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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의 책가방

그때 장자를 만났다

by 여.울.목 2015. 4. 10.

내 인생의 전환점 그때 장자를 만났다

2014.11.21.

강상구

흐름출판

 



 

 

책의 내용을 떠나 제목 참 잘 지은 것 같다. 원래 저자가 생각한 제목은 장자 에세이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아마도 출판사에서 그때 장자를 만났다로 바꾼 것 같다.

 

꿈속의 나비가 나인지 꿈에서 깬 내가 나인지,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

 

대충 이런 이야기로 장자라는 책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머리 아픈 현실에서 그런 장자를 만나면 뭔가 속 시원한 해답이 있을 것 같다. 아마 이 책을 선택한 사람들이 인생이 180도 달라지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더라도, 조금이나마 삶의 활력소를 찾고자 했을 것이다.

 

저자가 에세이 방식으로 책을 엮다보니 장자라는 책에 대한 이야기는 드문드문 조금씩 다뤄지고만 것 같다.

 

장자라는 책은 장주가 쓴 책이란다. 노자의 도덕경보다는 분명하게 이해가 쉽다고 하니 몇 년 전에 노자 도덕경을 읽은 내가 스스로 대견스럽구나.

사마천의 사기 열전에 의하면, 장자는 전국시대 송나라에서 태어났고, 고향에서 잠시 하급 관리를 지냈다. 그는 초나라 위왕(?~BC327) 시대 사람으로 주로 노자의 말을 인용한 가르침이지만 다뤄진 주제가 더 넓다고 한다.

33편으로 엮어져 있으나 4세기에 53편이었다고도 한다. 내편 7편은 대부분 자신이 지은 것이 분명하지만, 외편은 직접 쓴 것과 위작이 섞인 것으로 보인단다. 그러니 장자라는 책은 다양한 해석과 함께 위작도 많다는 이야기다. 통일된 체계는 없지만 도가 사상의 역사적 전개를 볼 수 있다.

삶과 죽음에 초연한 것을 보면 변화에 대한 이치를 일찌감치 깨닫고자 한 것 같다.

말로 설명하거나 배울 수 있는 도는 진정한 도가 아니라고 한다. 도는 시작도 끝도 없고 한계나 경계도 없다. 참으로 덕이 있는 사람은 환경, 개인적인 애착, 인습, 세상을 낫게 만들려는 욕망 등의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져야 한다. 참 어렵다.

胡蝶之夢 - 인식에 대한 철저한 상대성. 이건 더 어려운 것 같다.

철저한 無知만이 올바른 것이라는 지식론 바탕을 바탕으로 궤변의 비판적 섭취 세계관과 혼합, 세계의 존재와 운동은 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는 존재론, 우주 생성의 전설 수용 태초의 혼돈와 같다는 것에서 세계가 생성되었다는 우주생성론 및 음양오행설 채용한 자연론 등 전개...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다보니, 중국의 철학자 관봉은 중국인의 패배주의 정신의 근원이 장자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이미 몰락해버린 옛 이데올로기에 대한 향수에 젖은 시대착오.

반면 20세기 우리나라에서는 장자를 통해서 자유와 해방의 철학을 찾았다. 장자는 강력한 사회 비판과 해방의 철학, 자유와 평등의 옹호자, 미신적 세계관으로부터 벗어난 합리적 자연관의 대명사였다고 한다. 이데올로기화된 권위주의적 사상에 대한 비판 철학으로 큰 가치를 부여받아왔다고 설명하고 있더라.

 

여기까지가 장자에 대한 줄기를 내가 따로 살펴본 사항이다.

 

지은이가 에세이와 같이 편안하게 내용을 꾸미다보니 도올 선생의 노자 도덕경과 비교해서 비슷한 철학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지만 체계적이지 못하고, 학문적 깊이 등의 측면에서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더군다나 이해를 돕기 위해 서양철학이야기를 거의 50%이상 채우고 있다 보니, 전체적인 통일성도 떨어지고 대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혼동되는 부분이 많다.

