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삽재, 수통골 한바퀴

by 여.울.목 2020. 6. 28.

~ 이렇게 일요일 아침을 맞이할 줄이야.

주말을 값지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은 가득한데...
금요일과 토요일 밤을 어떻게 보내는지 모르겠다.
그냥 잠시 누워볼까’ 이러다 어느새 아침도 아닌 새벽이다.
눈이 시려서 책을 보기도 사치스럽다.
뒤척이며 어둠과 줄다리기를 하다 아침을 맞는다.

녀석들이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주말 수면 사이클이 다르다 보니 아침 시간마다 망설임과 짜증이 뒤섞인다. 그래도 짜증은 내지 말아야 한다.

뭔가 의미 있고 멋진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강박은 그러지 못함에 모범적인 핑계가 되고 말았다.

그저 아침 밥상을 차려주는 마눌님이 감사할 따름이다.

코로나19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요즘 산행은 인근 산행이 전부다.
6월 내내 소백산을 가고파 하루 휴가 낼 틈을 노렸건만 비집고 들어갈 공간을 만들 용기가 없었다.
뭔가 대체재를 찾다 만만하다고 건진 것이 삽재~도덕봉코스다.

삽재~도덕봉

삽재라는 뜻을 찾으려니 없다.
다른 곳의 지명을 살펴보니 경계 사이[]를 뜻하는 말로 사이의 고개로 쓰이더라. 아무래도 충남과 대전 사이 경계가 20세기 초에 생겨났으니 문헌에 나올 일도 만무하나 이정도로 이해하면 될듯하다.
그나저나 그때 그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

첫 번째는 이 코스가 비법정일 때다
. 관암지맥이 이어지는 곳이라, 거기에 의미를 두고 기어코 암벽 사이 빨래줄을 잡고 고생고생해서 올랐지. 얼마나 힘들었나 도덕봉까지 다녀오는 것만으로 스스로 만족하고 돌아온 기억.

두 번째는 법정 탐방로로 지정이 되면서 길이 정비되고 빨래줄이 있던 암벽 구간에도 데크와 계단도 설치된 후다
.

어디 국립공원 법정탐방로에 이처럼 거친 코스가 있으랴. 가파름의 거침도 있거니와 다니는 별로 사람이 없는지 나라도 다니지 않으면 지워질 것 같은 관리의 소홀도 한 몫을 한다.

두 번의 기억을 뒤로 하고 다시 여기를 택하다니
.
땀구멍이 최대치로 개방되어 열기를 열심히 배출한다.
힘들다. ㅋ
도덕봉까지 가는 능선길을 걸으며 오늘은 여기까지만 걷자고 다짐을 한다.

삽재, 몇 년째 공사를 하는지 모른다. 동학사 가는 길이 막히니 입체도로를 만드는 모양이다.
침엽수가 활엽수에 치이나보다. 숲이 너무 빽빽하다.
거친 오르막 후에 맞은 능선 근처 데크에서의 전망. 정군봉 줄기와 박정자 삼거리.
삽재고개 건너 갑하산과 현충원
도덕봉쪽으로 가다 바라본 도덕봉 ㅋ, 도덕봉 같지 않은 모양이다.

 

도덕봉~금수봉

도덕봉 정상석이 있는 곳은 아무런 풍경을 볼 수 없다.
그냥 피곤함에 나무그늘 아래서 초코파이 하나와 물 한 모금.
땀으로 흥건한 배낭을 다시 조여 매니 수통골을 안고 있는 능선을 한 바퀴 돌아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중간에 내려서는 길이 있으면 계곡으로 도망나오자.’

물이 잘 통하는 곳, 그러니까 물이 풍부하다는 쪽으로 해석을 하니 水桶골이라 한다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그리 해설을 하고 있다는 누리꾼의 말을 이용)

도덕봉(道德峰 534m)은 예정에 흑룡산(黑龍山)이라고 동네 사람들이 불렀음에도 공식명칭은 도덕봉이다. 이 봉우리 아래서 의상대사가 수통굴에서 수련을 해서 도를 깨닭았기 때문인가보다. 명칭이 너무 도덕적이다.

수통골은 계룡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지만, 대부분 계룡산 봉우리와 달리 공주에 속해있지 않고, 도덕봉, 금수봉, 빈계산이 대전광역시에 속해 있다.
대전에서 접근이 쉬어 많은 사람들이 찾다보니 길이 거의 고속도로 수준이다.
봉우리라는 곳 마다 나무로 둘러 쌓여 풍경이 좋지 않지만 간간히 보이는 대전광역시 시가지와 계룡산의 전망이 생각보다 뛰어난 곳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을 만한 수월함과 빼어남이 있는 곳이다.

그렇게 고속도로(?) 같은 등산로를 지나다 보니 힘이 다시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어느덧 금수봉(錦繡峰 532m) 삼거리다.
원래는 여기서 계곡을 따라 일찍 하산하려고 했는데, 요놈의 욕심!
금수봉이 비단을 수놓은 것처럼 보이려면 도덕봉이나 빈계산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멋지기는 하다만 비단까지는 아니다.

금수봉은 역시나 또 실망을 준다. 팔각정에 올라도 전망도 시원치 않고,
사회적 거리를 두려니 어디 앉아서 쉴만한 틈도 없다.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훔치지도 못하고 내려서다 조용한 공터에서 자리를 잡고 숨을 돌린다.

