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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지리산 뱀사골

by 여.울.목 2017.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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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가벼운 트레킹이다.

아들녀석과 함께 가고자했는데,

전날 서울 나들이가 좀 버거웠던지 아님 은근히 부담이 되었는지 아침에 일어나려 하지 않는다.

 

같이 타지의 산행을 해 본지가 한참이어서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코스라 내도 좀 기대를 했건만...

 

단체 산행인데, 사무국장님이 못 나오신다는 소식에 괜히 부담이 되었다.

아무래도 억지로라도 끌고 나올 수 있었는데,

이것저것 단체 산행에 신경을 쓰다보면 아이에게 소홀할 것 같아서 

내심 녀석이 포기하길 바란건 아닌지 모르겠다.

 

오전 9시를 조금 넘겨 도착했다.

피서객들에게는 이른 시간인가보다. 계곡이 아직까지는 한가하다.

하루종일 얼마나 푹푹 찌려는지 평지를 걷는데 벌써 땀이 한 바가지다.


 

계곡 시작지점. 엄청나게 깊은 지점이다.

물빛이 예사롭지 않다.

사이다병 같은 시원한 청량감...

 

시작부터 지리산 3대 계곡이라는 명성을 드높이누나.

 

반선교에서 천년송이 있는 마을로 갈라지는 요룡대까지 2km는 대부분이 데크길로 이루어져 있다.

가족과 함께 편안한 마음으로 시원스런 계곡을 따라 힐링 제대로 할 수 있다.

 

거의 경사가 없어서 걷기에도 부담이 없는 코스다.

 

요룡대까지 이어진 점잔은 길은 이제 조금 거칠어진다.

비탈이 조금 가미가 되고, 비포장길이다. 발목 돌아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요룡대에서 만난 다람쥐

꼬리가 청솔모의 것이다. 두 무리가 섞였나? ㅋ

 

트레킹 내내 계속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어찌보면, 도심속의 차량소음과도 같은 것일 수 있는데

정말 하얗고 하얀 백색소음이다.

오히려 시원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려준다.

 

 

 

뒤풀이 식당 예약을 하느라 요룡대에서 늦게 출발했다.

단체 산행을 할 때마다 조금씩 서운한 점이 이것이다.

이 사람들 간다만다 이야기도 없이 야속하게 후다닥 사라진다.

 

후미를 따라잡고,

선두를 다 따라잡고 보니 우리 이번 산행의 반환점 간장소다.

 

아래와 여기 기온 차기 무척이나 많이 난다.

처음 산행 때에는 풍덩 빠지고 싶은 생각이었는데, 추울 것 같다.

 

그만큼 여유 있는 산행을 했다는 말도 되고 ㅎ

 

 

간장소를 지나서부터 가파른 구간이 시작된다.

우리 일행은 여기까지다.

오늘은 그냥 힐링 산행이다.

그러고 싶다.

 

사실 휴가 한 복판에 산행이 잡혀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휴가가 되어버렸다.

녀석도 못 데려오고...

몸과 맘이라도 편하게 내버려두자.

 

사진 찍기 싫어하는 1번무전기가 왠일인지 찍어달라고 아우성이다.

경치는 참 좋은데 경치에 가려 네가 묻히는구나.

그 경치가 함께 나오려면 네가 바로 내 앞에 있어야 하는데 ㅉ

 

내려가는 길에,

오르는 길에 그냥 지나쳤던 밥먹기 참 좋은 너른 바위에서

 

 

내려올 때도 마지막 산행 뒤풀이 장소를 확인하는데,

같이 무리져 내려오던 녀석들이 후다닥 사라진다.

 

전화 통화를 마치고 혼자서 터덜터덜 내려오는데

데크길 옆으로 옛길이 보인다.

 

아~ 벌써 25년이나 지났다.

녀석들과 함께 뱀사골 계곡 야간산행...

그땐 산장 예약같은 것도 없이 무작정 올라서 뱀사골 산장에서 돼지주물럭 구워먹고,

천왕봉까지 완주했던 기억

그 때 걸었던 옛길이겠지.

 

어제 같은데 벌써 25년이나 지났다.

친구들 잘 지내고 있나?

감히 전화 걸 용기도 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동안 너무 다른 곳에서 너무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일까?

그 갭을 메우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이제 사람이든 일이든 뭔가 새롭게 시작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