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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대중교통] 운악산 산행이야기 _2013.04.28.

by 여.울.목 2014. 9. 3.

운악산

 

화악산, 관악산, 감악산, 송악산과 함께 경기 5악으로 불리며 가장 수려한 산으로 경기 소금강이라고 불릴 정도라고 한다. 그 산을 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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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

 

공주-(고속버스)-서울고속터미널-(7호선)-상봉역-(경춘선 전철)-청평역-(도보)-청평터미널-(1330-44번 버스)-운악산

 

운악산-(1330-44번 버스)-청평터미널-(도보)-청평역-(경춘선 전철)-상봉역-(중앙선, 1호선)-서울역-조치원역-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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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정상까지의 산행 통계 | 우,  산행 전반 통계>
 

 

다른 때 같으면 긍정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알람이 땡깡부리기 전에 눈이 떠졌을 텐데...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채비를 갖추고 6:40 2분 전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다행히 전날 예매를 했기 망정이지... 이미 차 안에는 메뚜기가 뛰어다니고 있다.
 

 

고속터미널에서 아침 끼니를 때우고 지하철 7호선에 몸을 싣는다. 지난 도봉산 때는 토요일이라 그랬는지 사람이 덜 하더니 오늘은 꽤 된다. 아직도 주 5일제가 완전 정착을 하지 못한 것 같네. 그 때, 다들 도봉산 가는 줄 알았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그 원인을 오늘 알았다. 상봉역에 다다르자 나를 포함한 등산객 거의가 내리는 거다. 상봉역에서 경춘선으로 환승할 때 헤맬 것을 걱정했더만, 그저 이 많은 등산객의 흐름을 따라 가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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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역, 경춘선 전동차를 타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 

 

그나저나 이 많은 인원이 다 탈 수는 있을까? 경춘선 하행 플랫폼이 만원이다. 전철 내내 배낭을 메고 서 있자니 허리도 아프더라. 무엇보다 힘든 건 달리는 전동차에서 넘어지지 않게 자세를 잡을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다는 것이여. 정말 짜증이 나서 중간에 내리고픈 마음이 한 가득 차오를 쯤 마석역부터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한다. 이제 숨 좀 쉴 것 같다. 계속 서 있어서 그런지 다리 감각이 좀 이상하다. 청평역에서 내려 청평 터미널까지 800여 미터를 10분 정도 걸어 청평터미널에서 다시 “1330-44번 광역버스를 탄다. 카드를 대자 환승입니다.” 몇 천원에 기분이 가벼워진다. 30여분을 달린다. 드디어 보이는 운악산!

 

 

 

허겁지겁 나오느라 생략했던 볼일을 질펀하게 보고 나니 여독이 좀 풀리는 것 같다. 매표소는 있는데 입장료를 받지 않네. 친구의 말대로 반시계방향으로 산을 타기위해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의 물결을 벗어난다. 허걱! 바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 이 오르막은 그칠 줄 모르고 오히려 정상 근처에 다다를수록 기를 더 쓴다. 금새 땀으로 흠뻑 젖는다. 해는 구름에 가리여 있어 멈춰 있으면 썰렁한 기운에 몸을 움츠리게 한다. 아랫녘과 달리 이 산엔 아직 꽃소식이 없다. 겨울을 완전히 벗어났는데도 운악의 봄은 더디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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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바위 밑에 진달래 눈꼽이 달려있네>

 

드문드문 보이던 등산객을 눈썹바위를 지나면서 무더기로 만난다. 단체로 산행을 온 것 같은데 남녀 간 오가는 말 맵시가 어째 어정쩡하다. 정체가 뭐냐? 이제 능선에 접어선 것 같다는 내 짧은 생각에 기다랗고 가파른 오르막을 드리우는 운악산! 경사가 실제는 70도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체감되는 정도는 직각 같더만... 쉴 틈을 안 주던 운악이 멋진 병풍에 그림을 그려 고단함을 달래준다. 인터넷에서 사진을 검색해보니 녹음과 어우러진 병풍방위 던데, 푸름이나 눈[], 단풍이 곁들여 졌다면 말 그대로 소금강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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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삐를 풀어주는 것 같더니 미륵바위를 지나 만경대까지는 유격장을 방불케 한다. 다행히 바위 곳곳에 자 모양의 금속을 박아 손으로 잡거나 발로 디딜 수 있게 해 놓았다. 예전에 이런 시설이 없었을 때는 어떻게 이곳을 오르내렸는지 모르겠다.

