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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계룡산에서 신선놀이 하기

by 여.울.목 2017. 7. 30.

계룡산에서 신선놀이 하기



병사골→장군봉512.4→임금봉558.2→신선봉649→큰배재→남배탑→삼불봉777.1→남매탑→큰배재→작은배재→지석골


2017.09.29. 10:30부터 5:40동안 12.89km. 평균 2.3km/h



2017-07-29_10-26-56_장군봉.gpx


 




계룡산, 가까이 있어서 더 멀리하게되는 것 같다.


정말 오랜만이다.


그래도 언제라도 쉽게 허락을 해 주니 고맙다.

하지만 그 허락은 그냥 모른 채 하는 것이지 모든 것을 다 허락한 것은 아니다.

계룡산의 여러 코스 중 생각보다 무척이나 체력소모가 많은 구간이 장군봉 코스인 것 같다.

삽재에서 바라보이는 웅장한 모습과 박정자 갈림길에서 바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접근성 때문에 

쉬 도전을 한다만, 그럴 때마다 뭔가 한계를 느끼게 한다.


몇 번을 당해봤기에 보폭을 줄여 움직여보기로 다짐한다.

사실 "당했다"라는 표현은 순전히 내 주관적인 의사일 뿐이다.

꼭 오후 일정을 마련해 놓고는 후다닥 둘러보고 내려오겠다는 건방진 계획이 문제였다.

 

 

400여 미터를 올라오면 첫 조망을 얻을 수 있다. 박정자 삼거리와 삽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아침 출발 때부터 30도를 웃돌던 날씨다.

산행을 시작한지 30분도 안 되었는데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앞서 출발하신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도저히 힘을 내기 어려우신지 그늘에서 숨을 고르고 계신다.

 

첫 뷰포인트까지는 막 산행을 시작했기에 그래도 힘이 남아 있다.

가파른 구간에 악을 쓰고 오르지... 그렇게 대부분 이 부분에서 힘을 다 빼고 마는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오늘은 더워도 너무 덥다.

숲이 태양을 가리고 있어서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할 뿐이지 엄청난 날이다.

 

첫 조망지점을 지나면 장군봉 능선까지 빽삑하고 가파른 숲길을 '之'자 길을 따라 올라야 한다.

 

일부러 힘을 빼고 보폭을 줄였는데 나도 어질어질하다.

본격적으로 숲길을 오르기 전에 배낭을 내려놓고는 숨을 고른다.

이러다가 삼불봉은 고작하고 장군봉에서 퍼지고 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물 한 병 더 챙겨온 것이 다행이다.

 

▼왼쪽 봉우리가 장군봉이고, 오른쪽은 상하신리 입구에서 시작되는 능선인데

그리 난 코스도 아닌데도 비법정으로 한 걸 보면 관리하기 귀찮기 때문인 것 같다.

 

 

500여 미터를 지그재그로 걸어 장군봉 능선에 다다르면

산 반대편으로 상-하신리 동네가 보인다.

 

▼아랫쪽이 하신리, 윗쪽이 상신리다.

 

 

장군봉에 오르면 캬~ 이 맛에 산에 오르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마는...

오늘은 초반부터 땀을 너무 흘려서 그런지 그냥 그늘에 앉아서 쉬고 싶을 뿐이다.

 

장군봉 정상에는 항상 10여 명 이상의 등산객이 진을 치고 있곤 했는데,

오늘 이 봉우리는 내 차지다.

ㅎ 그런 기쁨보다는 멈출줄 모르는 땀줄기를 닦아내는 것이 우선이다.

 

대전에서 공주로 넘어올 때 삽재에서 바라보는 장군봉!

정말 위풍 당당한 봉우리는 내 심장을 쿵쾅쿵쾅 뛰게 만든다.

 

예전에 전쟁을 하게 되면 장군이 조망이 좋은 지점에 올라 이래라 저래라 깃발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는데, 그 정도로 이 봉우리는 높이에 비해 주변이 다 보인다고 장군봉이라고 한다네.

그러니 岩봉인 장군봉이 끝내주는 뷰포인트라는 것이지.

위풍 당당한 모습 그 자체로도 장군봉이라고 할만도 하다.

