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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대간한 공주대간 산행이야기_2013.06.08.

by 여.울.목 2014. 9. 4.

대간한 공주대간公州大幹

 

역사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공주 대간.

처음, 봉화대에서 남쪽으로 일탈해 우금치까지 다름질 쳤던 첫 번째 대간 산행이 생각난다. 호기심에 내디딘 처 발자국이 자꾸 욕심이 나 걷다보니 어느덧 우금치렷다.

뚜렷한 이름도 없고 이정표도 없이 삶의 터전을 가꿔오던 산골주민들이 만들어 놓은 생업의 길을 이어 여가를 즐기려는 이들이 이어 낸 공주대간’. 가파름에 둥근 바퀴는 도저히 오를 수 없기에 찾아 모여든 우금치... 피비린내 나는 전투와 민초들의 아픔을 아는 듯 고단한 몸을 눕히고 있는 대나무 조형물 사이로 웃자란 들꽃과 잡초만이 그늘 한 점 없는 고갯길을 지키고 있다.

처음엔 마땅한 명칭이 없어 대전둘레산길에서 이름을 따다 공주둘레산길붙여주고는 혼자 자랑을 하고 다녔건만, 누군가 백두대간의 이름을 빗대어 공주대간이라는 명찰을 붙여준 산행길이다. 이 길로 말하자면 내게 윤구라라는 별명이 붙여진 곳으로, 나도 정확히 몇 개의 고개를 넘어야 하는지 모르건만 힘에 겨워 얼마 남았나 묻는 이들에게 힘내라고 긍정적인 답을 던져 준 것 뿐인데...

 

공주대간을 시계반대방향으로 돌아 본 것은 나도 처음이다. 어느 방향이든 대간길 자체가 꾸준하게 체력단련을 시키는 어려운 길임엔 분명하다.

 


  


*
공주경찰서-두리봉-우금치

두리봉까지는 가파르지만 처음 시작하는 구간이라 다들 힘을 낸다. 게다가 부지런하면 1시간 정도에 마무리할 수 있는 구간이다. 두리봉 정상에서 남쪽으로는 내 태어나 살고 있는 공주 구도심이 한눈에 들어오고, 두루 돌아 마무리해야 할 봉화대~옥룡정수장 쪽도 산행길도 읽을 수 있다. 뒤를 돌아보면 금강과 우성-목면지역의 너른 들이 보인다. 백제의 고도를 지탱할 수 있게 한 곡창지대다. 가시처럼 보이는 보도 보인다.

우금치로 내려가기 전에 공주교육대 뒤편의 일락산 봉우리도 잠깐 스쳐간다. 일제침략자들이 일락日落의 의미라며 산 이름을 지우려고 애를 썼다는 학창시절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주변도 잘 보이지 않는데 산불감시초소가 어울리지 않게 일락산 언저리에 자리를 잡고 있다. 공주사람들의 서산西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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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얼굴보인 식이는 동네 뒷산모드 | 다달이 참석하는 평상선생은...> 

 

*우금치-주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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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길 중 가장 어려운 구간이 아닌가 생각된다
. 시계방향으로 돌때는 그 구간이 체력이 저하될 무렵으로 계속 작은 봉우리(고갯길)가 앞을 가로막고 있어 입에서 욕 나오게 하는 것이고, 오늘과 같이 시계반대방향으로 걸을 땐 가파름이 멈출 줄 모르니 주미산 정상에서 긴 숨을 내쉬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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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태풍에 쓰러진 대나무 조형물과 들풀만이 휑한 고개를 지키고 있다.

