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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공주대간, 덕성아파트-봉화대-공주생명과고뒷산-수원지_2012.05.06.

by 여.울.목 2014.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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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생각했던 산행코스는 계룡산 주능선에서 수통골 코스로 건너뛰는 코스다.

그리하여, 며칠 동안 지도를 바라보고, 금요일 퇴근길은 일부러 밀목재가 있는 근처로 돌아 퇴근도 했다.

 

토요일이야 어린이 날이니 내가 산행을 한다면...

 

일요일이다.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뒤집어 놓는다. 하루 더 아이들과 놀아주어야 하는 건 아닌지, 산에도 가고 싶고...

 

처음 화장실 변기에 앉아 산행지도를 쳐다보면서도 생각은 딴 데 가 있다.

그래 그 코스는 누군가 함께 할 수 있다면 같이 가기로 하자.

 

그리하여 접어든 곳이 바로 뒷산이다.

항상 얘기하지만, 말이 뒷산이지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 코다치는 곳이다.

 

덕성아파트-월성산(봉화대)-공주생명과학고 제2농장 뒷산-수원지

5.5km를 걷는데 2시간이 소요되었다.

최고 높이는 77m이고, 가장 낮은 곳은 77m

평균 2.7km/h, 움직이는데 3.7km/h로 이동했다.

 

날이 참 좋다.

땀도 적당히 나고, 그 땀은 시원한 바람 때문에 기분 좋게 날아간다.

 

월성산 봉화대에 까지는 좀 그런 것이, 정말 뒷산인데 난 배낭에다가 선그라스에 스틱까지 가방에 꽂고 있으니, 편안하게 뒷산을 찾은 동네사람들이 한번 힐낏 쳐다보고 지나간다.

 

그래도 효포초등학교 갈림길을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금학동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서 그런지 내 방향과 거꾸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날씨 탓에 많이 보인다. 다른 때 같으면 나 혼자밖에 없는데 말이다.

 

좀 서두르기는 해야 할 것이다.

오늘 코스를 이렇게 잡은 건, 아이들과 수원지생태공원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둘레산 코스를 돌다 우연히 발견한 샛길... 그곳으로 가면 수원지로 도중에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니, 역시나 그렇군.

    

공주생명과학고 뒤편 봉우리가기 전에 생태공원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하나 있다. 이곳으로 가면 더 빨리 수원지로 갈 수 있나보다.

몇 번 다니다 보니, 이제 새로운 길들이 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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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주생명과학고 제2농장 뒷산 봉우리 소나무와 돌무지, 그 뒤로 보이는 계룡산 능선이 참 좋다.>

  

무엇보다, 스무고개를 넘나드는 듯한 이 둘레산의 우금치 근처의 고개들은 인내심을 시험하는 좋은 본보기이기에 가끔은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만 해도 스트레스를 느끼곤한다.

사실, 아쉬운 것은 지막곡산을 지나면 나머지 산행길은 나무에 가려 경치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맘에 여유를 갖기는 힘이 들고, 다 온 것 같은데 이놈의 가파른 고개는 또 기다리고 있기에 그렇게 느껴지는 게다.

 

농주생명과고 뒷산 봉우리의 저 나지막한 소나무 한 그루와 돌탑... 오늘은 햇빛의 방향이 영 도와주지 않아 사진이 좀 어둡다.

잠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본다.

대기에 가득한 꽃가루들이 시야를 뿌옇게 만든다. 멀리 계룡산 봉우리도 보이는구나.

오늘 참 날이 좋은가보다.

아님 이 코스도 사람들에게 이제 많이 알려졌나보다.

공주대간이라는 명목으로, 산행지도도 그려져 붙여져 있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관련된 글도 꽤 된다.

나도 이제 공주둘레산을 접고, ‘공주대간이란 말을 써야 할까보다.

 

핸드폰을 자주 쳐다본다.

폰에 들어 있는 지도를 확대해서, GPS가 표시해주는 현재 위치를 꼼꼼히 바라본다.

여기 어디쯤에서 내려가야 시간 내에 수원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길은 꽤 좋은 편이다. 낙엽에 가려 자꾸만 길을 잃는 지막곡산 쪽의 희미한 산행길에 비하면 정말로 숲 속 길이다.

참 좋은 길이다. 처음 내려가는 길은 가팔아서 지그제그로 되어 있더만 조그만 냇물줄기를 만나니, 숲길은 사이좋게 어께동무를 하고 간다.

지난 계룡산 산행에는 거미줄이 그토록 난리를 치더니,

오늘은 나무에서 줄을 늘어뜨려 내려오는 송충이 비슷한 벌레들이 극성이다.

집으로 전화통화를 하다 보니 스틱 그립에 내려앉아 내 손아귀에서 생을 마감한 녀석... 갈색 진액을 뿌려댄다. 손을 씻다보니, 목덜미가 근질근질... 두마니라 떼어 낸다.

숲은 언제나 이렇다. 보기하고는 다른 면이 많다.

이게 자연이다.

내가 이 자연에 잠시 발을 디딘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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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길이 개울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맞아 이곳은 정말 협곡이다. “V”자 형태로 동, 서로 가파른 산이 있고, 그 틈을 비집고 개울이 이어진다. 이 개울은 아마도 지형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면 순식간에 물이 불어 내 키 높이까지는 올라오는 것 같다.

개울을 따라 사람들이 손길... 돌로 축대를 쌓은 것이 보이는데, 한 개의 줄은 대체적으로 개울의 높이보다 50~100cm정도 높이이고, 내기를 넘어서서는 가파른데도 돌로 쌓은 축대가 힘들게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가파른 계곡을 따라서도 밭을 일구고 사람들이 살았던 것이다.

지도를 자세히 보니 표시가 되어 있다. 논이다.

수원지에 가까이 다가와 지는가보다. 이제 논이 있던 자리에는 커다란 나무와 싱그런 풀숲이 그 흔적을 지워가고 있다.

사람들이 사느라 썼던 돌덩이들을 모아 쌓아올린 돌탑을 지나니, 바로 수원지의 호수를 따라 난 산책길로 접어든다.

그 산책길을 따라 한 10여 미터를 내려오니 봉화대가는 푯말이 보인다.

생태공원을 표시하던 이정표가 이곳으로 이어지나보다.

두 명의 등산객이 봉화대 이야기를 하면서 풀숲으로 난 정겨운 길을 정겨운 이야기를 하면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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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들이 이제 다 떠나고, 남은 돌덩이로 탑을 쌓았다.

 아마 내 초등학교 친구 중에 이곳에 살았던 아이가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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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대로 직행하는 코스, 이곳으로 가면 봉화대가 훨 가깝다.>

 

 

~ 날 참 좋다.

수원지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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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이 뚝방에서 뱀을 보고는 혼비백산, 놀라 자전거를 끌고 부리나케 도망왔던 기억이 안다. 그리고 근 20면 동안은 이곳은 접근금지구역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이곳의 울타리를 없애고 나니 멋진 공원과, 훌륭한 산행길이 사람들의 자꾸 끌어들인다.

 

우리 아그들을 만나,

나무그늘이 좋은 자리를 골라 버너를 피워 점심을 해결한다.

조금은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아이들과 공놀이를 하고 달콤한 낮잠으로 마무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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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아들,

아빠! 오늘이 더 어린이날 같아요~”

즐거워하니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