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여행 이야기

공주 | 추억이 어려있는 백제문화제 & 화려한 야경

by 여.울.목 2017. 10. 5.

제63회 백제문화제

2017.9.28.목~10.5.목

공주시 금강신관공원, 미르섬, 공산성 일원



백제문화제 올해의 주제는

"한류원조 백제를 만나다"인가 보다. 그래서 '마미지'라는 단어가 여기저기 있나?

안내 인쇄물에 주제 선정 사유에 대해서 조금 써 놓았으면 테마있는 관람(?) 또는 참여가 되었을 텐데.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마미지'는 전라도 장흥의 한 지역의 옛 이름이라고 하네. 

'미마지'다.

자료를 찾아보니, 백제 무왕(600~640) 때의 기악연주가라고 한다. 그래서 한류원조라고 했군.

일본에 기가쿠라는 춤을 전했다고 한다. 그런 문화전도사의 일을 테마로 한 것 같다.




어릴적부터 내 자라오면서 함께 성장해 온 백제문화제.

중학교 때에는 등떠밀려가장행렬에 참가도 했었다. 강제 동원이었지. ㅋ

의상이니 뭐니 대부분 참가자의 몫이었고, 

그러다보니 그나마 그런 것들을 챙겨주지 못하는 집 아이들은 아예 참여하기도 힘들었던 것 같다.

그 걸 또 억지로 이놈저놈 잡아다 시키는 선생님들... 

뭐, 그래도 그런 분위기 조차 당연하게 여겨지던 때였으니까 별 탈은 없었다.

좋은 말로 포장한다면, 애나 어른이나 민간인이나 관이나 모두 참여한 축제? ㅎㅎ

그 후로 강제 무상 학생동원에 따른 학습권 침해 등.... 

이런저런 잡음이 일면서 학생들의 고단함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 것 같다.

그리고 그 틈은 경제발전과 함께 부풀어지는 보조금예산으로 이러쿵저러쿵 메워지는 것 같더만.


지금보다 자금의 투입이 별로 없던 때라 학생들 아니었으면 행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때이기도 하다. 

지금에 비하면 별 볼일 없을 때였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그 때가 더 풍성했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추억"이라는 좋은 포장지 때문일 것이다.

한 동안 부여와 함께 격년제로 주최하다가, 

지금은 매년 문화제를 열면서 개막식과 폐막식은 서로 바꾸어 열고 맺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 

아무래도 내겐 구도심 전체가 들썩였던 그 때가 말 그대로 '축제'였다.

공주고등학교에서 사거리까지의 웅진로는 온통 사람들로 가득해서 빠른 걸음을 걸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 축제의 중심은 공주사람들이 흔히 "사거리"라고 부르는 "중동교차로"였다.

중동교체로에 단상이 차려지고 높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는 공주고에서 시작된 이런저런 행렬이 사거리에서 뽐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발산하고는 구터미널 쪽으로 내려오면서 냄새분자가 퍼지듯 사라진다.

이런저런 볼거리도 많았지만 술이나 도박 같은... 못볼거리도 아이의 눈에 비쳐졌었지. ㅎ


중학교 때만 하더라도 산성시장의 끝부터 금강으 둑까지는 논이었다. 

그 전에는 미나리를 많이 심었었는지, 어른들은 미나리깡이라고 부르셨다. 

대청댐이 80년대부터 도시계획을 많이 손보게 한 것 같다. 논은 쓰레기로 매워지더니 이런저런 건물이 들어선다. 미나리깡 주변 매립이 완료되면서부터 야시장이 그리로 옮겨갔다.

그리고 지금은 도시개발로 들어선 아파트 단지를 따라 백제문화제 행사의 주 무대가 '공산성'과 '금강신관공원' 쪽으로 많이 기울어졌다. 


지금 '공산성'은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지만, 어릴적만해도 산성공원이라고 불리어졌다. 1990년대까지 수십년 동안 일제가 지어준 이름으로 방치되었다고 한다.(인물로 본 공주역사이야기 김정섭, http://yyh911.tistory.com/299그렇게 천대받던 우리의 유적이 일년에 한 번이라도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자리가 되었다.


오늘은 백제문화제를 맞아 그 공산성과 금강신관공원 일대의 야경을 즐겨보려고 한다.


드디어 백제문화제가 시작되었다. 

거리마다 매달린 등불이 보름달 대신 하늘에 대롱대롱~

웅진성퍼레이드를 구경하려 아이들과 함께 나왔는데 옛날 같이 그 흥경운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요즘 '공산성'하면 TV사극이며 인쇄물이며 죄다 금서루를 배경으로 한다.

실제 남북으로 교통의 중심은 진남루와 공북루였다고 한다.

넓은 주차장과 광장이 들어서면서 주인공이 바뀐 셈이다.

