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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계룡산 연천봉(742.9m)

by 여.울.목 2023. 5. 14.

신원사-보광암-연천봉(742.9m)-고왕암-신원사(원점회귀)
6.7km, 2:51, 2.3km/h

 

서울 나들이를 마치고 나서 그런지 더 조용한 일요일 아침이다.
조금 더 지체하면 오전 내 산행은 어그러질 것 같아 내심 반대를 무릎서고 배낭을 꾸린다.

 

>국립공원 문화재 관람료
근처에 있다는 점에 얽매여 계룡산을 자주 찾는다.
가성비 높게 체력 확인과 골산의 풍미를 느끼기 위해 찾는 장군봉
몇 해 전부터 완만한 시작으로 자연선릉을 지나 갑사와 동학사를 날맹이로 하는 다이나믹한 상신리 들머리 코스
그리고 신원사를 거치는 연천봉 산행

가만 보니 주로 다니는 코스가 입장료 - 문화재 관람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신원사 쪽은 관람료를 내고서도 자주 찾았다.
갑사동학사와 달리 돈 냄새(?)가 많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찰 건물도 그러려니와 몇 년 전까지 사천왕문 언저리까지 있던 주점 모두 사라져 조용하다.
당연히 사람도 별로 없다. 그러니 한적한 산행이 별미인 곳이다.
가끔 북적대는 인기척이 그리울 땐 남매탑 주변도 서성거린다만 내 기분에 따라 홀로 산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아무튼 5월부터 입장료가 없다기에 반가운 마음에 찾았다.
빈 지갑이 주는 작은 쫄밋함을 품고 입구를 지난다. Free Pass!

 

>보광암부터 등운암
예전엔 신원사에서 연천봉 오를 땐 계곡 끼고 고왕암을 지나는 길을 선택했다.
오로지 법정 탐방로였다.
10여 년 전 보광암 옆길로 향하는 길을 우연히 알게 된 후 내겐 연천봉 오르는 유일한 길이 되었다.(몇 년 후 법정 탐방로가 됨)
등운암으로 의식주를 나르던 분들이 탄탄하게 다져놓은 안정적 길이다.
군데군데 오르막 고단함을 풀어주는 전망 포인트! 이 맛을 보고는 상대적으로 무미건조한 계곡길을 오름에 선택할 수 없다.
물론 처음 느꼈던 그 기분을 매번 누릴 수 없다.
그래도 여전히 멋진 풍경이 땀 훔칠 핑계를 준다.

 

>연천봉을 지나는 계룡산성

연천봉 턱 밑 등운암 근처에 다다를수록 능선길은 외나무다리 같다.
그 꼴에 예전에 주어들은 지식을 보태면, 여기가 계룡산성의 일부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렴풋 20대에 읽은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의 주된 장소가 이 부근이다.
계룡산성은 후삼국과 고려초 때 축조된 것으로 추정하는 산성이다.

 

계룡산성은
연천봉·관음봉·쌀개봉으로 연결되는 능선과 계곡에 외성(外城)과 외성의 추정 남문지를 둘러싸는 사다리꼴 형태의 내성(內城)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 산성과 달리 이중 성벽 형태이다.
외성은 동서 방향의 사다리꼴 형태로 둘레는 3,500m.
내성 둘레는 약 850m, 북동 방향으로 추정 문지와 건물지 확인. 잘 다듬어진 돌을 이용하여 축조했으며, 자연 암반은 그대로 성벽으로 활용하였다. 대부분 성벽이 붕괴된 상태나 군데군데 성벽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다.
큰 규모에 비해 미흡한 관리로 점점 산성으로서의 위상을 잃고 있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https://yyh911.tistory.com/522

 

연천봉(742.9m)~문필봉(756m)~관음봉(765.8m), 그 또한 내 삶인데

가끔, 혼자 산에 오를 땐 많은 생각을 짊어지고 오른다. 산 어딘가에서 보따리를 풀어 먼지 하나 남기지 않고 훌훌 털어내고 싶을 때. 거친 숨을 내 뱉으며 오르내릴 땐 그 짐짝을 잠시 잊을 수

yyh911.tistory.com

 

연천봉에서 통신과 군사시설로 통제하고 있는 쌀개능선과 천황봉을 그나마 제대로 볼 수 있다.
봉우리라 그런지 몇몇 사람들이 모여 인증샷을 찍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그들의 분주함이 이 산의 고요함을 깨지는 못하더라.
정상부 데크 설치는 좋은데, 이로 인한 연천봉 석각 보존에 아쉬움.(안내판도 사라짐)

 

>하산, 계곡길
아쉬움을 털고 연천봉고개로 내려선다. 고개로 모여드는 길마다 등산객 이야기 소리로 심심치만은 않다.
이제 내려서는 일만 남았다. 쌀개능선에서 모여든 계곡물을 만나기까지 500여 미터 마른 계곡을 따라 가파르게 내려온다.
이 구간 계곡의 청량함이 일품이지만 그런 지점까지는 지루할 정도로 크고 작은 돌덩이를 지나와야 한다.
고왕암을 지나서부터 제법 물줄기에 활기를 띤다. 극락교 근처부터는 모든 소리가 묻힌다.
자리 깔고 벌써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 부럽다. 다음부턴 저긴 내 자리. ~

 

시주 많이 해 누리는 특권인지 승용차를 경내까지 몰고 오가는 사람들이 걷는이 보다 많다.
그거 빼고는 여전히 조용하다.

삐질삐질 많은 땀을 예상한 것과 달리 적당한 기온과 바람으로 상쾌한 기분이다.
막무가내로 도망가는 일요일이지만 다행히 가족과 함께 점심을 한다.

삼프로TV 미국 강연을 듣는 중 강사

언제나 궁한 돈과 걱정들 몇몇 빼고는 대부분 사람들 삶이 그렇습니다.”
세상사 모든 걸 다 아는 것 같이 자신만만한 저 사람도 힘든 구석이 있나 보다.

 

Climbing_2023-05-14_신원사_연천봉.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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