저~ 끝 봉우리가 금수봉인데, 멀어보여도 능선이 거의 평지 수준이다. 앞 봉우리만 오르면 갈만하다.
이제 장군봉은 뒤로하고 황적봉과 치개봉 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고속도로 수준의 산행로. 체력을 회복하기 딱 좋다. 꽤 길에 이어진다.
금수산에서 내려서다 데크에서 볼 수 있는 풍경, 노은동 신시가지
유성시가지

 

빈계산~주차장

금수봉 정상의 답답함은 빈계산 쪽으로 내려서는 중턱 암반 지역에서 멋진 풍경으로 보상을 받는다.
오늘은 드디어 빈계산(牝鷄山 415m)에 오르려고 한다.
한자대로 하면 암탉산이다. 그 유래는 알 수 없으나 멀리서 바라봐도 미더운 구석이 없어 보여 여러 번 지나쳤던 봉우리다. 그냥 속는 셈 치고 올라보자!
빈계산 삼거리에서 고민하지도 않는다.
산행 속도를 조금 줄였다. 다행히 고속도로를 걷다 보니 체력이 회복되어 봉우리 일주를 하려 맘을 굳혔다.
720일까지 있다는 일부 구간 보수공사 때문인지 사람 그림자를 찾을 수 없더군.
얼마나 하찮으면 사람이 이리 없는가. 라는 생각은 빈계산 정상에서 지워야만 했다.
봉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풍경이라곤... 대신 얼마간 내려서 능선구간에 다다르니 도덕봉~금수산구간과 멀리 계룡산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지더군.
빈계산에서 수통골 1주차장으로 내려서는 길은 쉼엄쉬엄 편안하게 내리고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이러니 사람들이 많이 찾을 수밖에.
막바지 가파른 구간을 내려서려니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더라. 마침 점심시간이라 공사는 멈춰 있었고, 공사관계와 잠시 스칠 때 잔소리 한마디 들었다.

금수산 아래 데크에서 보는 금수산은 조금 보잘곳 없어보인다.
수통골 골짜기

 

빈계산 전망에 실망했지만, 내려서다 맞이한 뷰포인트! 파노라마 기능을 꼭 써야 한다.
빈계산 전망대크에서 바라본 도덕봉

 

도덕봉

숲을 나오니 허걱!
열기가 장난 아니다.
수통골 입구, 가득한 사람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 양과 질이 다르다. 마스크를 써야만 한다.

도덕봉 들머리에서 잠시 머뭇거린다.
코스 안내도를 보면서 잠시 갈등을 때린다. 솔직히 갈등을 때리거나 마나 차가 삽재에 있으니 올라야 할 봉우리다.

먼 길 돌아 걷느니 봉우리를 오르는 게 낫다는 걸 알고 있는데... 순간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발걸음이 시작된다. 다행이다.
삽재 원점회귀를 위해 택한 도덕봉 오름길은 북서 방향의 코스다. 자연스레 그늘진 코스를 생각했는데, 이미 기온은 오를대로 올라 있고 해가 머리 위에 떠 있으니 그 열기가 그대로 전해지고 만다.

~ !!! 미치겠다.
어쩜 이렇게 2018년의 기억과 똑같냐.
그래도 그땐 더 늦은 시간이라 태양이라도 조금 삐딱할 때인데...
땀에 쩔고 쩔은 옷, 내리막에 적응한 근육이 다시 오르막에 다다르자 반항을 한다.
요즘 내 저질 체력은 생각 않고 너무 무리했나?

오르매 힘들어 중간중간 주저앉는 사람들. 한 바퀴 돌고 온 나와 처지는 다르지만 지금 이 순간 힘든 건 마찬가지다.
저들의 푸념과 느릿함을 한껏 이해된다.

우리 강아지들의 칭얼거림과 냉장고 안 시원한 캔맥주, 우선 샤워부터 시원하게 해야겠지?

산은 거의 변함없다. 내 변덕이 죽 끓듯 할 뿐이지.

멋지다! 조금씩 시야가 넓어진다.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사실 이렇게 산행을 시작해서 빈계산으로 하산하며 마무리하는 것이 무리 없는 것인데, 유격훈련도 아니고 이게 뭔지... 2년 전 기억을 깡그리 지워버리고 다시 이 길을 택하다니.
도덕봉 정상은 먼저 온 사람들이 점령하고 있다.
마음과 달리 무거운 발길을 삽재가는 능선으로 향한다.
그래도 도덕봉 오르는 코스보다는 훨씬 낫다. 군데군데 햇살이 파고들지만 그늘 아래로 부는 바람에 체력을 조금씩 회복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올라오면서 느꼈던 고통 덕분에 잊고 있던 무릎 통증을 걱정해야 할 때다.
신중하게 가능하면 뒤꿈치부터 11자로 발질을 하며 내려선다.
조금씩 통증이 올 기미가 있었지만 다행히 아픔 없이 하산을 마친다.

 

~
정말 오랜만에 무더운 날씨에 땀 흠뻑 쏟아가며 산행을 했다.
우선 계속해서 통증 없이 산행을 마무리하고 있어서 스스로 만족한다.
조금씩 조금씩 근육을 키워나가야지. 무리하지 말자.

 

도덕봉 바로 아래 데크에서 본 전경
도덕봉에서 도를 쌓네~
산행 마무리, 박정자삼거리 - 반갑다.

 

'산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주대간  (0) 2020.09.13
연미산  (0) 2020.09.13
새 단장 한 신원사, 연천봉  (0) 2020.06.21
갑사 삼불봉 자연선릉 관음봉 연천봉  (0) 2020.06.07
2020 봄 공주대간  (0) 2020.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