이 책 바로 전에 읽었던 고전 공부법이라는 책과 거의 흡사한 것 같다. 다만 고전 공부법은 나름의 주제를 잡아서 여러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엮었는데 이 책의 경우에는 각 편마다의 주제가 제대로 묶여진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경우도 많았다.

아마도 胡蝶之夢 - 인식에 대한 철저한 상대성에 기인한 원 책의 내용과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저자가 서양철학을 너무 많이 인용했기 때문인 것 같다.

 

~ 그렇다고 책이 저질이거나 나쁘다 것이 절대 아니다.

좋은 책이지만 그간 읽은 비슷한 책들과의 비교가 그렇다는 나만의 생각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내용을 소개해보련다.

 

- 1부 개인의 변화 -

바로 그 총명함이야말로 위태로움의 근원이다. ... 아무리 열심히 보고 들어도, 결국 헛똑똑이가 될 수밖에 없다. -정작 중요한 것들은 눈으로 불수 없고, 귀로 들을 수 없다며 *28p

 

福經乎羽 莫之知載 복은 털끝보다 가볍건만, 그거 하나를 짊어질 줄 모르는구나

행복은 이루기 어려운 게 아니다. 너무나 가벼운 짐이지만, 그걸 어깨에 맬 줄을 몰라서 우리 모두 한편으로 끙끙거리고 한편으로 낑낑거리고 있다. *57p

 

주변 만물에 진리가 있고, 가장 하찮고 지저분한 똥이나 오줌 속에도 도가 있다. 조금만 거리를 두고, 조금만 낯설게 보면 세상은 신기한 일투성이다.

내가 사는 곳의 재발견, 나의 재발견이 여행의 참뜻이다. “여행은 떠나는 게 아니라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의 정직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며 우리의 아픈 상처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헬렌 켈러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첫째 날은 아는 사람들을 다 불러다가 그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면서 마음에 기억한다. 둘째 날은 미술관에 간다. 셋째 날은, 마지막으로 해 뜨는 광경을 보겠다고 한다. *58p ~59p

 

피로스의 승리’ 2차례 전투에서 이기지만 너무 많은 희생과 비용을 치러 결국에는 패하고 맘. 패전이나 다름없는 의미 없는 승리. 한니발이 최고의 명장으로 꼽는 병법의 천재 피로스는 천부적 재주와 능력에 대한 자부심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은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 일생을 전쟁으로 보낸다. 명성과 명예, 새 영토와 권력을 위해. *63p

 

無心得而鬼神服 욕심이 없으면(아음을 비우면) 귀신도 항복한다. *75p

이 나무는 쓸모가 없어 천년을 마치는 구나.

잘 울지 못하는 놈을 잡아라.

쓸모란 사람의 입장에서 하는 말일 따름이다. *82~83p

결국 관점의 문제일 뿐이다.

 

모두 금광을 찾을 때,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금광을 찾는 사람들에게 청바지를 팔았다. 모두 주식시장에서 일확천금을 꿈꿀 때, 아이클 블룸버그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에게 주식정보를 제공했다. 진짜 금광과 일확천금을 찾은 건 바로 그들이다. *95p

 

교육은 본래의 모습을 찾아주는 것에 불과하다. *101p

 

그리스인 조르바자기극복의 시간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에픽테토스 - 배가 정박 중일 때 잠깐 뭍으로 놀러 나온 게 인생

 

不能自勝則從之 욕심을 이길 수 없으면 욕심을 따르십시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십시오. 억지로 하면 그게 더 큰 병이 된다. *115p

 

머뭇거리지 말고 그 마음을 내어라 應無所住而生其心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 그게 바로 사는 것이다. 삶이란, 그렇게 사는 것이다.

