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후니의 책가방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by 여.울.목 2016. 7. 1.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2008/05/30
2010/07/08
하인리히 뵐
김연수
㈜민음사

 

 

썰戰이라는 케이블 종편에서 유시민씨가 언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언급한 책이다.
갑자기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넣어 두었다가 아이들과 대전 은행동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알라딘 중고서점을 들리게 되었고, 새것이나 다름없는 책을 4,100원에 구입했다.

 

번역책이라 처음에 짜증이 났다. 우리 이름과 다른데다 어떨 때는 姓을 어떤 때는 이름으로 나오는 등... 사실 그게 이야기를 읽는데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적어도 세계문학이라는 작품을 접할 때는 언제나 일정기간 겪어야 하는 ‘문화적 차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조금씩 아니면 더 많은 폭으로 과거로의 시간을 되돌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이야기는 주된 흐름에 맞춰 함께 흘러간다.
그 흐름은 책의 마지막에는 뭔가 시원하게 해결되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 찬물을 끼얹듯이 그냥 그렇게 암울하게 끝을 맺는다. 뭔가 희망적인 복선도 없다.

커다란 제목 옆에 작은 글씨의 제목이 있다. ‘혹은 폭력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블룸, 결혼생활도 평탄치 않았지만 잘 이겨내고 성실하게 삶을 살아가는 덕분에 인정도 받고 돈도 모을 수 있게 된다. 그런 그녀에게 주변에 있는 남자들의 진심보다는 즐김을 위한 추근거림이 있었나보다. 그러나 여전히 성실하고 평판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우연히 만나게 된 남자에게 진실한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런데 그날 처음 만난 그 남자는 강도 살인 혐의로 쫓기고 있었다. 그 남자와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그녀는 수사를 받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서 공개되어 버린다. 그녀는 단지 그 남자의 진실함에 사랑을 느꼈고 하루를 보낸 것뿐인데... 황색언론*이라 칭해지는 ‘차이퉁’에 의해서 선정적인 추측기사로 그녀가 살인강도의 정부이고 조직적으로 가담을 했고, 그녀의 가족과 그녀를 아끼는 주변사람들까지 인터뷰 일부를 과장 또는 자의적 해석, 사실이 아닌 상상력을 동원한 자기 편향적 선정기사로 정신병자, 빨갱이, 창녀 등 반사회적으로 만들어 낸다.

결국 그녀는 그런 기사를 쓴 기자를 총으로로 쏴 살해하고 만다.
사회적으로 명성이 있는 신분도 아닌 성실한 가정부 블룸이 총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그런 그녀뿐 아니라 그녀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 파단에 이르게 한다. 무엇이 어떻게 폭력을 일으키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그 과정이 쓰여져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 번 사건을 계기로 뭔가 독일사회가 변해가는 촉매제가 되는 이야기로 끝을 맺었으면 했는데, 그냥 그렇게 구조적 모순을 남기고 끝을 낸다.


1975년에 발표된 이 책의 내용이 상황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전히 선진국이나 후진국 지구상 어느 곳이든 조금씩 다른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독일이 겪었던 분단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터라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사회에서도 사회가 한 걸은 더 나아가기 위한 단계에서 사회적 조정단계를 거치느라 자주 접할 수 있는 갈등이 있다. 그 갈등의 본질보다는 그 외적인 것에 의해 본질은 외면당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 아닌가?
하지만 폭력은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이 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폭력에 대한 이야기다.
국가가 공권력으로 지켜지지 못한 블룸도,
폭력이 아닌 것처럼 휘둘러대는 ‘차이퉁’의 무지막지한 폭력도 말이다.
메스미디어의 영향력이 큰 우리사회, 그녀가 지키고 싶어했던 명예는 무엇일까?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이제 이 이야기의 답은 우리 세대 모두가 함께 지지고 볶아대며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황색언론(黃色言論, yellow journalism)이란 원시적 본능을 자극하고, 흥미본위의 보도를 함으로써 선정주의적 경향을 띠는 저널리즘이다.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인간의 불건전한 감정을 자극하는 범죄ㆍ괴기 사건ㆍ성적 추문 등을 과대하게 취재ㆍ보도하는 저널리즘의 경향이다. 공익보다 선정성 경쟁에 입각해 기사를 작성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일에도 소홀하다.  정언유착 혹은 권언유착이 이루어질 경우 옐로 저널리즘은 정권의 치부를 가리거나 정권에 불리한 기사에 대한 물타기 기사로 이용될 수 있다. <위키백과>

'후니의 책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0) 2016.10.03
칼날 위의 역사  (0) 2016.07.18
부자가 되는 정리의 힘  (0) 2016.04.27
프루프: 술의 과학  (0) 2016.04.13
그리스 로마신화 1,2,3,4,5  (0) 2015.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