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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계룡산, 상신리-자연선릉-동학사

by 여.울.목 2022. 10. 23.

상신탐방센터-삼불봉(777.1m)-관음봉(765.8m)-동학사
10km
3:30

 


지난해부터인가?
상신리 탐방센터를 들머리로 하는 산행에 맛이 들었다.

우선, 탐방센터까지 들어서는 길가 마을은 재력있는 사람들의 전원주택이 들어 차 있다.
그 와중에 옛 건물터와 돌담과 석축 사이로 피어난 구절초가 내 머리에 각인되어 있나보다.
항상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는다.

상신코스는 다른 곳에 비해 사람들이 많지 않다.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는 수월한 구간이기에 일에 지친 몸을 다시 산행으로 단련시키기에 딱 좋은 경로다.
대부분 탐방로는 골산(骨山)인데, 여긴 육산(肉山)이다.
물론 큰배재에서 상원사 남매탑과 삼불봉을 지나 금남정맥을 타면서 다시 골산의 뼈저린 맛을 느끼지만,
오름에 있어 바위와 돌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을 일은 없다.

작년부터?
툭툭 털어내고 싶어서 찾았던 것 같다.
근 한달 새 양쪽 어깨며 허리의 묵직한 통증이 나를 괴롭힌다.
뭐 한 모퉁이라도 돌아서면 맑아질 것 같은데,
기대와 달리 내게 더 많은 공을 들이라는 징조 같다.
 only 기도만으로 무언가를 이룰 수는 없지. 그래서 산길 걸음을 시작한다.

힘들면 중간에 멈추려했는데,
아직 그 놈의 욕심이 나를 삼불봉으로 이끈다.
욕심... 다  욕심 때문이다.
좋은 작용이든 부작용이든 욕심이 뒤엉켜 아쉬움을 증폭시켰다.
아쉬움은 하루에도 몇 번씩 멍한 머리를 퉁~ 때리고는 단잠마저 깨우기 일수다.
그러고 보니 삼불봉 세 분 부처님도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 갈길을 갔구나.

큰배재부터 몰려드는 사람들.
한 무리가 되어 쉼도 없이 모른척 갈길을 간다.
남매탑은 그나마 짧은 휴식을 준다.
앞 사람의 스틱이 내 눈을 찌를 것 같아 조금 거리를 두고 삼불봉 철계단을 오른다.
인증을 하려는 사람들이 울퉁불퉁 뾰족한 삼불봉 꼭대기에서 외줄을 탄다.

이제 능선에 올라탔으니 오르락 내리락 숨을 고르며 걷기만하면 된다.
걸으면 지워질듯한 생각들이 오히려 기억 저쪽부터 파헤쳐진다.
아~ 이렇게 크고작은 사이클을 그리다 무뎌지겠지.

수 백개의 철계단이 오르막의 절정이된다.
그나마 철계단이 있어 예전보다 오름이 쉽다.
그런 철계단이 옛날 것이 되어 이제 방부목 재질로 교체되나보다.
얼마나 급한지 이런 휴일에 작업을 한다.
군데군데 쉿덩이를 끊어낸 냄새가 고약하게 남아있다.
불똥이 튀어 불이라도 나면 어쩌려는지... 제발 사람들이 뜸한 평일에 했으면 좋겠다.
ㅋ 산행하며 오랜만에 한 현실적인 생각이다.

관음봉은 정말 가관이다.
맛집에 줄을 선 것처럼 인증샷을 찍는다고 구불구불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보니 한심스럽기도 하고,
근데, 관광버스를 타고 멀리서도 왔다고하니
나도 산악회에서 타지 표지석에 가면 저러고 있었으니 할 말은 없다.

동학사로 가는 길.
저 쪽과 달리 운동화 신은 젊은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집에 전화를 한다. 하산을 시작했다고.
동학사지구에서 가족들과 조우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제 중간중간 시계를 바라보며, 너덜너덜한 무릎으로 부지런히 내려서기를 한다.

사람, 자동차, 음식 냄새, 음악소리...
햇살이 따갑다.
나무 그늘에서 오랜만의 산행으로 지친 팔다리를 늘어뜨려본다.

 

Climbing_2022-10-23_상신리_자연선릉_동학사.gpx
1.06MB
석축 위 구절초, 지난 해보다 풍성하지는 않네
상신계곡 초입, 다음 주면 붉게 물들 것 같다.
고도를 높일 수록 붉은 단풍이 자주 보인다
가시광선이 파고드니, 물들기 전 야광색 단풍이 더 매력적이다

 

남매탑은 쉼표다
삼불봉, 인증샷 찍는 무리를 뒤로 하고 천황봉과 금남정맥을 담아본다
붓처럼 뾰족한 문필봉을 수줍게 가리고 있는 소나무가 담채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허걱, 관음봉으로 가는 마지막 철계단

 

동학사로 내려서는 길, 아까 지나온 자연선릉의 다른 면모

 

치개봉, 정말... 가파름으로 계룡산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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