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대중교통] 황악산 산행이야기_2013.03.31.

by 여.울.목 2014. 9. 3.

불타는 금요일후유증으로 토요일은 방바닥만 뒹굴뒹굴.

일요일 아침 6. 주섬주섬 배낭을 챙기면서도 행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이다.

*산성동 시외버스 정류장

내 아련한 기억 속의 시외버스터미널의 처음은 사대부고 근처 KT&G공주지사 자리다. 그 땐 눈으로만 쳐다봤을 뿐이고, 실제 내가 이용했던 차부는 지금의 제일은행 건물 자리의 차부다. 그리고 덩치를 키워 맞은편 아직도 건물이 남아 있는 공주터미널로 이사를 했는데, 이때가 제일 호황기였던 것 같다. 신관동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터미널은 강 건너로 도망가더니 소유권 다툼 끝에 금호고속 자리에 어정쩡하게 합석을 하고 앉아있다. 산성동 정류장은 터미널이 강 건너로 적을 옮긴 후 얼마동안 옛 터미널 문간에 머물다 2~3년 전에 광주고속 터 아래편에 공간을 마련해서 옮겨왔다. 대전복합터미널가는 버스를 타려 이곳에 들어섰다. 보통 매표소 아가씨들은 맞이하는 승객이 많다보니 말투나 표정이 무심하건만, 산성동 매표 아주머니의 정감어린 모습은 초봄 이른 아침의 추위를 잠시 잊게 해준다.

07:10공주 산성동시외버스정류장 08:10대전복합터미널 09:30김천 도착

17:40김천역(무궁화) → 18:40대전역 → 유성온천역 | 19:41유성 → 20:15공주 도착

공주-대전 버스 4,400 | 대전-김천 버스 6,600 | 김천-대전 무궁화 5,700 | 유성-공주 3,100

김천 시내버스 1,100 | 김천 좌석버스 1,400 | 대전지하철 1,100

시외와 고속터미널이 합쳐진 후로 처음 찾은 대전복합터미널은 빛바래가는 공주하고는 딴판으로 리모델링해 동-서관으로 멋지게 나뉘어져 있더라. 타는 곳을 어렵사리 찾아 김천행에 오르자마자 들리는 경상도 사투리. 차는 어느새 고속도로를 달려 옥천을 지난다. 고속도로 증간에 만들어진 시내버스 정류장, 옥천에 시속 100km이상으로 달리는 시내버스가 있다기에 신기해하며 타 보았던... 그게 벌써 20년 전이다. 잘 달리던 버스는 갑자기 국도로 접어들어 황간과 추풍령을 거치고서야 김천에 도착한다.

*11! 잊지 않을 테다.

우선 주린 배를 채우고 11번 버스를 기다려 본다. 보통 시내버스는 종점1-종점2’, 아님 종점을 기점으로 한 원형 노선인데, 여기 11번 버스는 종점1(직지사)-종점2(터미널)-종점3(구미 약목)’이다. 물론 내 실수다. 확실하게 물어보고 타야 했는데, 고딩에게 물었더니 여기서 타면 직지사 간다고 했다... 차에 등산객이 없는 것이 첨부터 미심쩍었다. 시내버스란 것이 원래 여기저기 들렸다가는 것이려니, 버스 탄지 1시간이 다 되어 혹시나 하고 내 위치를 추적해 보니 금..산 근처다. 등짝이 후끈거린다. 어디서 내려야하나? 그냥 금오산이나 올라야하나? 이 버스 타고 다시 되돌아가?

1.jpg

<구미 약목에서 김천으로 되돌아 오는 직행버스 안에서, 금오산 자락이 보인다>
버스 창밖으로 김천행 직행이 보이기에 얼른 올라단다
. 이래저래 2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

직지사 오가는 길에는 111번 좌석버스만 탔다. 나 말고도 4~5명의 청년들이 이런 생고생을 했는지 계속 투덜거린다. 대전까지는 폰으로 기차표 예매해서 그나마 앉아 왔다. 지하철을 내려 구터미널 가는 버스를 탄다. 숨이 탁 막힌다. 승객이 버스 복도까지 가득 차, 내내 출입구 계단에 서서 왔다. 이 불편함 참 오랜만이다. 오랜만이기에 이 불편도 싫지만은 않네. 집사람 왈 기다림도 불편함도 즐길 줄 알아야 진정한 여행가란다. 하지만 솔직히 갈 땐 몰라도 올 땐 날아서 오고 싶다고요.

sat.jpg

 

 

   

*황학이냐 황악이냐

 학이 많이 산다하여 黃鶴산이라 했는데, 직지사 현판과 택리지黃岳산이라고 표기되어 있어 자를 붙여 왔다고 한다. 울창한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1111m의 최고봉을 가진 산이다.

