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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어쩌다 雨中 산행, 청벽(277.3m)-국사봉(392.1m)-마티

by 여.울.목 2023. 5. 8.

어쩌다 비와 함께 산행하고 말았다

청벽삼거리-청벽산(277.3m)-매봉재(357.3m)-국사봉(392.1m)-마티(220m)
5.65km  |  2:07  |  2.7km/h

Climbing_2023-05-07_청벽_국사봉.gpx
0.59MB

마티-청벽삼거리
4.2km  |  0:47

Hiking_2023-05-07_마티_청벽_트레킹.gpx
0.41MB

 

 

망설임
10여 분 넘게 청벽대교 밑에서 망설였다.
집 나설 땐 이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차창 때리는 빈도수가 점점 높아지고 바람도 제법이다.
한 겹 더 입고 온 건 다행인데... 산행 여부 판단에 멈칫거린다.

포기하고 되돌아간다. 상왕동 지날 즈음 머뭇거리는 빗줄기 - 다시 핸들을 튼다.

뷰 포인트
말 그대로 인적 드물어진 산으로 들어선다.
청벽 뷰 포인트까지 0.55km 정도, 가파르다.
이내 우거진 숲 사이로 무거운 빗방울이 우두둑.
커버 없는 배낭, 괜히? 메고 온 카메라를 위해 1회용 우의로 판쵸우의를 만든다. 덕분에 차가운 바람까지 막을 수 있었다.

너덜봉(국사봉) 겁쟁이
청벽 포인트 지나 첫 번째 봉우리 진날산(220m), 이제 그친 듯한 빗방울 눈치 보고 우의를 우겨 넌다.
이제부턴 지난 오름처럼 가파르지 않지만 몇 개 산을 이어 놓은 능선 아닌 능선 따라간다.
충남과학고와 금강수목원 임도로 갈라지는 고갯길부터 매봉재(357.3m)까지 만만한 오르막에 에너지를 쏟는다.

잠시 능선이 주는 평온함을 만끽하고 버섯농장까지 잠시 내려서고 이 구간 최고봉 국사봉(392.1).
국사봉 근처에서 오늘 처음 산꾼 두 분을 만나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국사봉은 언제나 나를 긴장하게 한다.
청벽 포인트나 이 봉우리 옆 산불감시 카메라 조망대 주변 조금 빼고는 骨山아닌 肉山인데 요놈의 봉우리만 너덜거리는 봉우리다.
너덜지대 대부분이 가파른 구릉지형인데 요건 봉우리가 어쩌다 아작 났는지 모르겠다.
겁나는 거? 몇 년 전 뱀 한 마리가 봉우리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일광욕 하다 내가 오자 머리를 바짝 세우는 것이여. 그때 얼마나 모골이 송연하던지...
그날 이후 여길 지날 때마다 긴장된다. 머릿속에 돌무덤 깊은 곳에 있을 녀석들 소굴이 그려진다. 사진 찍는 짧은 시간 내내 겁쟁이가 되어버린다.

일기중계
말도 쉬어간다는 마티고개부터 아스팔트 길이다. 여기부턴 그냥 힘 빼고 걷는다.
다시 시작한 비 - 우겨 논 우의를 다시 입게 만든다.
일기예보. ~알 해야 6시까지 ~1mm, 9시까지...
더 이상 중계방송 안 볼란다.
시간 갈수록 더 굵어지는 빗방울 ㅠㅠ 너무한다.

마티터널을 뚫고 고즈넉해진 옛 국도와 달리
과학고 지나고부터 쌩쌩 오가는 차량 소음과 무례함에 신경을 바짝 세운다.
안전을 위해 그래야만 한다.
스토리 있는 괜찮은 구간인데 막바지 안전이 문제다.
공주시에서 조금만 투자해보면 어떨까?

집에 오니 비 그침.
허탈.

 

청벽 뷰포인트 - 초콜릿 빛으로 불어난 금강
국사봉 정상은 돌덩어리로 가득하다. 진흙 둘러치면 적성총 되것다.
국사봉 옆 산불감시카메라 앞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