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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골산과 육산을 함께 하는, 황매산_2013.05.11.

by 여.울.목 2014. 9. 4.

충남-전북-경남을 거쳐 멀리도 달려온 황매산.

 

아침 10:30경부터 시작된 산행은 17:00나 되어서 끝났다.

 

걸은 거리는 12.2km로 보통 4시간에서 4시간 반이면 가능할 진데, 거리에 비해서 시간이 많이 걸린 편이다. 늦은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많은 상춘객과 붉디붉은 철쭉이 사람의 눈과 발걸음 붙잡아 둔 것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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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병풍

 

모산재를 거쳐 철쭉 군락지로 향하는 코스로 잡았다. 하산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주차장을 향해 걷기보다는 시작할 때 조금 더 걷자는 취지에서 차는 덕만 주차장 쪽에 놓고 모산재 주차장 쪽으로 걷는다. 지도에서는 간단하게 보이던 지름길... 뚜렷하게 난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가는데, 이 길은 농로로 논바닥을 목적지로 하는 길이이구나. 길은 논바닥에서 사라진다. 어찌어찌하여 다랑이논 사이를 빠져나와 겨우 모산재로 향하는데 그 거리가 생각만큼 지루하거나 멀지 않았다.

 

얼마간의 숲길을 따라 올라가자 이제 그늘이 거의 없는 암릉이 이어진다. 오르는 길 오른편으로는 국사당과 순결바위를 거쳐 모산재에서 만나는 바위능선길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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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 사이에 있는 하트모양의 바위> 

 

*골산(骨山)

 

정말 골산이 맞구나. 자주 네 발을 써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게다가 뭔 사람들이 이리 많은지 컨테이어벨트 위 물건처럼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 사람들을 제치고 오르자니 에너지가 배는 소모되는 것 같다. 뻘뻘 땀 흘리며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펼쳐지는 풍경~ 고단함을 식혀주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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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락부락한 바위, 가야산 만물상을 떼어다 놓은 것 같네>  

 

*() 품어라!

 

돛대바위에 오르려면 가파르고 억센 계단을 올라야 한다. 헉헉거리며 오른 돛대바위, 절묘한 타이밍 - 아이스크림 장사꾼 앞이 만원이다. 애나 어른이나 저마다 입에 하나씩 물고 있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인증샷을 서로 찍으려하는 바람에 번호표를 받아야 모델이 될 수 있다. 돛의 방향이 동쪽을 향하고 있어 그 기가 엄청나다는 설명이... 아무튼 모산재 일대는 기가 충만하기로 이름난 곳이다. 뒤처져 오는 이들을 기다리느라 자의반타의반 무작정 기다리느라 기는 무자게 충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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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대 바위 | 멀리서 보면 작은 점 같다>  

 

*모산재

 

신령스런 바위산이란 뜻의 모산재. 우리나라 제1명당 무지개터가 모산재 정상에 있다는데 사람들과 분홍빛 철쭉에 눈이 가리어 내 너를 귀하게 보질 못했구나. 바로 앞에 물웅덩이가 있고 그 앞에 전망이 활짝 트인 용마(龍馬)바위가 있어 비룡승천(飛龍昇天)의 형국이란다. 따라서 이곳에 무덤을 쓰면 황제가 태어나고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리지만 나라에 가뭄이 들어 농사를 망치고 백성들이 굶게 된다고 한다. 어느 때인가 누가 여기에 무덤을 썼는데 고을 전체가 오랜 가뭄으로 고달파지자 마을 사람들이 괭이와 삽을 들고 이곳으로 몰려와 무덤을 파헤치니 과연 바로 뒤이어 비가 쏟아지더라는 이야기도 전한다. 최근에도 가뭄이 들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니 최고의 명당자리지만 무덤을 쓸 수 없다네. 전설이 서산 옥녀봉 이야기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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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재에서 멀리 보이는 철쭉융단띠> 

 

*철쭉융단

 

철쭉군락지가 있는 주능선이 가까워지고 있나보다. 정말로 사람의 물결에 따라 몸이 저절로 움직여진다. 모산재를 지나, 철쭉제단과 베틀봉-황매산제단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구릉을 따라 철쭉아가씨가 곱디고운 분홍 치맛자락을 펼치고 앉아 있다. 어찌 이 높은 곳에 이런 넓은 밭이 붉게 물들어 있다냐? 뭐라 더 할 말이 없구나.

 

그 치마폭에서 새벽 4시 반부터 쏟은 정성가득한 점심도시락을 먹자니 최고의 오찬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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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삼봉은 가봤어?

 

황매산의 철쭉에 제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 일행도 아이스께끼를 하나씩 입에 물고 저마다의 갈 길에 대해서 논의한다. 코앞 오토캠핑장을 따라 난 임도가 우리 회원들의 발을 무작정 꼬드기니 헤어나질 못한다.

 

그래도 황매산 정상엔 누가 갔다 와야잖어? 완만한 능선과 구릉을 지나니 숨이 목까지 차오를 만큼 가파른 암봉이 보인다. 그동안의 것들과 너무 대비되서 그런 건가? 한참 쉬었다 다시 오르려니 정말 힘들더라. 그래, 다들 인증샷 찍는다고 호들갑이다. 어찌하다가는 벼랑으로 떨어질 것 같은데, 그 일념하나로 겁은 모두 던져버렸다. 북동쪽으로 길을 잡으니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다. 밧줄도 타고 네발로 기어가야하는 삼봉이 있는 암릉코스다. 관광객 중에 뽑힌 몇 명의 산꾼만이 군데군데 보인다.

 

세 개의 봉우리가 사이좋게 붙어 있는데, 이 삼봉을 지나는 사람의 후손 중에서 뛰어난 인물이 나온다나 뭐래나... 합천군청에서 듣기 좋은 이야기를 써놨더라구. 철쭉의 유명세에 가려진 삼봉의 매력도 모산재의 기력만큼이나 대단했다.

 

삼거리쪽으로 해서 주능선을 돌아야 하는데, 어정쩡한 이정표를 믿고 엉뚱한 길을 걷다가 그만 길을 잃고 헤맸다. 너덜지대가 보이기에 그곳으로 옮겨 계곡을 따라 내려오니 사람들이 보인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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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황매산 정상, 새치기 해서 인증샷 찍었다.  우상> 암봉 뒤에 황매산 정상이 숨어 있지
  좌하> 삼봉에서, 철쭉지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우하> 삼봉에서 멀리 합천(댐)호가 보인다>

 

황매산 주능선의 철쭉 군락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곳이라고 한다. 기대한 만큼의 이상을 안겨준 몸과 맘이 모두 즐거웠던 산행이었다. 주능선의 철쭉은 활짝 피었지만 황매산 정상부근과 산청방향은 아직 봉우리를 움켜쥔 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