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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7년만에 찾은 대둔산(878.9m), 수락계곡-낙조대-마천대-수락계곡

by 여.울.목 2021. 10. 3.

7년만에 찾은 대둔산(878.9m)

수락계곡-낙조대-마천대-수락계곡 원점회귀
거리 8.1km, 소요시간 4:10 평균속도 1.9km/h(점심과 휴식 포함)

2021-10-03_수락_대둔산_001.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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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yh911.tistory.com/137

 

 

남덕유산? 대둔산... 수락계곡 코스

남덕유산... 아니 대둔산 남덕유산은 개인적으로 가기 힘들다고 해서 어려운 날씨에도 굳은 각오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찾아 들어가는 길도 멀기도 하고 코스 자체가 원점회귀보다는 횡단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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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이다.
예전엔 가족들과도 자주 찾았던 곳인데. 요즘 뜸하다.
2014년 12월 둘째 주, 산악회에서 남덕유산을 찾았다.
산불조심 기간이라고,
국립공원이라서 그랬는지 눈이 하얗게 내렸는데도 관리자가 쫓아와서 통행을 막았었지.
꾸역꾸역 버스의 방향을 바꿨지.

눈 덮인 코스 기를 쓰고 올랐던 생각 뿐이다.
지나온 길을 비교해보니 그 때와 똑 같은 코스다.

아~ 그런데 벌써 7년이다.
시간이 그렇게 지났다.

9월에 접어들고
무언가에 홀려 한 달을 어떻게 지나쳐 왔는지 모르겠다.
희망이라는 것이 실낱같이 나풀거리는 일이었건만... 
내가 이리도 스트레스에 약한 인간인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나이듦에 대한 실증. ㅎ

참!
여긴, 대둔산 수락계곡 입장료 무료, 주차료 무료다.
도립공원인데, 충남과 전북의 도계(道界)다.
여긴 논산이니깐... 아무튼 무료다. 충남 전북 모두 도립공원으로 지정했다고 한다.

전승탑까지 이어지는 콘크리트 길 양 옆으로 단풍나무가 무성하다.
아직은 초록이지만,
벌써 군데군데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콘크리트를 벗어나면
이제는 수락계곡을 따라 몇 킬로미터는 데크길을 따라 물소리와 함께 걸으면 된다.

계획대로 난 제일 먼저 나오는 샛길로 빠지기로 한다.
겨울에 눈 덮여서 그랬는지 몰랐던 너널지대를 지난다.
너덜치고는 돌덩이가 큰 편이다.
잔걸음 보다는 조금은 큰 걸음을 지어야 한다.
그만큼 체력 소모가 더 할 것이다.

500정도 되는 능선에 다다르니,
예전에 절이나 건물 터가 있었는지 견고한 석축이 보인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한 컷 남겨본다. 
이 500 등고선을 따라 석천암 부근까지 상대적으로 편안한 길을 거닐 수 있다.

감히 몇 십 미터라도 석천암까지 다녀올 틈이 없다.
이제부터는 걸음걸음마다 내 눈 아래로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니 힘이 난다.
낙조대~마천대 능선따라 움직이는 등산객의 재잘거림도 들린다.
하지만, 산은 그리 쉽지않다.
7년 전 그 겨울을 생각해봐.
기를 쓰고 올랐잖아. ㅋ
조금 더 고생을 해야 한다.

경주에 가면 이런 비슷한 풍경이 있다. 탑이 그거에 50% 정도... 경치는 비슷하게 끝내준다. ㅎ
살짝 물든 단풍 사이로 월성봉 정상이 보인다.
이제 월성봉 정상이 한 눈에 보인다. 누가 밭이라도 일구나? 여름 철쭉 군락이라고 한다. 내년 봄엔 철쭉보러 와보자.
낙조대가 보인다. 힘내자.
멋진 암릉구간이다.

땀을 더 쥐어 짜니 앞에 마천대와 비슷한 눈높이다.
여기서부터는 거의 암릉이라 풍경이 꽤나 값지다.

그때 뭐 그리... 용을 쓰면서 올랐는지 모르겠다.
지나고 나니 그냥 '추억' 속에 버무려져 있는 평범한 것인데.

마천대와 거의 비슷해진 눈높이

 

영화 '300'이 생각난다. 힘센 놈 하나 여기 서 있으면~ 땡이다.

사실 낙조대는 그리 멋진 풍경을 내어주지는 못하지.
퇴악볕이 내 땀에 젖은 살갗을 파고든다.
그늘 능선길로 숨어들어야만 한다.

이제 마천대까지는 멋진 절경이 함께 어우러지는 길이다.
절경에 대한 즐거움이 없다면
많은 체력소모에 짜증이 날 수도 있다.

마천대가 코 앞이다.

드디어 마천대.
땀에 범벅이어도 마스크를 착용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마스크를 잊지 말아야 한다.

마천대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어찌 주변 산과 달리 요놈만 이리 울구락불구락한 것인지 참 묘하다.
요지조리 정상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그리도 함께 가자고 꼬셔대로 오지 않던 울 아이들 생각이나네.
예전엔 잘도 따라다니더만.

마천대 정상에서, 전북 쪽 도립공원 지구를 바라본다.
마천대에서 지나온 암릉 구간, 낙조대.

마천대를 지나자 인기척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다.
인파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고 그냥 내려선 길이라,
멋진 소나무와 조화롭게 있는 너럭바위에 털썩 주저 앉아본다.
뭔가를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생각을 부른다.
그 생각이 생각을 말끔하게 지우지는 못한다.

산악회 밴드에 섣부른 단풍사진을 올려본다.
한 달 여 지나면 싫든 좋든 with코로나를 한댄다.
어쩌다 이 어색한 시기 한 복판에 살고 있군.

생각이 생각을 더 키운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련다.

구름다리 위에서, 수락계곡

오렌지색 구름다리를 지나
수락계곡으로 내려간다.

물소리가 점점 커진다.

블루투스 리시버의 볼룸을 두 칸 더 올린다.

지나치는 사람들을 보니,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아침 일찍부터 도시락을 싸준 마눌님이 고맙네.
가족들과 함께 와서 계곡 끝까지라도 걸어볼걸... 
후련하게 땀은 흘렸지만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쉽기도 하다.

뭔가 정리를 하려고 왔는데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쩜 그 흐름에 실려가되 방향만은 잃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