선종의 6대 조사인 혜능은 무지렁이 나무꾼이었단다. 그가 우연히 불경소리를 들었는데, 금강경의 단 한 구절에 꽂혀 그 길로 5대 조사인 홍산을 찾아간다. 결과적으로 선종의 탄생에 결정적인역할을 하게 된 그 한 구절. * 116p

 

道行之而成 길은 다녀서 만들어진다.

실천이라는 행위가 핵심이다. 행동을 주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조르바가 비판하는 것처럼 생각이 많아서일 수도 있다. 에우리비아데스는 나중에 욕먹을까봐’, 부리단의 당나귀처럼 다른 게 더 좋아보여서아무것도 못할 때도 있다.

법정 삶은 미래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이다. 매 순간의 쌓임이 세월을 이루고 한 생애를 이룬다.” 지나간 과거에 얽매일 필요 없다. 어찌될지 알 수 없는 미래를 미리 걱정할 필요도 없다. 현재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현재를 살 때 비로소 제대로 살 수 있다. 지금*119p


매일 맛있는 사과를 먹는 방법

지금도 자주 떠오르는 말이다.

내 초임 때 만난 직원 한 분. 겨우내 먹기위해서 사과를 포대째로 과수원에서 사와 사무실에 둔 적이 있다.  여럿이 먹는 것이다보니 서로 양보하고 상하기 쉬운 것부터 먹는 분위기인데, 그 분은 사무실에 앉자마자 매번 제일 맛있고 싱싱한 사과를 골라 잡는다.

사과가 냉장보관도 아니니 어느정도 지나면 다 물러질텐데 가장 맛있는 것부터 골라먹으면 항상 최상의 사과를 먹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 그 방법도 있구나. 어짜피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사과가 여러개 나오기 마련이다. 먹지도 못하고 아깝게 말이다. 그럴바에야 항상 기분 좋게 맛있고 싱싱한 사과를 먹을 수 있겠구나.


어차피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더 이상 욕심내봤자 내 마음만 상한다. *125p

 

파도는 헤치는 게 아니라 타는 거야 *133p

이상하게 뭘 해도 꼬이기만 할 때가 있다. 아무리 애써도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뭘 해도 안 되나. 파도가 오지 않은 때다. 기다려야 한다. 긴장은 풀고 마음 편하게, 그러나 새로운 파도에 언제든 올라탈 준비는 마친 채.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흐름을 따라가야 편하다. 결을 거스르면 피곤하다. 힘 빼고 결을 따르면 된다.

 

그리스 신들은 미래를 알고 있다. 그러나 미래를 만들지 못한다. 몇몇 신들이 트로이를 편들지만 그들도 결과를 바꾸지 못한다. 마치 기상캐스터가 내일 날씨를 알긴 하지만, 내일 날씨를 만들지는 못하는 것과 같다. 미래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 만드는 것이다.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것이다. 손댈 수 있는 건 오로지 현재뿐이다. 바로 지금뿐이다.

영화 Interstellar 는 어떤가?

 

無爲爲之 한다는 마음 없이 한다.

그러면서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니. 정말 힘들다. 어떻게 하라는 건지.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성실하게 삶을 수행한 결과다. 그렇게 사는 게 무위의 삶이다. 억지로 하지 않는다. 유배생활 동안 정약용의 방대한 저서집필, 세네카의 몸과 마음 수련을 통한 대표철학자가 된 것.

 

 

 

- 2부 관계의 변화 -

학은 학대로 다리가 긴 이유가 있고, 오리는 오리대로 다리가 짧은 이유가 있다. 정복했지만 지배하지 않았던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만남, 헬레니즘 문화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168p

 

아리스토텔레스 말의 힘은 세 가지에서 온다. 논리는 세 번째다. 감성이 두 번째다. 가장 힘 센 요소는 품성이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높은 품성을 가진 사람들이 선동가들에 밀려 설 자리를 잃기 일쑤다. *194p

 

여행을 통해 아무것도 얻지 못했단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소크라테스가 그 사람은 아마도 자기 자신을 짊어지고 갔다 온 모양일세.” 여행은 낯선 것과의 만남이다. 여행지에서 익숙한 나 자신만 짊어지고 다니면 아무것도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고, 얻을 수 없다.

