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세상사는 이야기

tvN '시그널'

by 여.울.목 2022. 11. 29.

 

언젠가 어느 예능 프로에서 김혜수의 액션 장면을 본 기억이 난다.
또 하나 찍었나 보네.’
또 하나 찍은 그걸 TV에서 보았는데, 어찌나 우울하던지...
그 뒤로 재방 삼방 계속되는 tvN 공세에도 다시는 쳐다보지 않았다.
그것이 20161월이었다.

 

202212
지난 주말 tvN SHOW에서 4편 몰아 방영하는 녀석을 보고 말았다.
글루미 선데이라는 영화를 보고는
내 인생이 그리 우울해질 것 같아 영화음악 파일까지 지워버렸다.

싫었다. 그때 글루미 선데이처럼
짙게 흐린 겨울날처럼
그리 추운 날은 아니지만
해만 뜨면 견딜만한 날이지만
내내 음침해서 시린 손을 주머니에 넣게 만드는

첫인상이 그랬다.
그래서 싫었다.
그게 어딜 가냐?
그런데 자꾸 끌린다.
내내 그런 화면이다. 그런 시리즈 드라마에 빠져들고 말았다.
막내 아이는 무섭다며 자리를 피한다.

 

어쩌다 이젠 몰아서 봐야 할 판이다. 쫓기듯.

넷플릭스라는 녀석이 나를 얘한테 중독시킨다.
처음엔 웨이브에서 찾아보았더니 일본 작품이 있더라.
그럼 그렇지~ 혀를 차며 실망했지만 보기로 한다.
나중에 안 거지만 그 건 우리 걸 가져가 일본에서 2018년에 제작한 거라네.
게다가 2021년에는 웹툰으로 제작될 것처럼 나무위키에 나와 있더라.

 

줄거리야 거기서(나무위키) 보면 빠삭하게 다 나온다.

 

어쩌다 그리 외면하던 시그널을 몰아보게 되었나?
그 속에서 그들 사이에 오갔던 말 중 내 가슴에 박힌 것 하나를 들어볼까.

출근길 잿빛 하늘, 표현하지 못한 내 마음을 알아주실 거란 우둔한 그 바램이 오버랩된다.
only 나만의 바람이 죄송함으로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비슷한 감정이 벌써 몇 달째인지 모른다.

 

다시 시그널
불쌍한 인간들이 우울한 배경에서 주변의 우리처럼 그렇게 살아간다.
그래도 말도 안 되는 거지만 말이 될 것 같아 다음 회차를 찾아본다.

너덜너덜한 나를 조금 다독거린다.
저들이 무전기 시그널을 듣고 교신한다. 우리에게 시그널을 보낸다. 아니? 나에게.
가까워졌던 현재와 과거,
멀어졌다 다시 점점 조여온다.
타임머신 같은 것을 재료로 한 다른 이야기에선 미래에 영향 끼칠 일을 벌이는 걸 금기시한다.
하지만 이들은 아니다.
(목숨을 건) 참견이라는 시그널로 세상을 바꿔보려고 한다.
어쨌든 숙제로 남은 사건을 해결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살린 행동은 다른 사건으로 번진다. 또 다른 슬픔을 만든다. 부질없는 짓 같다.
격자형 세상. 나비효과. 어떤 일이 어떻게 다른 일과 엮일지 모른다.

그런데 드라마는 드라마다. 모든 일은 자신들의 일로 귀결된다.

 

아이가 엔딩을 물어본다.
해피? 새드?
해피도 새드도 아니다. 그렇게 둘은 그를 만나러 간다.


픽션. 그들은 그들의 삶을 희생한다. 힘들지만 그래도 스스로 바꾸어 나간다.
그런 면에서도 해피엔딩이다.

 

말하지 못했던 시그널을 조금씩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시그널로 채워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짧은 순간 휘리릭 바뀌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시그널을 내게 보낸다.

스스로 시그널을 주고 바꿔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