지 얼마 동안은 길이 꽤 좋았다. 하지만 사유지를 알리는 표지와 함께 시작되는 본격적인 등산로.

가장 먼저 머리를 스치는 생각은 뱀이다. 길은 보이지만 수풀이 우거져 발길을 멈칫하게 만든다. 그나마 길 같던 길도 어느 묘지 앞에서 끊기고 희미하게 난 길은 도저히 반바지를 입고는... 포기하고 그냥 내려오는데 아까 지나쳤던 옆길이 생각났다. 그 길을 따라 또 5분 정도 가니 또 묘지터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성묘나 이장을 하기위해 내 놓은 길 같다. 또 포기하고 내려오다 보니 길이 또 보인다. 이제 제대로 찾은 모양이다.

길을 찾아 헤매느라 허비한 에너지가 상당하다. 더군다나 뱀 생각에 온 신경까지 모으다보니 더 그런 것 같다.

드디어 능선에 도착했다. 근데 이놈에 벌레들... 모기한테 2방이나 당했다. 대전교육원에서 세워 놓은 푯말이 너무나 반갑다.

10:55 가마봉

300m가 이렇게 먼가? 오르막이 대단한 편이다. 땀을 흠뻑 쏟아 내고 찾은 곳 가마봉. 지도에는 꼬침봉이라고 되어 있는데, GPS배터리가 나가 세팅을 다시 하지 않는 바람에 경위도가 정확한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남쪽 바위 위에서 우산봉-장군봉-삼불봉-관음봉으로 이어지는 절경이 펼쳐진다. 내가 서 있는 이 산맥은 그렇게 맥을 이어 상신리를 지나 이곳 하신리 마을 뒷산이 된 것이다.

꼬침봉? 아마도 대전교육연수원 뒤편에 우뚝 서 있는 이 거대한 바위 때문이 아닐까? 근데 왜 가마봉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마치 하늘에서 번개가 쳐 그 부러진 번개 날이 산 위에 꼬친 것 같다. 그래서 꼬침봉이 아닐까?

내 머리가 오늘의 목표지인 마티고개를 가리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목적지 윗산인 국사봉 이다. 웃는 모습으로 찍으려고 했는데 햇빛 때문에 자연스럽게 얼굴이 찡그려진다.

11:40 대전 교육연수원

줄기차게 내리막이다. 이 길을 거꾸로 오르는 사람들 나를 보면 좀 배 아플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이 길을 찾는 사람이 없다.

스틱을 가져간 것이 다행이다. 수풀도 헤치고 무게 중심도 분산시켜 가니 무릎이 다행이라고 하는 것 같다.

11시가 어느 정도 지났을 무렵, 또 나를 갈팡질팡하게 만든다.

상신리 쪽으로 해서 능선을 타고 마티재까지 가는게 내 목표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상신리로 가는 길은 그냥 수풀이다. 수풀길을 한 5분이나 갔나? 도저히 반팔과 반바지 차림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정말로, 이 산행코스는 처음부터 그러더니 끝까지 이러는 구나. 아듀~

그나저나 비 그친 산 속, 모기 정말 너무하다.

오늘길... 버스도 한 대 놓치고 길바닥에서 1시간 정도를 허비했다. 그러고 보니 정말 뜨거운 날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