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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공주대간 맛보기

by 여.울.목 2020. 5. 5.

2020.04.30. 부처님오신날
하루만 휴가를 내면 “황금”연휴가 되는 황금 같은 시절이다.
하지만 오늘 하루라도 출근하지 않고 쉴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이런저런 복잡한 일은 지워버리기로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집콕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어디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밖은 이미 푸르름이 대세이다.

아이들에게 싱그러운 봄기운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사람들 없는 한적한 곳을 찾아야 한다.
다행히 아이들이 산행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한다.
뒷산을 지나 신기동 효포초등학교 뒷산까지 가기로 했다.
얼마만큼인지 가늠을 하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하지만
가벼운 배낭을 짊어지고 밖으로 나선다.
우리가 잡은 코스는
공주 월성산 봉화대를 지나 웅치를 거쳐 이름조차 지어지지 않은 해발293.7m의 전망 좋은 봉우리다.
공주대간 14km 중 일부를 걷는다.
그래도 왕복 6km는 넘는다.
한 그루의 소나무가 멋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이럴 때 한적하게 가족산행을 하기 좋은 코스다.
감염증 확산이 조금 느슨해져서 그런지
간간히 등산객을 만날 수 있다.
만나는 사람과 나누던 인사말도 자칫 실례가 될 것 같아 피하게 된다.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월성산 봉화대는 말 그대로 봉화대가 있던 장소이다.
논산 노성산 봉화대에서 신호를 받아
공주 고등산(정안면 북계리)과 쌍령산(정안면 인풍리) 봉수대를 통해 한양쪽으로
바통을 이어주던 곳이다.
봉화대 옆 조금 키 작은 봉우리에서는 동과 남쪽의 풍경이 시원하게 보이다.
봉우리 그쪽이 절벽이라 나무가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봉화대에서는 공주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봉화대 옆 봉우리에서는 새종시와 계룡산이 잘보인다.
봉화대에 느짱부린 철쭉 한 송이가...
봉화대에서는 공주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봉화대를 등에지고 웅치로 내려선다.
정부에서 발행하는 지도에는 능치고개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저기 찾아보니 능치가 우니라 웅치다.
동학혁명 때에도 효포에서 공주로 넘어오려던 일본군, 관군과 전투를 벌였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웅치까지 내려오는 길이 꾀나 가파르다.
다시 오를 걸 생각하면 짜증이 난단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는 봉화대를 우회하는 코스로 잡았다. ㅎ
가파르게 내려온 만큼 올라야 하나?
그 정도는 아니어도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곳까지 오르막을 이겨내야 한다.

웅치를 지나 오르면 먼나는 산불감시초소 앞 산행리본


그 후로는 “능선”이 주는 맛을 제대로 느끼면된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한다.
우리 일행이 지나가는데도 딱따구리가 먹이를 찾느라 정신을 팔아
하던 짓을 계속한다.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다.
“그거 기억나지? 딱따구리!”

먹이를 찾아 쪼아대는 딱따구리

 

보이나? 따따구리
붓꽃

 

큰 아이와 함께 멸치맛국수를 끓여먹던 추억이 있던 쉼터를 지난다.
아이가 아직도 그날의 수모(?)를 기억하나보다.
이젠 덩치가 나보다 커 어른 같지만
그때만 해도 초딩... 라면 스프의 당분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벌들이 무서웠다고 한다.
그렇게 숲이 주는 여유를 느끼며 전망 좋은 봉우리에 오른다.
가까이는 공주생명과학고 실습장이 보이고, 효포초등학교, 조금 멀리 봉화대,
고개를 오른 쪽으로 조금 돌려 멀리 계룡산 능선까지 시원하게 펼쳐진다.
암석으로 이루어진 봉우리에 멋들어지게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값어치가 크다.

멋진 소나무
북쪽으로 봉화대가 보인다.
계룡산도 한 걸음 더 앞에 있고...

이제 배낭을 열어 참아온 허기를 채운다.
햇볕이 조금 따갑게 느껴질 즈음 시원한 집으로 복귀.
아~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야 할 아이들도 참 답답하겠다.
빨랑 이 혼란한 시기가 잘 지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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