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을 위한 지식
그림, 우아한 취미가 되다
초판 1쇄 2016/09/05
초판 5쇄 2017/08/10
허진모
이상미디어
예술>미술>미술일반/교양
‘팟빵’이라는 앱에서 만난 “[휴식을 위한 지식]전쟁사 문명사 세계사”라는 팟캐스트에서 역사이야기를 하고 있는 허진모라는 작가. 진행을 맡은 개그맨 장웅이 이런저런 이유로 박사학위를 포기한 그를 허석사라고 불러 ‘허석사’가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팟을 들은 사람은 알겠지만 사실 허진모는 그의 본명이 아니다. 현재 교통방송국의 PD인데, 어려서 서당에서 한학을 배우고 역사를 공부하고... 직업과 색다른 취미 아닌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즐겨듣는 이유는 그의 인간적인 면이 아닌가 생각된다.
책 이야기보다 그를 더 이야기 한 이유는 이 책이 그런 그를 바탕으로 한 책이고, 그렇게 이 책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팟캐스트에서 책 광고 좀하라고 멍석을 까는데도 선 듯 나서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다. 그들 말대로 경제적 이득을 떠나 또 다른 자아를 가지고 있는 우아한 사람이다.
그의 말대로 그림 이야기는 쉽게쉽게 이어진다.
그림을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 미술을 전공하고 외국 유학께나 다녀온 사람들은 이렇게 접근하지 않았으리라. 좋은 것이든 아니든 내가 느낀 것은, 학창시절 뭔가 시험보기 위해 열심히 외우려는데 잘 안 외어지는 커다란 덩어리, 이런저런 특징을 골라잡아 나름 내 방식대로 머리에 집어넣고는 잘 다듬어 다른 사람에게 예쁘게 설명까지 해주는... 그런 느낌이 아닐까.
미술을 전공한 학자라면 이렇게 독자 입장에서 설명하지 못했을 것이다. 뭔가 심오한 철학 같은 것을 끼워 맞춰야 이야기가 되고, 그래야 그들의 밥벌이가 되니까. 아마 학문이든 뭐든 다들 그들만의 장막을 치고 밥줄을 지키려는 발버둥이 아닌가 모르겠다.
뭐 하나라도 알듯말 듯...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책이 있다.
“설득을 이기는 설명의 힘”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 사람들이 일단 무언가를 알고 나면 알지 못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상상하지 못하게 되는 것.
그래서 자꾸 어려운 말을 쓰고, 듣는 사람의 입장은 생각지도 않고 혼자 떠들고 소수의 사람 취향에 맞추어 재미없는 설명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원인을,
①낯선 어휘를 사용하고 ②잘 알지도 못하면서 설명하고 ③자신의 똑똑함을 내세우는데 치중할 때 ④왜 그래야 하는지 연관 지어 설명하지 못할 때
그런 그들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 중에 하나이다. 물론 연구실에서 묵묵히 학문에 열중하시는 분들 빼고 말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부분은 흥미로운 이야기로 독자의 마음을 홀린다. 모나리자 그림이 도난당한 사건과 그림이 비싸지게 되는 비정상적인 과정을 저자의 속된 표현대로 ‘후루꾸’적인 측면에서 쉽게 설명한다.
게다가 몰상식한 미술품의 가격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인간이 신분과 성공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과 상류사회에 대한 진입을 확인하는 행위일 수 있다는 이야기. 경매의 역사, 미에 대한 개념 등은 짧지만 철학과 인류사까지 담아 낸 느낌을 준다.
그리고 르네상스라는 말을 다시 찾아보게 만든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둘째 부분은 주입식 교육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유명한 화가들에 대해서 휴식을 위한 지식을 말해주고 있다.
-천재 중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 800*500mm <모나리자>를 4년 내내 그리고도 완성 못한 다빈치, 수백 배 더 큰 그림을 4년 만에 완성한 그것도 천정에 매달려 그린 미켈란젤로
-괴물 같은 초인간적인 천재 미켈란젤로와 그와 상반되는 우등생 라파엘로
-일본 애니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의 숭배 화가 루벤스는 그림공장 공장장으로 부제를 붙였고 그가 그린 <한복을 입은 남자>에 고려인이 등장한 것이 인상적이다. 네로와 달리 그는 잘먹고 잘살다 갔다네.
-빛을 잘 다룬 빛의 마술사 렘브란트
-변덕쟁이 고야의 유명한 <1808년 5월 3일 마드리드>는 저항정신이 아니라 부르봉 완가에 아부하기 위한 작품이었다네~
-전쟁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 평화와 안식 담은 그린 밀레, 인상주의에 영향을 줌
-인상주의지만 전통적인 마네와 그를 넘어선 현대적인 모네-순간의 느낌, 인상주의 태동
-발레와 말, 쉬운그림을 그린 드가
-사고의 전환으로 피카소나 마티스와 드랭이 그림을 이상하게 그리게 만든 사람 세잔, 부유한 집안 덕에..
-기분 좋은 풍요가 있는 그림 르느와르
-너무나 유명한 고생 브라더스 고흐와 고갱 – 일본의 도자기 수출 때 포장지의 일본 풍속화 ‘우키요에’ 작품을 모사했다네. 그래서 일본 애들이 일부 인상주의에 영향을 주었다고 목에 힘들 주고 있다고 한다.
