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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계룡산 장군봉(將軍峰 512.4m)

by 여.울.목 2022. 10. 30.

장군봉(將軍峰)

모텔촌→병사골→장군봉(512.4m)→지석골→학림사→모텔촌(원점회귀)
4.8km
2:20
2.1km/h

 

Climbing_2022-10-30_장군봉.gpx
0.03MB




험한 코스

계룡산 코스 중 가장 험한 코스가 아닌가 생각된다.
여기저기 철계단을 설치해서 산행에 큰 지장 없지만 여전히 체력소모가 많다.
대전에서 삽재를 거쳐 공주로 내려서는 길을 지날 때마다 나를 유혹하던 아이보리색 봉우리 무리. 우람하게 서 있는 멋진 바위 봉우리.
골산(骨山)인지라 경치는 좋지만 그만큼 대가도 치러야 한다.
바위 틈에 발을 잘 디뎌야 한다.
그러니 스틱이 필수고, 양손도 잘 활용해야 한다.

자주 찾는 휴식처
그런데도 좀 힘들더라도 머리를 식히고 체력 보강을 위해 자주 찾는다.
일단 유명한 사찰이 없다.
붐비지 않는다.
주차? 아이러니하게도 장군봉과 어울리지 않는 눈꼴시린 모텔촌 길가에 놓는다.
한가한데다 넓은 길가이다 보니 잠시 주차하기에 무리가 없다. ㅎ

짜증
자주 찾는 곳이지만 요즘같이 몸과 맘이 엉망일 땐 조심스레 움직거려야 한다.
아침 집을 나서며 짜증을 부렸다.
그냥 나오면 되는데,
태워다 준다는 마눌님의 말에 시비를 걸고 말았다.
빌미야 약속아닌 약속을 지키지 못한 마눌님이 제공한 것이지만,
어짜피 종단이나 횡단까지 할 몸 상태가 아닌지라
장군봉을 짧게 돌고 나오려 했건만...
연락이 없던 일에 괜히 맘이 상했다.
현관문을 쾅 닫고, 괜한 후회가 달리는 차 안 내내 맴돈다.
그래, 그러는 바람에 스틱을 놓고 온 것이다.

 
첫 번째 뷰 포인트에서 장군봉을
첫 번째 뷰포인트, 삽재와 박정자는 발전하는 건지 그 난리에 신음하는 건지...

첫 번째 뷰포인트, 천왕봉과 천황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경쟁심
첫 번째 뷰포인트, 숨이 차오르고 땀구멍이 열린다.
아직 근육이 살아 있는지 차근차근 앞선 사람들을 따라잡는다.
이제부터 봉우리까지 숲속을 지나는 가파른 코스다.
뒤 따라오던 사람, 어느새 쫓아오는 사람이 되더군.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만다.
오늘 컨디션에 맞는 나의 페이스는 쫓기는 나에게 평정심이고 뭐고 무너지고 만다.
땀으로 뜨거워진 등짝은 봉우리에서의 짧은 쉼에 얼음장처럼 금새 차가워진다.
장군봉 정상. 땀을 훔치고 목을 축이는 사이
뒤쫓던 자 나를 힐끗 바라보더니 먼저 앞서간다.
결국 그니도 지쳤는지 능선 어디에서 다시 내게 추월을 내어 준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괜한 승부욕이 그렇지 않아도 제정신이 아닌 몸을 비틀거리게 만든다.
오르락 내리락 반복되는 능선길 내내 기우뚱거리니 스틱 생각이 간절하다.
간만에 입은 조거팬츠는 스판이라곤 1도 없어 뻩뻗하기는~.
게다가 오랜만에 DSLR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왜케 무겁냐 ㅠㅜ

 
고사목이 오래 서 있다. 몇 년 째 이 장소에서 비슷한 사진을 찍는다.
고사목을 살짝 비껴 서면 탁 트인 계룡산 줄기를 볼 수 있다.

내려놓기
처음부터 그려러고 했다. 그래도 그러다 길을 더 내빼곤 했는데 몸도 맘도 지친다.
갓바위삼거리에서 작은배재로 내려선다.
여긴 무난한 육산(肉山)이다.
내려놓길 잘했다.
이 길을 통해 올라오는 사람들도 꽤 많다.
대부분 연령대가 있거나 부부나 연인이 쉬엄쉬엄 오르는 침엽수림 지역이다.
이렇게 작은배재와 천정골갈림길을 지나 큰배재를 통해 남매탑과 삼불봉으로 살살 빗겨 오르는 길도 괜찮을 것 같다.
내려놓고 한결 가벼워진 ‘여유’라는 녀석이 함께 한다.
다음엔 나도 저 사람들처럼 마눌님을 모시고 와야겠구나.

 
이 숲을 지날때마다 기분이 좋다. 왠지 풍요롭다는 생각까지 든다.
만추
가려 선 모텔 몇 동을 살 짝 감추고 앵글을 올려 찍었다.
역시 멋지다.
보는 각도마다 색다른 름름함

아들이 점심 걱정에 전화하네.
장군봉 덕에 속 좁은 맘을 쓸어내고 밥상머리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