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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갑사 삼불봉 자연선릉 관음봉 연천봉

by 여.울.목 2020. 6. 7.

갑사_자연선릉.gpx
0.31MB

 

금요일부터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어느 산을 갈까?
다시 시작한 산행이다만 아직까지 체력이 예전만큼 따라붙어주지 않는다.

차를 가져가기로 한다.
집 주변은 이미 훑었고 원점산행 하기 딱 좋은 곳이 계룡산 갑사에 시작하는 코스다.
그런데 갑사에서 시작하는 산행을 꺼리는 이유가 있지.
바로 주차료와 문화재관람료 때문이다.

갑사 주차장 3,000원
갑사 입장료 3,000원
언젠가는 큰맘 먹고 아침 일찌감치 왔는데 벌써 돈 받을 준비를 하고 있더만. ㅎ
더군다나 주차장에서는 전일 주차까지 빠짐없이 체크한다네.

6천 원이면 가볍게 지나치기엔 그리 작지만은 않은 금액이다.

솔직히 도둑맞은 느낌이다.

 

오전 8시.
산사에는 새들의 지저귐뿐이다.
입장료를 받는 아저씨 왈, “아침 식사는 하셨어요?”
왠 친절. 이렇게 이른 시간에 오니 본인도 출근 시간이 빨라졌다는 말이 아닐까? ㅋ

갑사 근처에 다다르니 유님폼 같은 옷을 입은 대학생 무리가 보인다.
이런 시국에 템플스테이라도 했단 말인가?
학생들의 발랄함이 새들의 재잘거림을 능가한다.

어제 내린 비로 하늘과 땅이 모두 차분하다.
신선한 공기를 맘껏 들이마시며 소소한 사치를 누려보는데,
날벌레가 보통 난리를 치는 것이 아니다.
손사래를 치지 않으면 귓구멍 콧구멍으로 파고들 판이다.

그래도 숲이 주는 싱그러움을 헤칠 수는 없다.

그럭저럭 익숙한 길을 오른다.
안정적인 길을 만든다는 것이 산행로를 온통 돌바닥으로 만들었다.
내 무릎이 잘 견뎌줘야 할텐데...

신흥암에 도착하니 한 직장에서 온듯한 사람들이 신흥암 천진보탑을 보러 갈 것이지 말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도 천진보탑을 지나 수정봉을 거쳐 금잔디고개로 들어서고 싶다만,
체력을 아껴야 한다.
내려가는 길에 고통 없이 지나려면 속도를 조금 줄이고 페이스를 오버하지 말아야 한다.
물끄러미 수정봉을 바라보고는 냉수 한 모금을 마셔 속 차리고 다시 갈 길을 향한다.

신흥암에 새 건물이 들어셨다. 수정봉 봉우리가 오늘따라 더 뾰족하게 보인다.

몇 년 사이에 못 보던 돌무지가 생겼다.
예전에 그냥 돌무지였는데 오늘 보니 석축을 정성스레 쌓아 올렸다.
참 정성스럽다.

금잔디고개는 남매탑 쪽과 달리 을씨년스럽다.
삼불봉으로 오르는 길에 남매탑에서 오는 등산로와 겹치는 구간부터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우회하는 길을 지나치자니 짧게나마 갈등이 머리를 때린다.

삼불봉에서 바라보는 자연선릉-관음봉-쌀개봉-천황봉까지 이어지는 풍경은 일품이다.
오히려 관음봉에서 자연선릉과 봉우리들을 바라보는 것보다 약간 올려다보는 모양이 마치 용이 하늘을 향해 움직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쉽게도 오늘은 박무가 시야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도 화선지에 그려진 담채화처럼 조화롭게 여백의 미가 우러난다.

삼불봉에서 바라본 자연선릉-관음봉-쌀개봉-천황봉

자연선에 곳곳에 뾰족족 솟아 있는 암봉을 차분히 바라보면 마치 신선이라도 살고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사람이 올라설 만한 바위에 올라 보면 가야 할 길뿐 아니라 지나온 길까지 멋들어지게 자태를 뽐낸다.

자연선릉 타는 중, 사진을 확대해서 봉우리만 확대해보면 영락없이 신선 놀이터 같다.
멀리 계룡저수지... 안개에 가려있군. 암벽이 멋진 곳 대자암이 숨어 있다.
관음봉이 한껏 가까이 보인다.

잠시 경치를 보면서 숨을 고른다. 관음봉까지 막바지 오르막이 남아 있다. 그나마 최근에 철계단이 완성되서 오르내릴 때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불편은 없지만 역시나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곳이다.

지난 번에 왔을 때는 정상석 사진 한 컷 찍기도 힘들었는데 이른 시간 때문인가? 코로나19 때문에 관음봉 정상이 그나마 한가하다.

연천봉 고개까지 봉우리를 연결한 험한 산길인데,
위험한 길이라 봉우리 허리를 감아 돌아 난 길이 거의 편안한 능선길 수준이다.
예전 같으면 비법정 탐방로도 도전해보고,
연천봉까지 올라볼 욕심도 부려볼 터인데 오늘은 무릎 통증 없이 하산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컨디션 조절에 온 힘을 기울이기로 한다.

연천봉 고갯길에 새로 만들어진 쉼터용 데크는 20여 명의 산악회 사람들이 점령해서 시끌벅적하다.

관음봉에서... 뾰족뾰족한 문필봉능선을 지나면 연천봉이다. 예전같으면 저 능선길에 뛰어들었을 텐데.
연천봉 가는 길에 속보이는 쌀개능선, 천항봉이 보인다.

하산길. 재미없는 가파른 길을 한참 지나야 한다.
다행이다. 통증이 없다.
조금 늦더라도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시간은 한참 지나 점심시간인데도 주차장은 1/3밖에 차지 않았더군.

연천봉 계곡길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길이다. 20대부터 여길 지날 때 편안함을 넘어 안도감까지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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