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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대둔산, 수락계곡~낙조대~마천대

by 여.울.목 2023. 4. 30.

토요일
수월한 산행을 위해 술을 피하려 했는데 점심 반주에 없던 저녁 모임까지 꾸려졌다.

일요일
비에 하루 미뤘던 산행을 해야만 한다.
편치않은 속에 아침끼니를 우겨 넣는다.

주차장-석천암-낙조대(808.9m)-마천대(878.9m)-군지구름다리-수락계곡-주차장(원점회귀)
8.2km 4시간 7분(점심시간 포함)

<철쭉은 아직...>
2021.10. 대둔산 수락 쪽 석천암을 오르며 맞은편 월성산의 평퍼짐한 구릉에 한껏 감탄했지.
활짝 핀 철쭉 군락을 기대했는데 그닥 매력적이지 않다.
먼발치서 바라봐도 실망스럼이 크다.
한 주 늦춰 왔으면 조금 더 만발했지도 모른다.
 
<석천암>
평화로운 수락계곡 데크를 버리고 석천암으로 향한다.
오르며 느꼈던 고달픔이 비슷했나 속리산 천왕봉 가는 기억과 서로 뒤엉킨다.
오늘 세 번째 오름에 다름을 각인한다.
석천암까지 600미터 쯤 되는 오름길이다.
초입부터 반 조금 넘게 너덜지대다. 가파름을 최소화하려 사선으로 나 있다.
자칫 무릎이 너덜거릴지도 몰라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런 길이다보니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아이가 음악을 튼다. 
아이와 함께 하니 혼자보다 훨 나은 산행이다.
석천암을 무심하게 지나쳐 암자 뒤 우람한 바위에 오르니 아이가 탄성을 지른다.
멋진 풍경을 즐길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석탑은 경주 남산의 것을 모방한것 같은데 풍경만은 그에 못지 않다.

<낙조대>
낙조대까지 가파르지만 암릉 구간이 주는 멋진 풍광이 가슴까지 트이게 한다.
나온지 얼마 안 되는 연초록의 잎 사이로 분홍빛 철쭉이 보인다.
꽃망울이 더 많아 다음에 오는 사람까지 기쁘게 할 것 같다.
낙조대에 다다르니 마천대가 손에 잡힐 것 같다.
논산 태고사와 전북 완주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마천대>
낙조대에서 마천대까지 한 1km 정도 능선길을 간다.
가끔 편한 길 말고 험한 옛 길을 따라 가면 힘든만큼 멋진 선물이 눈 앞에 펼쳐진다.
토양 자체가 영양분이 많아 보인다. 진흙질 토양은 토요일 내린 비를 그대로 안고 있어 질퍽거린다.
자칫 넘어질까 조심거려야 한다.
마천대는 노동절 연휴를 틈타 한땀한땀 걸어온 사람들과 게이블카를 타고 즐기려 온 사람들이 뒤엉켜 장터를 이뤘다.

<군지구름다리>
주차장까지 내려가는 길이 4km 조금 넘는다.
군지구름다리 철계단을 정점으로 내리막이 장난 아니다. 
아이가 석천암으로 시작한 게 다행이라고 한다. 
가파름이야 비슷한데, 힘들어도 비경에 땀값을 하는 석천암 쪽과 달리 숲 사이로 무작정 내려서야 하는 만큼 체력만 소비되는 구간이다.
군지구름다리에 다다라서야 숨통이 트인다.

격렬한 내리막은 구름다리와 철계단을 마지막으로 수락계곡 데크길에서 평온을 되찾는다.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와 같은 공간에서 공감을 가진 산행이었다.

 

Climbing_2023-04-30_수락_대둔산.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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