2.jpg


직지사 관람료 2,500원 안 받아도 충분할 것 같은데 가진 자가 더 갖고 싶어 한다더니... 하긴 저 멋진 건물을 유지하려면 돈도 꽤 들어가겠다. 12:16~16:33(4:16)
12:18
남들 점심 먹고 내려올 때쯤에서야 산행을 시작한다. 놓친 2시간을 잡으려 점심도 잊은 채 발길질은 한다. 다행히 운수암까지 3.3km(4.7km/h)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어 순조롭게 산행을 이어간다. 운수암 지나서부터 흙길 등산로가 시작된다. 능선이 가까워지며 가파름이 거세지더니 능선접점3.9km(4km/h)에 도착하니 그새 내 기세도 많이 꺾였다. 능선은 가파르던 으름보다야 낫지만, 흠이라면 육산인 탓에 무성한 나무에 가려 탁 트인 전망은 허락되지 않으니 피로를 씼어낼 청량감은 덜하다.

3.jpg

<비로봉 근처에서 보이는 맞은편 능선, 내가 가야할 길이다. 신선봉-형제봉>
황악산 정상
(비로봉)6.1km(3.3km/h)도 그리 전망이 좋지는 않다. 이곳 특징은 부근에 헬기장이 2곳이나 있을 정도로 봉우리에 어울리지 않는 꽤 넓은 공터가 있다는 것이다. 날이 점점 풀리는지 오르는 능선 내내 불던 차가운 바람에 훈풍이 섞여온다.

4.jpg


<헬기장이 2곳이나 되고, 공터도 많은 정상부. 하얀건 아직 안 녹은 눈덩이>  

5.jpg6.jpg

정상에서 보이는 형제봉은 이름만큼이나 세 봉우리가 사이좋게 보인다. 따듯한 바람을 맞으며 그 풍경을 보니 맘이 편안해진다. 이제 곳곳에 오르막을 숨긴 내리막만 남았다. 말발굽 모양의 능선 길은 다시 직지사로 모이는데, 이 한 바퀴를 한달음에 쫓으려 오버 페이스 했는지 신선봉8.5km(3km/h) 어귀에서는 힘에 부쳐 길가는 도중에 그냥 멈춰서고 말았다. 점점 속도는 줄어들고...

7.jpg


<형제봉, 그 뒤 산줄기에 바람재가 보인다>

8.jpg

<산이 다 이런식이다. 나무에 가려 조망이 좋지 않다. 그나마 나뭇닢이 없으니 이정도...>
아무리 그래도 황학산이 맞지 황악산은 아닌 것 같다
. 누군가 저녁까지 술 먹고 올라와서는을 떼고 을 붙인 것은 아닌지... 하지만 쉽게 마무리될 산행은 아닌 것 같다. 지도를 가만히 보아하니 신선봉(944m)아래 망월봉(597m)부터 내려가는 길이 같잖게 40분이나 걸린다. 신선봉을 지나 내려가는데, 이 길을 거꾸로 올라오려면 꽤나 땀 뺐을 것 같은 경사가 곳곳에 이어진다. 망월봉, 낮은 봉우리라고 얕잡아 볼 것이 아니다. 지도 등고선이 보여주는 정도와 달리 계룡산 치개봉길을 내려올 때처럼 두 다리가 힘에 겨워한다. 반시계방향으로 코스를 잡은 것이 천만 다행인가 싶다. 이정도면 대신 을 붙여도 되겠거니 여겨지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한 것 같다.

9.jpg

망월봉을 지나자니 고도 차이에 따른 기온차가 있는지 산 여기저기에 분홍빛 꽃이 환하게 피어 있다. 시간에 쫓기다 그냥 지나칠 뻔했구나. 그 놈의 2시간 때문에 정신없이 달려왔더니 산행을 한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울창한 숲은 맞는데 이미 천이의 과정을 겪어 소나무대신 참나무류가 산을 점령한 상태다. 내려오는 길, 아름드리 소나무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내 고단한 몸을 기대어 힘껏 안았다. 내 두 팔이 감당하기엔 한참 모자란 멋지고 튼튼한 소나무다. 편안하구나. 아무래도 너를 안고 보니 황학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