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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관룡산 - 화왕산

by 여.울.목 2017. 10. 15.

 

관룡산(754m) - 화왕산(758m)

12.2km | 5:10 | 2.4km/h


 

 

2017-10-14_09-29-46화왕산_001.gpx

 

 

 

억새로 유명한 화왕산을 찾았다.

화왕산만을 찾기에는 시간이 너무 널널하다는 산행대장의 의견에 따라 관룡산을 함께 돌기로 한다.

 

물론 같은 화왕지맥에 있는 산줄기이고,

화산활동으로 이루어진 지형이라는 점에서 주변 암석이 거의 같은 성질이지만,

 

옥천매표소 쪽에서 임도를 타지 않고 관룡사 방향의 능선을 타고 가면 암릉 구간이 나온다.

헐~ 화왕산만 갔으면 많이 심심할 정도였다.

관룡사를 병풍처럼 둘러친 암릉구간이 두 다리가 뻐근할 정도로 힘들게는 했지만,

그만큼 절경을 안겨주었다.

 

반면,

화왕산은 높은 산위에 펼쳐지는 분지형태의 평온한 기분을 주는 곳이다.

울퉁불퉁한 골산을 타다 육산과 같은 느낌의 화왕산을 접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화왕산의 입장료와 주차료가 모두 올해부터 폐지되었다고 한다.

 

 

 

 

 

 

오른쪽으로 가면 관룡사와 관룡산

왼쪽은 임도가 청간재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그런지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들이 꽤 만더군.

임도는 허준촬영장을 지나 화왕산성 동문까지 이어진다.

산책길로 치면 조금 부담되고, 산행을 생각하자면 수월한 코스다.

 

일행은 깜냥껏 코스를 정한다.

 

 

 

관룡사가 유명한 사찰인가보다. 짜증날 정도로 차량통행이 많더군.

 

관룡사 입구에 다다르자 석장승이 우리를 맞이한다.

안내문을 내가 좀 요약해보았다.

 

장승은 석장승과 목장승으로 나뉜다.

고대 성기 숭배에서 나왔다는 설, 사찰과 토지의 표지 이용성 등 다양함

조선시대에는 지방에 따라 벅수, 벅시, 법수, 수살목, 당산할배 등으로 불렸다.

장승의 소속과 위치에 따라 마을을 지키는 마을장승, 사찰 입구나 경계의 사찰장승, 지역간의 경계, 성문, 병영, 해창, 관로 등에 서 있는 공공정승 등이 있다.

 

이곳의 석장승은 화강암 재질로 절 입구 한쌍이 서 있다.

 

왼쪽은 남장승, 오른쪽이 여 장승

생긴것이 꼭 제주의 돌하루방 같이 둥근 머리와 툭 튀어나온 방울 눈, 주먹 코 등이 투박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남 장승의 턱이 각진데 여 장승은 부드러운 선을 가지고 있더라.

절을 지키는 수호신이었다고 한다. 다문 입슬 사이로 날카로운 송곳니가 그렇다네.

절 입구의 사천왕과 달리 친밀함과 소박함을 함께 지니고 있더군.

 

관룡사 소유 토지 경계표지 외에도 사찰 토지 안에서 사냥과 어로를 금지하는 호법護法, 절에 잡귀가 출입하는것을 막는 수호신, 풍수지리적으로 허한 곳을 보충하는 비보 등을 목적으로 세워진 것으로 보고 있다네.

불교오 민간신앙이 결합한 사례를 잘 보여준다.

 

 

 

관룡사 전경

 

뒤로는 관룡산의 암릉이 병풍처럼 떡허니 버티고 있다.

구불구불한 소나무와 절 누각 기와지방의 곡선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관룡사를 기준으로 우리는 오른 편으로 암릉 구간을 타러 간다.

간룡사에서 왼쪽으로 용선대를 통해 올라도 되지만 그쪽은 육산의 냄새가 폴폴 풍기는 것이

산꾼들에게 골산은 참 유혹적이다.

골산으로 go go!

 

산이 사유지이란다. 오르는 곳곳에 탐방로 외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한다.

소나무 사이에 송이버섯 군락이라도 숨어 있는 모양이다.

우리가 약초꾼도 아니고...

하지만 산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이런저런 임산물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꽤 되나보다.

 

기약없이 내려서던 등산도가 다시 가파러지더니

능선에 다다른다.

드디어 암석구간이 시작된다.

이제 능선이라 힘들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 1번무전기...

 

암릉 구간이 잡어먹는 에너지가 상당하더만 ㅋ

 

 

왼쪽 아래 편이 관룡사다. 관룡사에서 반듯하게 위로 솟은 바위가 용선대

그리고 색깔을 달리하는 뒤편의 산줄기가 이 산줄기와 포개지는 선상에 회색빛으로 봉긋 솟은 것이 화왕산 정상부다. 