-금칠하기 좋아하고 사랑과 죽음, 姓에 대한 고민 표현 클림트
-평생 불안에 떨며 정신병에 시달렸던 뭉크, 표현주의-인간 내면 잠재 욕국 강렬한 색으로 표출
-현대 추상미술 창시자 칸딘스키
-강력한 색채와 자유분방한 필치로 명료하고 강렬하게 표현한 야수파 마티스
-복 많은 예술가 피카소, 92년 살면서 수많은 화풍과 조각, 전위예술, 도자가, 삽화, 시, 희곡까지 많은 분야에 손을 댔다.
-약쟁이 꽃미남 모딜리아니
-명 길고 운 좋은 천재 샤걀, 우리나라에서는 김춘수의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때문에 <나와 마을>이 변해 ‘눈 내리는 마을’로 인식 됨
이 외에도
조금은 우리에게 덜 유명하지만
-반에이크,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등장하는 그림 ㅋ. 유화 유행
-티치아노, 캔버스 처음 사용, 미켈란젤로가 드로잉이 부족하다고 평가-주류인 피렌체는 드로잉에 베네치아(티치아노)는 색채에 가치를 두고 대립적이었기에
-카라바조, 정의롭지 못한 본성을 고스란히 드러냄/ 바로크-‘뒤틀린 진주’란 뜻
-벨라스케즈, 독특한 화면 배치와 인물들의 자세, 거울에 비친 왕
-베르메르, 수푸마토(sfumato) 매우 섬세하고 부드러운 색조 표현 음영법. 다빈치와 추종자들. 선이나 경계선 쓰지 않고 명암을 섬세히 변화
-더바드, 신고전주의 전형. 권력바라기
-앵그르, 얼결에 신고전주의 수장이 된 다비드의 제자
-제리코, 낭만주의 아이콘. 메두사호의 뗏목-메두사호 침몰사건 고발
-들라크루아, 예술가들이 존경한 예술가. 낭만파 대표. 드라마틱한 작품
-쿠르베, 사실주의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19세기 프랑스 형명과 전쟁의 고달픔 담아내지 못해 사실주의 등장/ <세상의 기원> <오르낭의 매장> 인상주의에 직접적 영향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조각가 도나텔로
-브라만테, 브라만테의 설계대로 산 피에트로 성당 개축 시작해서 미켈란젤에서 끝냄 ~ 자금 난으로 면죄부 발행 사건→ 종교개혁; 얼떨결에 종교개혁에 이바지한 위인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등 15세기 평가보다 20세기 평가↑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화가, 보티첼리 컬러, 그림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라는 찬사
-보스, 21세가 작가 같은 상상력
-뒤러, 파머 머리 자화상. 독일 회화는 뒤러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엘 그레코, 만화 같은 그림
-브뤼겔, <윌리를 찾아라> 연상. 유머 감각이 탁월한 풍속화가. 피사체가 주인공 아닌 풍경 속에 있으면서도 살아 움직이는 그림. 종교개혁 격변기 속 네덜란드 독립 관련 조국의 희망을 그림
-와토와 부셰, 샤방샤방
-블레이크,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자신의 한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했기에 그는 분명 행복했을 것이라네. 그의 시는 스티브 잡스가 영감을 얻는 원천
-몬드리안, 초기-풍경화 정물화/ 두 번째 시기-격자 형태 구성(1912년부터)/ 세 번째 시기-미국 살면서, 격자의 검은색 기둥 사라지는 시기
-달리, 이기적이고 뻔뻔하며 정신병자 부자. 늘어진 시계 그림. 초현실주의자
알듯 모를듯한 화가들... 설명하면서는 화가 외에 미술사에서 영향을 끼친 이야기와 전반적인 사조의 흐름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세 번째 부분은, 미술사의 사조에 대한 정리다. 그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멋지게 설명을 해준다. 그렇다고 틀을 벗어났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책의 구분으로는 ‘5장’에 해당되는 ‘미술에 대한 생각의 흐름, 사조’는 두고두고 읽어볼만한 부분이다. 르네상스나 아카데미... 뭐 이런 아는 것 같은데 기를 쓰고 찾아보기에 귀찮게 여겨졌던 낱말들, 이책을 읽어가며 더불어 세계사에 대한 공부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학창시절 선생님들이 이렇게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었으면 어땠을까?
그들도 나름 예술가라는 존심 때문이었나?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저자는 책 내내 그냥 평범한 인간으로서 그림을 대하는 방법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렇게 끝을 맺는다.
미술관을 갈 때, 박물관을 갈 때 이 책 한권 들고 나서면 마음 든든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책을 사 놓고는 이런저런 게으름으로 이제야 마무리해서 미안한 마음
'후니의 책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사>한국사 | 거꾸로보는 고대사 (0) | 2018.08.01 |
---|---|
문학>소설 | 파리의 아파트 (0) | 2018.06.02 |
건강 | 백년허리 (0) | 2018.05.15 |
경제| 우리는 왜 구글에 돈을 벌어주기만 할까 (0) | 2018.04.26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 (서울편2) (0) | 2018.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