 

거의 쉼 없이 열심히 올라왔건만 평균속도가 2km/h밖에 안 된다. 눈썹바위 근처에서는 아예 다리에 힘이 딸려 무작정 쉬고 싶을 정도였다. 아마 점이 가장 힘든 시간이었나 보다 오히려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몸이 풀렸다고나 할까? 쉬운 어려운 난해한 코스를 두루 갖추었고 수려한 경관까지 겸비한 훌륭한 산인데 뭔가 2% 부족한 듯하다. 뭘까?

 

 


<좌, 미륵바위 | 우, 정상 표지석>

 

정상은 이미 아침부터 오른 등산객들이 점령했다. 초라한 점심상을 펴기 부끄러워 좀 한가한 장소를 찾아 능선을 타 움직인 것이 어느새 절고개. 아침 전동차 안의 인파를 생각하니 조금이라도 빨리 하산해야 할 것 같다. 더군다나 하늘은 짙게 인상을 쓰고 한 두 방울씩 비를 뿌린다. 어정쩡하게 끼니를 놓치고 맞이한 내리막 절골은 가파름이 저쪽 못지않다. 오른쪽 무릎이 가시에 걸린 것처럼 야단이기에 잠시 계곡 바위에 걸터앉아 쉬며 김밥을 넘기매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지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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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 정상에서... 두 번째 줄 능선이 암봉, 애기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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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지나 능선길에 보이는 남근바위, 하산길 절골 코끼리 바위>
이런
~. 산행을 마치니 다시 하늘이 갠다. 그나저나 이제부터는 내려가는 교통편이 문제다. 지하철과 전동차(경춘선), 좌석버스로 오가야하기 때문에 시간을 때려잡으려면 청평역에 도착을 해 봐야 어림 잡힐 것 같다. 버스 안에서 넉넉한 시간으로 예매를 하려드니 20분 사이에 전 좌석이 매진이다. 동서울도 마찬가지. 믿을 건 서울역에서 입석 구걸뿐이다. 아침 인파를 걱정해 부랴부랴 하산해 올라탄 경춘선은 토요일 MT를 마치고 돌아가는 젊은이들로 가득이다. 내릴 수도 없고 답답해서 미치겠다.

 

 

 

무궁화. 그나마 수원까지는 앉아서 간다. 수원을 지나서 자리를 내주고는 조치원까지 내내 서 있어야 하는데, 기차 복도도 나 같은 사람들로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

 

 

 

운악산. 좋은 산이라고 느끼기엔 오고가는데 많은 힘을 써버려 산 보다는 오가는 일만 기억에 강하게 남는 것 같다. 가만 보니 가평에 100대 명산이 5곳이나 있다. 이런 고생에 다음에도 나머지 산을 찾아 다시 올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애기봉까지 돌아봤어야 했나? 뭔가 좀 허전하다. 아무래도 내 사는 곳에 계룡산이라는 名山이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언제나 계룡산은 그 허전함을 채워주는 그 무언가가 있다.

 

네가 이기는지 내가 이기는지 이를 악물고 싸우는 곳이 아니라, 힘들지만 몸과 맘을 따듯하게 안아 주는 포용력이 있는 산... 계룡산이다.

 

 

 

5월 첫 주는 어짜피 원거리 산행은 사람 된 도리를 하느라 건너뛰어야겠다. 대신 계룡산이다. 계룡산 수정봉과 관음봉 자연선릉을 지나 연천봉 새벽산행. 은근히 기대된다. 금요일날 술을 많이 먹지 말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