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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운탄고도1330 5길

by 여.울.목 2023. 9. 10.

2023.09.09.
운탄고도1330 5길
꽃꺼끼재~만항재

Climbing_2023-09-09_운탄고도1330_5길.gpx
1.84MB


아침 6시 20분
산악회 버스가 대교를 건넌다.
막 떠오른 태양이 밤새 식은 금강을 꼬득여 물안개를  바람피게 한다. 저 너머 뾰족한 우산봉은 안개 속에서 여전히 똥침 쏘며 훼방이다.

먼 길임에도 근래 제법 많은 분들이 버스에 오른다.
몇 달 외도한 탓인지 낯살지만 반가운 선배님들도 함께하신다.

트레킹은 강원 정선 산길을 무대로 한다.
오전 10시를 훌쩍넘겨 걷기 시작한다.

야생화가 많다는 꽃꺼끼재부터 시작이다.
등반대장 왈(曰) 광부들이 퇴근길에 마눌님 주려 꽃을 꺾던 곳이란다. 노동자들의 일상에 애틋함을 더한다.

운탄고도(運炭高道)
무연탄이 한창 인기있던 시절
영월, 정선, 태백, 삼척에 있던 탄광을 이어 석탄을 실어나르던 고원 길 173.2km
최고 고도 1330m이라 "운탄고도1330".

오늘은 전체 구간 중 5길을 걷는다.
고도는 1067m에서 최고 고도 1330m(만항재)를 품고 있다. 평균고도는 가장 높지만 고도차는 별로 없는 무난한 구간이다.

길은 내내 임도로 이어져 있다. 석탄 실은 차가 오갈만한 너비다. 어릴 적 완행버스를 타고 청양 갈 때마다 구불거리던 칠갑산 옛길(지금도 있지만) 같다.

길가에 1177갱을 작게 남겨 놓았다.
하지만... 낭만의 포장지 속에 숨은 광부의 고된  흔적은 오간데 없다.

1000m 넘는 고도 길을 걸어서 그런지 늦더위와 싸울 필요 없다.
반바지를 선택하길 잘했다. 구간 내내 수풀 우거진 곳은 1도 없다. 수월한 길 덕분에 선두와 후미 간 거리는 그리 길게 늘어지지 않고 그때그때 간격을 좁힌다.
그러고 보니 지난 산행 때 삑사리를 냈던 나의 갑질 산행이 생각난다. 다른 길로 날머리를 잡아 일정을 30여분 넘게 지체시켰었지. ㅋ
지금 기회를 빌어 공식적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래도 힘들다.
길이 평온하니 같은 동작 반복으로 같은 관절과 발바닥이 지루함을 호소한다.
게다가 막판 스퍼트~
만항재가까이 마지막 몇 길로미터는 할딱고개만치롬 땀을 바가지로 쏟게 한다.

만항재 근처에 오니 거대한 풍력발전기를 온전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끝물에 자전거와 오토바이, 자동차, 어린아이들이 자주 보인다. 장시간 걷기에 지쳤는지 다들 흔히 보아왔던 것들에 반가워 한다.

걸음마다 의미를 남기기보단 한숨한숨 건강한 호흡이면 그만이다.
잘~ 모르겠다.
뒤플이 후로 내 머리가 춤을 춘다 ㅋㅋㅋ
오늘 이만…!


??? 이거이 무슨 말이야? ㅎㅎㅎ
사실 뒤풀이 자리에서 적정량을 넘어선 과음을 하고 말았다.
도저히 몇 글자 더 적어 마무리 할 수 없더군.
집에 와선...
나를 반기는 아이에게 갖은 잔소리를 퍼붓고 잠자리에 들었다.
잘 놀고 와서 이게 뭐람. ㅠㅠ
운탄에서 그 흔한 꽃 한 송이 꺾어오질 못할망정.
급 반성모드로 조용히 일요일을 연다.
그래야 다음 산행 도시락을 기대할 수 있으리~~~

↑  가는길 휴게소 앞산에 걸린 구름이 재밌다.
↑  관광버스는 여기까지, 꽃꺼끼재까지 1km 넘게 걸어야 한다. 멀리 하이캐슬 리조트
↑  도롱이 연못, 탄광이 주저 앉으며 생긴 생태연못
↑  1177호 갱
↑  1177호 갱 앞 풍경
↑  두위지맥을 타고 설치된 풍력발전 시설
↑  운탄고도길 틈바구니 양털구름
↑ 다섯손가락 모양의 암석
↑ 차로 오를 수 있는 최고 높이 고개 '만항재' 1330m
↑ 주차장 너머 함백산 정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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