 

조금씩 아까 보았던 관룡사의 병풍이 가까와 진다.

 

숨이 턱에 차올라도 암릉 곳곳에서 풍겨나오는 매력에 힘든 줄 모르겠더군.

 

 

 

관룡산 바로 전 전망 좋은 바위에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밋밋하게 보이는 저 곳이 관룡산이다.

관룡산까지 이어지는 거친 암석구간과는 180도 다른 그저 흔한 육산의 모습이다.

관룡산 정상은 그저 점심 도시락 펼치기 좋은 곳 같더군.

 

아직 관룡산 정상이 아니다.

정상 바로 앞 정망좋은 암봉에 이런 저런 바위의 모습이 참 재밌다.

어금니 같이 갈라지 바위... 앞으로 추위와 비바람을 지나다보면 언젠가는 깨어져 흩어질 것 같다.

 

멀리 주차장부터 관룡사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역광의 미를 살려본다.

 

관룡산 정상부가 이렇게 밋밋하다.

점심전 펴고 잠시 숨을 고르고 배를 채우기 딱 좋은 장소이기는 하다만,

조망은 없다.

 

관룡산에서 정신없이, 하산을 하듯 내려서면 청간재다.

청간재부터 화황산성 동문까지는 1톤 트럭이 지날정도로 임도가 잘 다져져 있다.

자전거 타는 사람이며, 산책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산성가는 길에 허준퇄영장이라고 하는데...

이게 다다. ㅎ

 

 

와우~ 드디어 화왕산성

 

 

 

동문을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억새분지! 여기서 점심 먹을 것을...

 

사적 제64호 창녕 화왕산성 火旺 <안내판 글 옮긴 글임>

화왕산(757m) 정상부 험준한 바위산과 배바위가 있는 남봉 사이 분지 형성, 이 분지를 둘러싸고 창녕 화왕산성

가운데 허리부분이 말안장 형태, 절벽부를 따라 체성이 축조되어 있는 산정(頂)식 석성 형태

둘래 약 2.7km 자연 지형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쌓아 올림

성내 구조물로 문지, 집수 시설, 건물터, 축대 시설 등

문지는 동서남북에서 확인, 동문과 남문만 복원됨

집수시설은 못이 3곳, 샘이 9곳 있었다는데, 못 1곳을 복원해 놓았다. 창녕조씨 득성 설화

5~6세기에 처음 쌓아 오랜 기간 동안 활용된 것으로 보임

기록상으로는 태종실록에서, 임진왜란 때 군사적 요충지로 인식되어 곽재우 장군이 의병활동의 본거지로 활용하면서 크게 고쳐졌으며, 그 후에도 한두 차례 다시 지어 지금까지 잘 보존

산성 안에 창녕조씨 득성 설화 관련비, 경상남도 기념물 246호

 

뾰족하게 솟은 곳이 배바위라고 한다.

 

 

 

 

분지 가운데 못을 하나 복원했다고 하네.

용지라고 하는데 창녕 조씨의 발원 전설이 기려 있는 곳이란다.

 

여기는 정상부인데도 물이 풍푸한 편이다.

내려서는 서문쪽의 계곡에도 다른 비슷한 지형의 산과 달리 물이 많더군.

 

 

 

 

 

 

 

화왕산성 정상이 보인다.

인간들이 정상석에서 인증샷 찍는다고 난리다.

 

아직 억새가 할짝 핀 것은 아닌데,

그래도 멋지다.

10년 정도 되었나? 이 억새를 태우는 행사를 치르다 많은 인명이 죽거나 다쳤던 곳이다.

그래서 산이름에 火자가 들어 간것인가?

 

아무튼 지형을 보아하니 잘모하다가는 험한 절벽쪽으로 몰리면 퇴로가 없으니,

앞으로는 그런 일이 절대로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얼덜결에 새치기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착해서 그런지 쌍욕을 안나오데?

일부러 그런것이 아니니 이해해 주시길...

 

아직도 버글대는 사람들

 

정성이 참 갸륵하다. 2m도 훨씬 넘는 바위 위에 올라 돌을 쌓았더군.

 

 

서문으로 자하골로 내려서는데 창녕읍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서문으로 내려서는 길은 가파르지만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는 가장 짧은 코스라고 한다.

 

자하골로 내려서서 주차장까지 가는 길에

뭔 카페니 주점이니... 가게들이 즐비한지.

커다란 왕릉이 있는 고분근 근처도 흥청거리는 가게가 들어서 있다.

 

아마 저런 점포 때문에 입장료와 주차료를 폐지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성격이 다른 두 곳의 산을 한 번에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다.

산을 타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화왕산만 돌아 나온다면 많이 아쉬울 것 같더만,

그런 분들 꼭 관룡산 암릉을 방문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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