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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영동 천태산

by 여.울.목 2017. 10. 15.

영동 천태산

주차장-영국사-천태산-헬기장-남고개-영국사-주차장

7.3km 4:00 1.8lm/h


 

2017-10-08_11-12-37_천태산.gpx

 

 

이제 기나긴 추석 연휴도 그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다.

뭔가 하나라도 -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 매듭을 짓고 싶었는데..

그래도 잠은 실컷 잔 것 같다.

9월 내내 쌓인 피로가 그렇게라도 풀렸을까? ㅎ

 

이제 아이들과 얼마 남지 않은 연휴를 즐겨보려는데, 어쩐 일로 같이 산에 가는 것에 찬성을 한다.

밧줄을 타고 올라야 하는데도 괜찮겠어?

재밌을 거라네~

 

예전에 금산 쪽으로 천태산에 다다른 기억이 있었는데, 네비게이션은 대전-당진~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옥천을 경유하는 길을 안내한다.

다른 사람들은 연휴 내내 국도나 고속도로나 막혔다고 하는데, 시점이 끝물이라 그런지 한가하게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이동을 했다.

 

천태산은 고려시대 천태종의 본산이었기에 산 이름도 '천태'가 된 영동의 명산으로 '충북의 설악'이라고 한다.

멋지기는 멋진데, 그 멋진 암릉과 이런저런 코스의 규모가 조금 더 이어졌다면 그 별명을 붙이는데 그리 이견은 없을 것이다.

 

천년사찰 영국사는 고려 공민왕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데, 공민왕이 직접 머문것도 아닌데 이야기를 길게길게 늘려서 연관지은 것 같다는 느낌도 들더군.

1361년 11월(공민왕 10년) 홍건적의 난을 피하여 영동 양산면 누교리에 공민왕이 다녀가면서 절에 대한 언급을 했기에,

국청사라고 불려졌던 것이 왕이 나라안 백성들의 편안함을 빌었다하여 그 때부터 영국사로 하였다고 한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몇 년 전에 왔었다는 기억이 되살아 난다.

넓은 주차장은 한산하다.

그래도 대형버스가 5~6대 정도 벌써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을 보니 정상부는 사람들로 북적댈 것 같더군.

 

 

몇 백 미터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주름 투성이 바위를 만난다.

바위가 가로로 겹겹이 쌓인 모습이 할머니의 주름을 연상시킨다고 심신할멈바위라고 한다.

작은 돌을 던져 떨어지지 않으면 삼신할미가 자식을 점지해준다는 소문(?)이 있다고 한다.

상어흔들바위와 함께 천태산을 대표하는 바위 중 하나라고 한다네.

 

 

 

 

삼단폭포

엇그제 비가 내려서 그런지 시원한 건 아니지만 그런대로 물줄기가 제법이다.

 

 

계곡을 따라 1km 정도를 걸어 올라가면,

계속 산이 이어질 것 같더니 분지지형 같은 곳이 나타난다.

자연 요새 같은 지형이 나온다.

 

바로 그곳에 천연기념울 제223호 은행나무와 영국사가 자리를 틀고 있다.

 

헤~ 여기도 입장료를 받는다. 짜증

땀흘려서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분지지형 입구에 바로 매표소다.

이렇게 올라서서 입장료 있다고 되돌아가기도 뭣하고... 그래도 천원이라는 -다른 절에 비해-착한 입장료를 받는다.

게다가 아이들은 받지 않는다네 ㅎㅎㅎ

 

천연기념물 제223호

높이 31m, 가슴 높이의 둘레는 11m, 나이는 천 살 정도로 추정

가지는 2m 높이에서 갈라졌으며, 동서로 25m, 남북으로 22m정도 퍼져 있댄다.

서쪽 가지 중 하나는 밑으로 자라서 끝이 땅에 닿아 새로운 나뭇가지 높이가 5m 둘레가20cm나 된다고 하네.

게다가 국가에 큰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소리내어 운다는... 전설까지 ㅋ

 

 

영국사를 지나쳐 본격적으로 천태산 암릉 산행을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오랜만에 보는~ 미류나무 ♬ 꼭대기에 조각 구름이 걸려 있네

 

정말 미류나무 꼭대기에 구름 한 조각이 걸쳐 있다.

이런 여유로운 시간...이 자꾸 줄어든다는 생각에 다시 내 맘이 찌푸려진다.

 

혜암정사라는 암자 근처에 가니

먼저 관광버스를 타고 내려선 일행들의 꼬랑지가 보인다.

여기저기 그늘에 앉아 있다.

산행이 목적인지, 먹는 것이 목적인지, 아이들도 아닌데 재잘재잘~

 

드디어 암릉구간

우회로가 있는데 우리가족 모두 암릉에 도전한다.

다른 사람들이야 큰 걱정은 없다만,

우리 초딩 막내가 내심 걱정이다.

녀석을 앞에 세우고 내가 그 뒤를 바로 이어 간다.

 

아침에 출발하면서 하나씩 나누어 준 장갑이 큰 목을 한다.

로프가 힘들면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가기도 하고,

나뭇가지도 잡아 당긴다.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지 않아도 녀석들 알아서 잘들 올라간다.

큰 아이는 막내를 돌보는 사이에 벌써 위험 구간을 후다닥 지나 조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90도가 넘는 마지막 구간은 어쩔 수 없이 우회로로 돌려보낸다만

처음 걱정했던 것하고는 달리 용감하고... 아니 재미있게 올라서는 녀석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정상부근에 다다르자 이제 조금씩 체력이 방전되어가는 것 같다.

어른들도 힘들어 끙끙대는데 아이들이 이런 경험도 처음인데 잘 버텨주고 있다.

 

관광버스 팀 아저씨 아주머니들의 칭찬에 한껏 Up된 막내녀석은 지칠 줄 모르는 것 같다. ㅎ

 

 

천태산 정상부근도 암릉 산세가 이어지기는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다.

 

 

고생많은 우리 강아지들...

우리 마눌님, 셀프타이머 시간을 지키지 못해 인증샷에 탈락 ㅋ

 

 

종주코스 안내판도 있더군

 

 

 

 

내려오는 길에 RC카 동호회 무리와 함께 어울려왔다.

아이들이 참 재미있어한다.

마치 우리 자동차인 양 포즈를 취해본다.

 

 

 

영국사부터 천태산 정상부근까지의 암릉구간이 꽤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고

근력도 필요하게 하는 구간이다.

그 구간을 지나면 그리 위험하거나 힘든 구간도 없다.

 

어려운 산행에 얼굴 찌푸리지 않고 잘 마무리해준 아이들이 고맙다.

녀석들도 암릉산행에 재미가 들렸는지 다음에 또 오고싶다네.

 

아~ 그냥 이런 평온함만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ㅋ

어지간히 출근하기 싫은가보다.

 

파이팅! 하고, 다음 주부터 힘차게 다시 시작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