공주시에서 산행로를 정비하면서 여러 봉우리 중 하나인 최고봉을 찾아 늦게나마 주미산(고도372m)’이라는 글자를 새긴 화강석을 세웠다. 주미산은 금학동-이인면 주미리(舟尾里)의 경계부에 있으며, 신증동국여지승람, 대동여지도에 산 명칭이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마을과 산 이름을 알아보니, 공주의 풍수 형국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공주는 북쪽 일부만 트여 있은 분지 지로 사람을 가득 실은 배가 출발하기 전 모습을 하고 있는 전형적인 행주형(行舟形) 지형인데, 배 끝의 꼬리처럼 생겼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편, 뱃머리 부분으로 배를 멈추어 두는 지점에 해당하는 정지산(艇止山)이 금성동에 있고, 정지산 아래엔 뱃사공에 해당하는 사공바위, 선박들이 정박했던 곳에 해당하는 정자방(正子方, 일명 정지방, 증지방)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정부발행 지도에도 나오지도 않던 산 이름인데 늦게나마 찾아서 다행이다. 정부지도에는 풍수상 선미船尾부분의 산으로 지막곡산과 철마산만을 써 놓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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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산 | 주미산서 바라본 철마산, 저길 지나 봉화대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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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산-생명과고 뒷산-봉화대

주미산을 지나서부터는 일정한 고도 위에서 봉우리들을 오르락내리락 한다. 능선을 따라 중간 중간 금학생태공원(수원지)로 향하는 갈림길이 지친 탐방객들을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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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산 자락이 뭔일인지 파헤쳐져 있다 | 공주생명과학고 제2농장 뒷산 봉우리> 
막판 스퍼트를 내면 노송 몇 그루와 돌무지가 멋진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름 없는 봉우리
(공주생명과학고 뒷산)가 나온다. 두리봉, 주미산 정상, 봉화대와 함께 주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포인트에 해당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면서 여기서 끼니를 해결하고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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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대에서는 공주 도심이 잘 보인다 | 봉화대 오르는 길 벌목한 산, 너머 골프장 같은 잔디밭이 공주생명과고 제2농장>
뭔 일 때문인지 봉화대 치맛자락을 걷어 올린 것이 보인다
. 숲길을 걷다 벌목된 곳을 지나니 온도차가 생각보다 심하다. 이런 상태에서 산행한다면 일사병으로 분명 쓰러지고 말 것 이다. 숲의 고마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더구먼.

봉화대는 논산의 노성지역에서 받아 정안지역으로 봉화를 올리던 봉수대 터가 있는 곳이다. 월성산이라고도 하지. 월성산 정상에서는 공주 시내가 잘 보이고,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나와 경식이가 이름 붙인 형제봉(봉화대의 형제...)이 나오는데,

참 사연 많은 곳이다. 우선 풍경이 여러 포인트 중 가장 으뜸이다. 금강과 세종시 지역, 멀리 우산봉과 계룡산의 굵은 힘줄이 보인다. 초등학교 2~3학년 때 처음 이곳을 찾아 텃밭만 보던 재가 경지정리 잘 된 효포지역의 논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아들과 이곳에 놀러와 사과를 손바닥 위에 놓고 자르다 내 손바닥 1/3까지 잘라 피가 뚝뚝 묻었던 벤치도 있다. 대 사건이었다. 나도 아이도 얼마동안 산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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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대를 지나 바로 어깨를 나란히 한 봉우리에서의 경치, 세종시와 우산봉 | 멀리 계룡산 능선이 보인다>
그래도 이곳에서 찍은 명품 사진은 아직도 그 어디서 찍은 산행사진보다 멋지게 기억된다
.

 

*봉화대-옥룡정수장

이제 내리막만 남았네. 거꾸로 오를 땐 땀 꾀나 흘렸을 법한 내리막을 따라 시원한 육각정자에서 수다를 떨고, 내리막 내내 옥룡동 곳곳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을 만나며 어릴 적 산행질 생각에 엷은 웃음을 지어본다. 12km의 대간을 마무리하는 옥룡정수장을 지나오다 보면, 멀리 시작했던 봉우리와 잘 어울리는 품격 있는 공주성당이 보인다. 왜 이리 정겨운지, 그 느낌 그대로 사진에 담아 보고 싶었는데, 찍은 사진을 보니 영~ 그 감이 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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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곳에다, 살고 있는 터라 정감 있고, 시계바늘을 잡고 휘저을만한 여유와 산행의 기교를 부릴 수 있던 의미 있는 산행이었다. 웬만한 100대명산 보다 훨 나은 것 같구나.

공주시에서 대간길 산행과 함께 정지산과 공산성, 무녕왕릉까지 아우른 문화콘텐츠를 엮어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