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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세상사는 이야기

길 잃지 않길...

by 여.울.목 2022. 8. 7.

깜박이 단추를 눌렀다.

멈춰 서야만 했다.
녀석들이 한 줄로 가지런히 지나간다. 시내 한 복판에서.
어미는 아닌 것 같은데 리더를 따라 질서 있게 이동한다.
조금 전까지 더 견고하고 정연했건만
누가 쳐다본다고 긴장했나? ㅎ

어딘가 뚜렷한 목적이 있는 녀석들을 보니 묘한 감정이 파고든다.

요즘 부쩍이나

가슴은 먹먹하고
뇌는 쪼그라드는 것 같은 느낌이다.

길을 잃을 세라 얼마 전 「오십에 읽는 논어」라는 책을 샀다.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뭐 그런 지남철이 될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나보다.
뭔가 해야 할 일부터 해야하는지 저 책부터 읽어야 하는지
그런 생각에 폭염이 나를 알콜 기운에 기대게만 한다.

툭툭 털고 일어나기엔 손이 베이고 살점이 떨어져나갈 것 같은 두려움이 도사고 있는지
열대야 속에 꿈자리도 매섭다.

축~ 쳐진 눈짓으로 「오십에 읽는 논어」를 바라보메
20대에 읽은 「수레를 밀기 위해 내린 사람들」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20여 편의 에피소드를 엮은 책이었다 - 지금은 절판.
진흙길에 빠진 수레를 꺼내기 위해 수레 안의 사람들이 내린다.
내용은 그거다. 간단하지?
말은 쉽지만 술과 고기에 익숙한 - 비단옷 입으신 분들께서 직접 내려서기 쉽지 않았을 게다.
각설하고,
내가 타고 있는 이 수레(국가나 소속 단체, 내 인생)가 버벅거리고 있다면
적극/긍정/도전... 뭐 그런 걸로 가득 채워 팔 걷어부치고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거지.
(어떤 사람은 남 탓을 어떤 이는 기도만하고 저 사람은 다른 이의 힘을 이용하려고 할 때)
http://mycall.pe.kr/?error_return_url=%2Findex.php%3Fmid%3Dbooks%26document_srl%3D17239&vid=&mid=books&act=IS&is_keyword=%EC%88%98%EB%A0%88&x=0&y=0

20대 초반 읽은 그 책의 기운이 지금까지 내 걸어오는 길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
최소한 비겁하게 도망친 일은 거의 드문 것 같으니깐.

그런데, 반 백년을 살고 가만히 손에 쥔 것들을 생각하니 한 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때론 비겁하고 쪽팔리더라도 세상의 흐름을 탔어야 했나?
그렇다고 내가 무슨 애국을 한 것도 아니고...
그러니 갑자기 불어닥치는 나와 내 주변 일들이 나를 자꾸 흔든다.

스스로 당당히 맞서기엔 체력도 머리도 자꾸만 흐릿해지니 긴 숨만 내 쉴 뿐이다.

제민천을 향하는 오리새끼들을 바라보며,
잠시 먹먹한 가슴을 이리 헤아려봤다.

이러다 발등에 불떨어져야 정신차릴라나? ㅋ

어쩔 수 없다. 내 맘은 디지털이 아니다.
아날로그다.
생각만으로 바꿀 수 없는 큰 사이클을 그린다.

아그들아 때론 어른도 길을 잃는다. 방심하지 말고 주위 잘 살펴서 건너거라.
지나가는 행인의 재미로 아픔 겪지 말고 무사히 둥지로 돌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