예전에 소풍을 오면 진남루를 통해서 들어가곤 했지. 금서루는 성안마을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 정도로만 생각되어졌지.


요즘 공산성을 찾게 되면 

걸어서 오면 영동루나 옥녀봉성 쪽에서 토성을 넘어 들어온다. 

공주 구도심의 향기가 폴폴 풍기는 정겨운 길이다.

그리고 아이들 그리기대회 같은 행사라도 있는 날에는 

덕성공원빌리지 쪽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는 진남루 쪽으로 들어선다.


웬지 매표소가 있고 차단기가 있는 금서루에 정이 가질 않는다.

---

아무튼 오늘은 인파에 밀려 금서루를 지난다.

양털구름이 파란 하늘과 잘 어우러진 하루였다.



마블링이 잘된 것이

참 맛나는 축제일 것 같은 느낌? ㅎ




금서루를 지나 


공산성 안으로 들어선다.


성안 마을 터는 몇 달 전만해도 발굴이 한창이었다.


갑자기 욱~ 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 발굴 현장을 문화제 행사 치른다고 다 덥어버린거야?

이거 너무 심하거 아닌가?


아래 두 컷의 사진은 지난 4월 하순에 공북루에서 찍은 발굴 현장 사진이다.

무식한 내 눈에도 석축이 또렷하게 보인다. 문화제가 끝나면 다시 파내려고 그러나?

이곳 발굴에서 백제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갑옷과 생활용품 같은 유물이 많이 나왔다던데...

관련된 자세한 사진자료는 아래 **님의 블로그 참조

http://blog.naver.com/hppower/220822503538


성안마을 사람들 다 이주시키고 공터를 만든 이유가 이런 행사 때문인거야?


---


아무튼,

발굴이야 잘 마무리 했으리라 믿기로 하자.

아무리 행사도 중요하지만, 보다 나은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신중했어야 한 건 아닌지...

무식한 한 시민이 걱정을 해보았다. ㅠ_ㅠ




다행히 성안마을은 흥청망청... 뭐 그런 것 보다는

문화행사와 체험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급히 묻어버린 현장의 뒷 수습은 코스모스로?



공북루를 지나 


금강을 건너기로 한다.

어른 기준으로 입장료로 5,000원을 내야한다.


'유로'라는 거부감보다는, 보다 짜임새 있는 축제를 위해서 필요한 조치였다고 생각된다.

금강에 놓여진 부교를 가는데 오는데 1,500원씩 요금을 내는 셈이고

2,000원은 행사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캐쉬백의 개념?


참가하는 사람들,

처음에는 우이 쒸~ 조금 인상을 찌푸리다가도

다시 돌려받는 것이 있다는 것에 그나마 인상을 푼다.

덕분에 행사장 내 점포들이 이런저런 시너지효과를 누리는 것 같다.


보다 선진화된 축제기법같은데,

홍보가 덜 되다보니

나 같은 선량한 시민조차 'ㅆ'부터 내뱉는다.

홍보 좀 잘 합시다~!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조형물...

하지만 퇴근길에 눈에 들오온 반짝이는 조명은 다른 해와 달리 정말 세련되었어.

그래서 작년만해도 '그게그거지...'하며 방구들에 붙어지내다가

올해는 기를 쓰고 나서봤다.


솔직히 타 지역의 이런저런 '빛의 축제', 이런 것들보다 훨 낫더군.


해가 진 뒤 멋진 모습 기대할게...





미르섬이다.

올해도 비가 많이 와서 잠시 잠겼던 섬이다. ㅋ

어쩌다 퇴적물로 생겨난 섬을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 달갑지만은 않았는데,

꾸며놓으니 볼만하다.


이런저런 공연과 체험을 할 수 있는 데다

이번 문화제의 주제를 엿볼 수 있는 '미마지테마촌'과 '미르섬백제별빛정원'이 있는 유료 입장지이다.


근데 왜 이리 근본도 없는 미르섬에 집착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잘 꾸며놓았어도 어릴적 금강의 하얀 백사장이 자꾸 생각난다.

돌려다오~!!!


해가 지기 시작한다.



해바라기, 하루가 고단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어쩌냐 밤이 더 괴로울 텐데...





드디어 빛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풍등도 하늘을 날기 시작한다.

저 풍등은 제대로 잘 마무리되는 것인지... 한 켠으로 걱정이다.




저녁에 알밤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고, 

'2017 공주 캐릭터 페어' 행사장에 들어셨다.


입장료로 1,000원을 받는데...

나 보다 얼큰히 취하신 어르신이 자꾸 뭐하러 돈받냐고 매표소 젊은이에게 지청구다.


내 생각에 돈 1,000원이 주는 효과는 큰 것 같다.