 

애련설

연꽃이 되고 싶었던 퇴계의 바람. 세상 속에서 살지만 풍파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중심 지키면서, 남들한테 해코지하는 대신 은은하게 좋은 향기, 좋은 영향을 널리 퍼지게 하는, 그러면서도 만만하게 보여서 괴롭힘 당하지 않는 사람. 진흙탕이 싫다고 버둥거릴 필요 없다. 그냥 그 속에서 뒹굴면 된다. 그저 스스로 당당하게, 알몸으로 세상을 마주하면 그뿐이다. *244p

 

장자는 예의를 부정하지 않는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예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예의에 갇혔을 때의 부작용을 걱정할 뿐이다. 사람을 가두는 틀로서 예의의 위험성을 걱정할 뿐이다. *279p

예의란 그런 최소한이다. 그 최소한에 발목 잡혀 최대한의 기회를 잃는 것이었지, 최소한을 버리라는 뜻이 아니었다. *281p

 

 

 

- 3부 사회의 변화 -

 

거대한 땅의 수많은 민족을 지배했던 페르시아 제국의 건설자들은 이런 다양성을 인정할 줄 알았다. 그 페르시아 제국을 무너뜨린 알렉산드로스 역시 다양성을 받아들일 줄 알았다.

 

- 나무는 쓸모가 없어 천년을 살았고, 닭은 쓸모가 없어서 일찍 죽었습니다. 선생님은 어느 쪽에 서시겠습니까?

- 나는 중간에나 처해볼까? 하지만 중간이라는 건, 그럴 듯해 보이지만 도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無肯專爲). 어찌 언제나 일정할 수 있겠느냐?

변화다. ‘중간은 없다. 다만 고집을 버리는, 집착을 버리는, 독단을 버리는 유연함이 ᅟᅵᆼ을 뿐이다. *330p

 

장자에게는 회색이란 도를 얻었을 때의 모습이다.

회색이란, 말 그대로 잿빛, 재의 색깔이다. 완전히 타고 난 다음에 나오는 색깔. 제대로 타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낼 수 없는 색깔이다.

 

책의 마무리에서는 무슨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붕새 이야기다. 이기적 유전자에서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와 거의 맥락을 같이 한다.

날카로운 임계점을 넘어서는 것 같은 진화의 단계와 같은 고되고 긴~ 노력의 세월...

 

 

좋은 글이 너무 많아서 탈이구나.

이야기의 폭은 넓지만 체계적이지 못하고... 아니다 내가 이런 말할 자격이나 되느냐?

잘 읽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 마음을 고르는데 좋은 글이 많은데, 문제는 일관되지 못한 것이다. 인정하고 그냥 살라는 것인지 기를 쓰고 최선을 다하라는 건지... 속뜻이 무엇인지는 대충은 알겠다. 원래 도라는 것이 그런 거라면서. 뭐든 선택하고 달려들어 행하는 것은 나다. 하지만 이 책을 집어 드는 사람들이 하나라도 바라는 것은 도인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닐 건데 내용이 너무 왔다 갔다 한다.

 

지금의 나처럼...

 

퇴계 선생의 애설련

이상하게 뭘 해도 꼬이기만 할 때가 있다. 아무리 애써도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뭘 해도 안 되나. 파도가 오지 않은 때다. 기다려야 한다. 긴장은 풀고 마음 편하게, 그러나 새로운 파도에 언제든 올라탈 준비는 마친 채.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흐름을 따라가야 편하다. 결을 거스르면 피곤하다. 힘 빼고 결을 따르면 된다.

이 말이 지금은 딱 맘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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