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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마곡사 태화산 雨中 산행

by 여.울.목 2017. 7. 11.

태화산,

아니 마곡사 태화산

 

태화산보다는 마곡사가 더 유명하다.

최근에는 백범 김구 선생이 머물던 백련암 때문에 백범 명상길이 떠오르고 있더군.


2017-07-08_08-50-19_태화산.gpx

 

 

10km 남짓한 거리를 걸었다.

걷는 것 보다 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동네 뒷산치고 고놈의 비 때문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실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를 열열하게 구독을 했다.

잘해야 시간당 4~5mm의 비가 온다고 했다. 분명히...

 

시간당 4,5mm면 우산 없이도 걸을만 한 기상조건이라고 한다.

 

 

웬걸~~~

새벽에 눈을 뜬건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 때문이다.

생수를 챙기는 걸 깜박했기에 편의점을 들르러 밖에 나섰는데,

아~ 비 쏟아 붓는다.

 

걱정이다.

다들 마찬가지다.

산행, 정상적으로 진행하냐? 문자가 계속 날라온다.

 

야유회를 같이 하는 날이라

맞춰 놓은 음식 때문이라도 추진을 해야 한다.

 

참석한다는 인원의 상당수가 억수같은 비에 불참을 통보해버렸다.

 

아~~~ 나도 그냥 방에서 누워 자고 싶다.

 

7.1.자로 발령나서 1주일을 어케 지낸지 모르겠다.

무식하게 운전하며 출퇴근하기로 결정한 내가 원망스럽기도 하다만,

새로운 환경이 더 사람을 시달리게 한다.

 

오늘 하루 그냥 이렇게 뒹굴거리고 싶은데, 그래도 내가 명색이 paper상으로 총무다. ㅠ

사무국장님도 입원하셨다지 ㅠ_ㅠ

이것저것 뒤엉킨 내 현실과 머릿속 때문에

솔직히 오늘만큼은 도망가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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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산행을 포기하고 산보를 생각하신 분들이 많다.

우의보다 우산을 선호하시네... ㅋ

 

 

 

그래도 인증샷은 찍기로 한다.

 

 

비가 어찌나 내리던지

폰을 꺼내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폰이 방수가 안되는 녀석이다 보니,

아니 방수가 된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선듯 폰을 꺼내기 어렵다.

 

 

그나마 빗속을 뚫고 백련암에 도착하니 비가 잠잠해진다.

백범 김구 선생께서 잠시 머물던 곳이라 해서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멀리 능선에 비구름이 산등성을 타고 올라간다.

이제 비는 수그러들 것 같다.

 

 

비가 멈췄는데도

산중에는 온통 습기가 가득하다.

 

솔밭이 은은하게 수묵화처럼 다가온다.

 

수묵화 감상도 잠시,

오후에 있을 야유회 생각에...

산을 타지 말고 식당으로 갈걸 그랬나?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어떻게 진행을 해야할지 조그만 머리를 자꾸 쥐어 짠다.

 

 

아~ 그것도 행복한 고민이었다.  행복은 잠시 ㅋ

 

비가 이제 그쳤다고 생각했는데

여름 소나기처럼 "우두둑~~~"

이러다 말겠지 생각을 했는데 아니다.

 

활인봉을 얼마 지나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나발봉 정자까지 왔는데도 멈추질 않는다.

등산로는 빗물이 흘러내리는 빗길이 되고

땀인지 빗물인지 온 몸을 다 적신다.

 

등산화 안에 침투한 빗물은 발길을 내딛을 때마다 양말과 어우러져 아우성을 친다.

 

나발봉 정자에서 비를 피해 일행이 숨어들었다.

이 빗속으로 다시 들어가기 싫은데, 아랫쪽에서 자꾸 전화가 온다.

시간에 맞춰서 내려오라는 것이다.

 

 

 

 

이런 된장...

산길을 다 내려오니 비가 그친다.

그래도 웃음이 난다. ㅋ

 

이 빗길을 뚫고 내달린 우리 일행 기념사진...

 

 

 

지나는 분에게 나를 포함해서 다시 인증샷!

많이 뒤쳐진 맨발의 3번 무전기를 빼놓고 말았다. 

그래도 언제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는 법이 없는 녀석이다.

 

 

 

 

마곡사의 명물 징검다리가 초콜릿빛 거센 물줄기로 점령 당했다.

 

 

마곡사 경내,

둘러볼 틈이 없구나.

 


 

오랜만의 우중 산행이었다.

정말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혼자였다면 이 코스를 다 돌았을까?

 

강원도에서부터 달려온 열혈 산행대장과 언제나 침착함을 잃지 않으신 선배님 후배들과 함께 했기에 지치지 않고 내달렸나보다.

 

비를 맞으며 걸을 수 있었던 행복?

우두둑 우의를 치는 소리에 내 머릿속에 가득한 잡념들을 산 속에 떨쳐버리고 내려왔다.

속이 시원하더군.

다시 또 쌓일 것들이지만, 다시 또 이렇게 산을 찾아 떨쳐버리련다.

 

헛되고 부질없는 많은 생각이 빗물과 함께 땅속으로 스며들길...

 

스트레스의 정점을 달린 한 주를 잘 마무리 했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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