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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대중교통] 공주둘레산 - 태화산_2009.08.15.

by 여.울.목 2014. 8. 29.

20090815

광복절, 아이와 함께 태극기를 달았다. 아들 녀석이 후두염에 걸려 힘들어 한다. 나도 오늘이 광복절이라 병원이 쉰다기에 어제 치과에 들러 세번째 사락니를 뽑았다.

희한하게도 사락니를 뽑고 나면 뽑은 쪽 편도선이 붓는다. 녀석이 나를 닮아 저리 아픈걸까?

아무튼 산행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생각 중인 내게 집사람이 무리하지 않을 정도로 다녀오라고 한다.

태화산, 마곡사를 둘러싸고 있는 산을 오르기로 했다. 기억엔 다른 산과 달리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택했다.

마곡사 가는 7번 버스를 탔다. 나만 등에 등산 배낭을 멨을 뿐 다들 물놀이 채비를 하고 있다. 앉을 자리는 없었지만 그런대로 갈만 한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새로 옮겨간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사람들이 버스 한 대 가득 채운다. 아~ 30분 동안 학생들이 목청껏 떠들어 대는 소음과 함께 벌을 서듯 버스 천장 손잡이에 대롱 매달려 고녁을 치러야만 했다. 나도 어릴 때 저랬나? 좀 심하다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데 쌍욕가지 하면서... 너무 시끄러워서 MP3의 볼륨을 한껏 키워도 소음은 막무가내로 내 고막을 흔든다.

‘이럴라고 산행을 한 건 아닌데...’ 씁쓸한 마음이 입맛을 가시게 하는 것 같다.

위 산행도의 1코스  총 6.5km 산행만 02:45소요(점심 30분 포함)

10:05 버스를 타다 - 10:45 마곡사 관광단지 도착 - 11:00 산행을 시작하다 - 11:45 정상(활인봉 423m)에 도착 - 12:35 나팔봉 - 13:45 마곡사 도착

사람들의 소음을 벗어나 마곡사 경내까지 이르는 길은 조용하다. 다들 계곡으로 빨려 들어가 햇볕이 쨍쨍 내려 찌는 길가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산행 안내도를 보내 정상을 지나 매번 백련암 쪽으로 타협을 하고 내려온 길 말고, 이번엔 나팔봉을 지나 한 바퀴 돌아도 시간이 될 듯했다.

너무 더운 날씨였다.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 지도 모를 정도로 땀이 쏟아진다. 예전 기억에 정상 정자까지는 쉽게 오른 것 같은데 아무리 가도 가도 쉽게 나오지 않는다.

어렵사리 정상에 도착해 도시락을 꺼내보려 했는데 아주머니 두 분께서 미리 자리를 점령하고는 큰 소리로 담화를 나누신다. 에궁~ 그냥 나팔봉까지 가자.

백련암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또 갈등에 쌓인다. 날씨도 더운데 그냥 빨리 내려갈까?

하지만 이놈의 욕심은 그냥 발길을 재촉한다. 나팔봉에 거의 다달았을 때부터 이놈의 벌레들이 땀냄새를 맡고는 정신없이 달려든다.

나팔봉, 솔직히 매력 없다.

그래서 내가 마곡사 태화산 산행길에 대한 마음이 별로였던 것 같다. 산 정상이라면, 아니 정상이 아니라도 가다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뷰포인트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곳이 없다. 참 아쉽다.

올라오는 길에 잠시 숲에 포근히 안겨 있는 마곡사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정상에서 나팔봉에서 주변 산세를 감상하고 싶었는데 볼 수 없는 환경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나무를 잘라낼 수는 없는 일이고, 아무튼 태화산 지질은 암석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나팔봉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정자에 홀로 앉아 맥주 한 잔과 도시락과 간식을 다 해치우고 나니 30분이 훌쩍 지나간다.

아뿔사 차 시간표를 보니 한 시간에 한 대 꼴이다. 2시 차를 놓치면 한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정신 없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인데도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가까스로 2시 차를 타고 보니 힘이 쪽~ 빠진다.

그러고 보니 버스는 학생이나 나이 드신 어르신뿐인 것 같다. 좀 불편함을 이겨 내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겠지만 가끔씩은 뭐가 더 합리적인 건지 모르겠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에까지 가는데 근 1시간이 다 되는 것 같다.

정말 더운 날씨였다. 너무 쉽게 생각해서 그런지 근육이 다른 때보다 더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이를 빼는데 기를 빼앗겨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