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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공주대간

by 여.울.목 2020. 9. 13.

하루 죙일 비맞은 애증의 공주대간

하고개 단군성전-봉황산-일락산-우금티-주미산-봉화대-옥룡정수장

13.74km
4:57
2.8km/h

Move_2020_09_12_10_13_28_공주대간.gpx
3.19MB

아침 1120분에 비가 그치고 구름사이로 간간히 해가 보인다고 한다.
기상청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런 뻥쟁이 기상청XX!

 

깔끔하게 토요일 산행을 마치고 일요일에는 휴식과 함께 밀린 잡동사니를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한다.
그냥 나서기도 뭣하고 포기하기엔 만만해 보이기만 하는 빗방울.
어쩌지?
밖으로 손을 내밀어본다. 비는 오는데 안개비 수준이다.
사람들, 누구는 우산을 누구는 그냥 걷는다.

그래 1120분에 비가 그친다니 1시간만 가랑비보다 못한 우중 산행을 하면 해는 반짝이지 않아도 상쾌한 숲길을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공주대간 들머리를 경찰서로 잡고 우리 동네로 하산할 요량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장보러 나가는 마눌님께 운전대를 맡기고 즉흥적으로 하고개 단군성전 앞에서 내리고 말았다.
머릿속에서 번득 떠오른 그림은 이곳을 통해 공주대간에 바로 올라 타 두리봉을 거쳐...
~ 그런데 두리봉이 있는 산줄기와 만나는 곳은 우금티 근처로 두리봉을 지나서다.
이미 차는 떠났다. ㅠㅠ
단군성전을 지나 봉화대와 일락산을 거쳐,,, 공주대간에 올라서기로 한다.

 

단군성전-봉황산-일락산-우금티-주미산-웅치-봉화대-옥룡정수장

 

봉황산 자락에 있는 단군성전
단군성전에서 바라본 교동

봉황산은 단군성전과 선화당이라는 조선 관찰사가 일하던 곳까지 품고 있는 산이다. 오래전부터 공주를 지켜보고 있는 산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린데다 나무 때문에 조망이 없어서 그런지 정상이라는 느낌이 와닿지 않는다.

 

봉황산에서 내려서다 바라본 두리봉
봉화대가 비구름에 갇혀있다
일락산 바로 턱 밑에서, 바로 앞산이 봉황산, 저 너머 왼쪽 산이 연미산, 오른쪽은 공산성
이 숲에 나와 고라니 녀석 뿐이었던 것 같다.

시어골로 넘어서는 고개를 넘지 않고 산줄기를 타고 일락산 쪽을 향한다.
해가 지는 서쪽 산이라는 뜻인데 일제 강점기 때 일인들이 日落이라는 한자의 의미 때문에 산의 이름을 바꿔버렸던 곳이기도 하다. 여기 정상도 우거진 나무 때문에 조망이 좋지 않다.
하지만 오르면서 중간중간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면 정겨운 우리동네 풍경이 펼쳐진다.

일락산을 지나 평탄한 능선길을 지나자니 비가 거의 그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금방까지 내린 비가 그치니 조용하다. 고라니 한 마리만이 푼수같이 기척을 내며 안개 사이를 비집고 다닌다. 순간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다.

 

시어골과 도장골사이를 가르는 이정표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데 다시 비가 시작된다.
이 정도 비쯤야. 다시 대간길로 향하는데 오르막이 심해지는 만큼 빗방울이 거세진다.
공주대간 능선에 다다라서는 다시 비가 숨을 죽인다.
녀석이 계속 내릴 거였음 우금치에서 하산하면 되는데 자꾸 나에게 희망을 준다.

 

엄청 거칠게 가파름을 밟고 올라온 길이 두리봉을 오를 때 매번 지나던 평온한 능선, 그 갈림길

 

우금티

비속에서 너무 오버페이스를 했나보다. 다시 시작되는 공주대간 오르막이 힘겹다.
이러니 이제 겨우 4km 남짓 걸었을 뿐인데 발걸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군데군데 뚫린 숲의 구멍 사이로 보이는 능선마다 비구름이 하얗게 걸터앉아 있다. 그러고 보니 이놈의 비가 이 길에 붙잡혀 진을 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더만.

속도를 내기보다는 차분하게 오르기로 한다.

 

주미산 근처 전망데크에서

주미산 정상에서 점심으로 챙겨 온 떡을 우겨넣는다. 비가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
게다가 무릎이 조금씩 이상반응을 보인다.

몇 달 전부터 임도를 조성한다며 일부 등산로를 막은 부분에 다다를 즈음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한다. 숲 사이로 이제 막 닦기 시작한 임도가 하얗게 보인다. 하산을 하려면 이 시점이어야 한다.

 

주미산 정상 데크에서 계룡산 쪽을 바라보는데, 비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더라
주미산 정상에서 뷰파인더를 넓혀서 찍었다.
공주생명과학고 제2농장 뒷산에서... 역시 계룡산이 비구름에 가려져 있다.

집에 전화를 한다. 거기도 비가 많이 오는지. 그냥 안개비처럼 내린다고.
그냥 Go!

다행히 조금씩 빗줄기가 수그러들었지만 옥룡정수장에서 산행을 마치고 난 후에도 까만 밤까지 질척거린다.

그러니 뻥쟁이 기상청XX!라는 말이 나오지.

웅치를 지나 마지막 거친 오르막을 올라 봉화대를 지나면 대부분 내리막이다.
내리막이라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 왼쪽 무릎 통증과 싸워야 한다.
그러니 봉화대부터 정수장까지 구간에 좋은 감정이 있을 리가 없지.
그래도 중간중간 쉼을 갖는 바람에 큰 통증 없이 공주대간 구간을 마무리한다.

 

공주생명과학고 제2농장 뒷산에서... 봉화대를 바라본다. 비구름이 봉화대를 기어오르고 있더군.
요놈이 비 언제 그치려나. 리기다 소나무가 제법 곧게 자라고 있다.
봉화대에서

~!

뻥쟁이 기상청!

 

일요일 아침 미치도록 화창한 날씨다 이 뻥쟁이 기상청아.

딱 여기까지만 욕을 할란다.

그런날 그런 산행을 한 내가 잘못이지.

 

 

옥룡정수장을 내려오며, 여전히 비구름에 갇혀 있는 봉황산(앞)과 두리봉(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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