 

지도를 펴고 가만히 장군봉 능선, 봉우리 이름을 찬찬히 바라보고 있자니 저절로 웃음이 흘러내린다.

 

산행 들머리

박정자 삼거리에서 동학사로 들어오자마자 장군봉으로 오르려고 찾아든 골짜기가 "병사골"

 

"병사골"에서부터 발바닥에 땀나고 가슴이 터질듯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열심히 오른다.

누구나 열심히 하면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이 고통이다.

그 노력의 결실이 바로

"장군봉"이다.

비로서 잠시 숨을 고르고 주변을 둘러보니,

병사 때는 보지 못한 것들이 새로운 눈높이로 한 눈에 들어선다.

병사들을 진두 지휘해서 힘껏 크고작은 암벽과 봉우리를 거쳐야 한다.

병사골과는 달리, 두 다리 두 팔... 아니 온 몸으로 유격장을 방불케하는 코스를 지나야 하니

엄청난 체력이 소진된다.

그 땀의 댓가로 다가선 곳이

"임금봉"이다.

임금봉에서 잠시 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니,

병사들과 백성들과 함께한 고난의 길에 대한 회한이 든다.

이제 그 모든 짐을 내려 놓고 걷다보니 생각지도 않는 사이 다다른 봉우리가,

"신선봉"이다.

신선봉을 지날 때는 '몰아'의 경지에 이르렀는지 아무런 요동도 없이 지나친다.

큰배재에서 헉헉대고 오르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원래 산행이란 다 그런것이요~'하며

잔잔한 미소를 띄워보내는 것이

해탈이라도 한 것 같더이

오누이 탑의 전설 이면의 세속적인 일에도 아랑곳 않고 코 앞의 봉우리에 올라서니

세 분의 부처님으로 이루어진

"삼불봉"인 것이다.

 

누군가 능선을 따라 봉우리의 높이도 점점 올라가는 것을 보고는 장군봉의 격에 맞춰 이름짓기 놀이를 제대로 한 것 같다.

 

 

장군봉에서 바라본 '임금봉-신선봉-관음봉-연천봉', 비구름에 갇혀 보이지 않는 천황봉

계룡산에는 천왕봉과 천황봉이 있다. 천황봉이 따로 있는 산은 계룡산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장군봉~임금봉 구간은 무척이나 체력 소모가 많다. 크고작은 암봉과 암벽을 지나야 한다.

암벽 바로 아래 펼쳐진 능선의 기운이 당차다.

 

▼이 거친 구간에 조만간 철계단이 놓일 예정이다.

 

▼이거이 증거다. 장군봉~임금봉, 구간과 조금 지나서까지 철물과 방부목이 쌓여 있다.

올해 내로 장군봉 지나는 속도가 꽤 빨라질 것이다.

 

▼임금봉 바로 앞 암벽에서 바라본 장군봉. 역쉬 멋지다!

 

▼잘 챙겨왔다 '염화포도당'

 

 

▼이쯤에서 항상 갈팡질팡한다. 정말 이 날씨에 더 흘릴 땀도 없을 것 같다.

여기가 어디냐면 갓바위 근처다. 임금봉.

'임금'으로 만족할 것이냐 '신선'과 '부처'의 경지까지 도을 닦을 것이냐... ㅋㅋ

 

▼오누이탑

 

▼삼불봉에 이르니, 멀리 천황봉의 경치를 망치고 있는 철탑이 보이기 시작한다.

 

▼부처님은 고사하고... 내려가는 일이 걱정이다. ㅋ

 

무더위에 정말 옷이 온통 다 젖었다. 더 흘릴 땀도 없을 것 같은데 계속 뿜어나온다.

 

차를 병사골 근처에 세워두었기에, 동학사로 내려가지 않고

큰배재에서 작은배제로 가서 지석골로 향하는 숲길을 택했다.

참 잘 선택했건만, 뭐 이리 날벌레가 많은지. 잠시라도 멈춰 있으면 순식간에 날 뜯어먹을 듯하다.

 

산행 막바지가 날벌레 때문에 짜증났지만,

학림사에서 시원한 물로 땀을 씼자니 어찌나 게운하고 행복한지...

 

오랜만에 거칠게 산행을 한 것 같다.

엉덩이 근육까지 뻐근한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

 

오늘 신선놀이 제대로 하고 돌아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