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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기억 속에서 다시 끄집어 내다 - 향적산(574m)

by 여.울.목 2023. 5. 30.

무상사-물탕집(기도도량)-향적산 정상 574m-누룩바위(능선길)-물탕집-무상사

5.99km  |  1:50  |  3.2km/h

Climbing_2023-05-29_향적산.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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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도 있는 건가
? 헛웃음이 난다.
5월 초순 연휴도 그렇더만 하순 연휴까지 비가 발을 묶어 놓고 있다.
연휴 마지막 날 일찍 그칠 거라던 예보는 어김 없이 배신 때린다.
일기예보 비구름 아이콘이 오후 타임라인까지 범한다.

점심 식사 후 창밖을 보니 멈췄다.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나선다.

향적산은 계룡시와 논산시를 경계로 금남정맥과 그 지맥이 이어지는 곳이다.
논산지역의 호우경보 해제 후 얼마 안 돼서 그런지 계룡 터널을 지나자 차창에 빗방울이 뿌려진다. 내심 걱정.
다행히, 무상사 앞 공용주차장에 도착하니 비는 잠잠하다.

 

기억?
연휴 내내 내린 비로 좀이 쑤셨는지 비 그치자마자 나온 사람들 여럿이 보인다
.

몇 년 만에 찾는 향적산인지 모르겠다.
계룡산 여기저기 탐방을 시작할 즈음 눈에 들어 세 번 정도 찾았는데,
벌써 10년은 넘은 것 같다.

계룡시에서 치유의 숲을 조성했다. 덕분에 기억 초기화에 일조해 너머 낯선 곳이 되었다.
며칠 내린 비로 계곡은 물소리로 행복한 아우성으로 가득하다.
옛 기억을 더듬어 길을 찾는다. 길은 똑바론데 기억이 엉망이다.
휴대전화 로커스맵 앱을 켜고 갈림길마다 방향을 가늠한다.
무상사를 지나 처음 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올라갔으면 재미있고 효율적인 산행이 되었을 것인데, 더듬더듬 찾아간 흔적이 자 모양이더라.

예전 능선 따랐던 기억과 달리 산허리를 감고 난 새 길을 따라 한동안 등고선과 나란히 전진한다.
덕분에 봉우리 근처에서는 산 덩치에 비해 긴 편의 오르막과 대적한다. 다행인 건 계단 조성으로 그닥 애먹진 않았다.

 

산악 구보
정상 마지막 계단 부분
, 금남정맥 능선 갈림길부터 나를 따라잡았던 산악 마라토너가 정상을 찍고 내려온다. 드디어 얼굴을 맞이한다. 50 중반을 훌쩍 넘어 보인다.
인근 부대 장교 같더라
, 목례로 인사치레한다. 대단하다 난 걷는데도 힘든데.

 

누룩바위
안개로 가득해 주변 풍경은 없다.
미련 없이 내려서기로 한다. 하산길 잠시 고민에 빠진다. 능선을 따라가기로 한다.
안개로 짧아진 시야 탓에 끊긴 길 끝에 가서야 막다른 절벽임을 확인하고 되돌아선다.
이제 능선은 옛길이 되었는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아 방해받지 않고 자란 나뭇가지로 걷기에 거추장스럽다. 걸음마다 가지에 부딪혀 쏟아지는 빗방울 우수수 온몸으로 받는다.
반가운 돌탑, 그래도 내 기억과 일치한다. 반갑다.
네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돌탑으로 '누룩바위'라고 한다.
누룩을 밝아 쌓아 놓은 모양이라 누룩바위라고 하는 것 같다.
구굴에서 이미지 검색을 해보니 비슷한 형태의 같은 이름의 바위가 많이 나온다.

 

멘재
능선은 금남정맥과 이어지는데
, 그저 멀리 안개 가득한 멘재를 바라보며 입맛만 다시다 하산한다.

 

치유의 숲 조성으로 포장 잘 된 길
향적산 바로 아패 대피소
정상, 천지창운비와 오행비라는데...
안개 때문에 능선끝까지 왔다. 되돌아 선 능선길 끝자락
누룩바위
반대편, 더 정교한 모습의 누룩바위
멀리 안개에 가린 멘재와 천황봉, 입맛만 다신다.
연휴 동안 내린 비로 계곡이 생기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