일단 공짜라고 막무가내로 들어서는 것을 막아 준다. 일단 관람이 필요한 사람만 들어서니깐.

캐릭터에 관심 있는-주로 아이와 보호자- 계층이 필요에 따라 입장한다.

뭐 하나라도 더 체험을 해보려고 구석구석 둘러본다.


이런저런 체험에 설문까지 마다하지 않으면 고마곰 캐릭터 부채를 준다.


그래서 그런지 1,000원 본전을 뽑고 나오는 기분이다. ㅎ









캐릭터 페어를 나오니 밤이 더 깊어졌다.

금강대교까지 마구 빛을 쏟아낸다.





뿜어지는 빛에 따라 코스모스가 옷을 갈아 입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는 가정 하에 

이런 광경에 눈을 뜬다면,

전쟁이라도 난 줄 알겠다.




소원으로 가득하다.


많은 사람들의 소원과 소원이 어우러져 길을 이룬다.


이런 광경을 보면서 생각되어지는 것이...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 이리 많으니,

신이 있다면, 신도 이 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어찌 다 세심하게 들어 들 수 있겠어

그러니 좀처럼 노력해도 서로의 소망이 얽히고 섥혀...

인간의 잣대가 아닌 신 만의 잣대로 공평함을 이루려 하실지 모르겠다.


그래도 소망을 담아

등불에 매달면서 뭔지모를, 

마음 속의 무거운 짐을 잠시나마 가볍게 할 수 있으리.




오늘은 우리 아이들이 풍등을 꼭 날려보고 싶어 한다.


지수야! 왜 반말이야? ㅋ



경식아 웬 지렁이?

글씨 좀 똑바로 써라 잉! ㅋㅋㅋ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만원의 행복이 따로 없네..


사람들 소원을 담은 풍등 하나하나가 불규칙하면서도 결국엔 바람따라 규칙적으로 무리를 지어

웅진성 가을 밤하늘을 풍요롭고 따스하게 밝힌다.



바람에 등을 날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늘 밤엔 녀석들의 일기장을 몰래 들춰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공북루에 올라서서 카메라 앵글을 잡아본다.

예전 같으면,

정말... 전쟁이라도 났어야

 금강이 이렇게 울그락불그락 했을 것이다.


고운 단청 아래로 드리워진 시끌벅적한 금강이 낯설지만 밉지는 않다.




금서루




문화제 막을 내리면

그 고요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얼마 전엔 대전으로 권력과 사람들을 내주었던 이곳이

이제는 서울말고 대한민국 곳곳이 상생하자고 시작한 

세종시라는 블랙홀 때문에 또 야위어져가고 있다.


맨날 이런 축제를 치러야 하나? 

피식-쓴 웃음-


풍성한 문화적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공주다

그 알알이 하나로 잘 꿰어 놓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이번 축제에 있어 눈에 띄인 것은 유료 관람체험이다.

야외 부스에서 돈 얼마를 내고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것은 예전부터 보아왔는 낯익은 풍경이고,

미르섬 입장에 있어 유료화, 중요한 것은 입장료의 일부를 다시 돌려주는 방식이 참 좋았다.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이용하는 마케팅을 도입한 것 같더군.

무조건 공짜가 아니다보니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했다는 느낌이 들고

하나하나 건성으로 넘기지 않으려는 마음이 생긴다.

게다가 신관공원에서 먹거리를 즐길 때 쓸 수 있는 쿠폰이 또다른 혜택을 받은 것 같다.

공주 캐릭터 페어도 비록 1천원이지만 관심 있는 사람들만 들어서다보니 참여자의 질도 높아진 것 같다.

물론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게 잘 이루어졌겠지?

자칫 돈만 생각한다고 여겨질 수 있으니 여기저기 세심한 배려도 필요할 것 같다.

 

행사운영에 있어 많이 세련되어진 것 같다.

반면 풍등행사와 같이 참가자가 내는 비용의 대부분이 수익금로 여겨지는 수입은 어떻게 쓰이는지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리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서로의 믿음이 더 넓게 퍼지고,

궁극적으로 공주에 사람들이 찾는 것이 축제 때문이 아니라

다시 살기 위해서 찾아들 것이라고 생각!

또 다른 공산성 이야기


공산성~정지산 걷기 http://yyh911.tistory.com/344


금강과 어우러진 공산성 http://yyh911.tistory.com/324


공산성과 금강철교 http://yyh911.tistory.com/218


공산성 이야기 ① ② http://yyh911.tistory.com/166    http://yyh911.tistory.com/156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미산  (0) 2017.10.18
원산도 여행  (0) 2017.10.16
공주 | 금강둔치공원~석장리박물관 자전거 여행  (0) 2017.09.03
서울시립미술관-덕수궁-서울도서관(구 서울시청)  (0) 2017.08.15
강경 여행  (0) 2017.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