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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의 책가방

두 도시 이야기

by 여.울.목 2014. 11. 4.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 신윤진 이수진 옮김

미르북컴퍼니/ 더클래식

2012/11/19

 

언젠가 어렸을 적에 한 번 애니메이션으로 접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안개 자욱하고 어둠침침하다는 선입견으로 가득한 소설이었다. 읽는 내내 그런 무거운 기분으로 얇은 책장을 한 장 한장 넘겨갔다.

이야기는 아무래도 부활이라는 단어에서 부활이라는 단어로 끝을 맺는 것 같다. 무엇인가 대가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듯 희생을 요구하는 부활.

 

대충 이런 줄거리로 이어진다.

텔슨 은행에 근무하는 로리라는 영국인이 업무차원에서 프랑스로 건너가 고객인 마네뜨 박사를 영국으로 데리고 온다. 의사였던 박사는 무슨 일이었는지 모르지만 바스티유 감옥에서 18년이라는 긴 시간을 갇혀 지내다 간신히 풀려나 도시의 한 구석 어둠 속에서 정신 이상이 되어 구두쟁이로 살고 있었다. 박사는 영국에서 딸 마네뜨의 희생어린 간호로 평온을 되찾는다.

두 부녀는 영국으로 넘어오는 배에서 알게 된 찰스 다네이라는 프랑스 태생 청년과 얽혀 반역죄로 영국 법정에 선 그를 옹호해주어 무죄로 풀려나게 된다. 무죄를 이끌어 준 변호인단 중에 숨은 일꾼인 칼튼 이라는 자유분방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를 포함한 일행들의 인연이 그렇게 영국에서 맺어진다. 찰스 다네이는 마네뜨와 가정을 이뤘고, 마네뜨를 흠모하던 칼튼은 다른 방식으로 그들의 행복을 빌어주기로 한다.

이야기는 이렇게 영국에서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 것 같지만, 책의 두께로 봐서는 아직도 이어질 장면이 많은 것 같다.

본래 찰스 다네이의 집안은 프랑스의 귀족 집안이었다. 그의 작은 아버지이자 영주는 한 평민의 원한을 사 살해를 당한다. 찰스는 가문의 후계자였지만 모든 것을 포기를 하고 망명을 떠난 것이었다. 세월이 지나 프랑스에서는 혁명이 일어난다. 제정신이 아닌 마네뜨 박사를 보호해 주었던 드파르지 부부가 혁명의 선봉에 선다. 프랑스는 대 혼란에 빠져든다. 찰스의 영지 내 관리인이 감옥에 갖혀 억울함을 호소하는 편지를 받은 찰스는 정의감에 가족들 몰래 프랑스로 돌아왔지만 어떠한 일도 못하고, 붙잡혀 얼마 후 단두대에 오를 지경이 된다.

로리는 프랑스 내 텔슨은행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도버해협을 건넌다. 그리고 가족 몰래 길을 떠난 다네이의 행적을 알게 된 마네뜨 일가 모두 다네이를 찾아 프랑스로 건너온다. 바스티유감옥에서 옥고를 치른 박사는 애국시민이요 영웅으로 대접을 받게 되며, 그 영향력으로 사위인 찰스를 법정에서 무죄로 돌려 세운다. 하지만 가족과 만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우호적으로 알았던 드파르지 부부의 고발로 다시 잡혀간다. 박사가 감옥에서 작성한 글을 증거로 찰스를 고발한 것이다. 한 농노의 집안이 귀족인 찰스의 가문 사람들의 심심풀이 대상으로 이용되다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 사연이다. 농노의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가 마담 드파르지였고, 남편 드파르지는 마네뜨 박사의 하인이었다. 이야기가 이렇게 이어지네... 물론 그 과정에서 찰스와 찰스의 어머니는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얻으려 했지만, 그것은 소극적이고 미약한 움직임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다네이는 하루 만에 가문의 잘못 때문에 사형수가 된다.

이제 얼마 후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질 찰스 다네이. 그 가문의 횡포로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하며 반성을 한다. 루시와 마네뜨 박사 일행은 절망에 빠진다. 그 때 칼튼이 나타난다. 칼튼은 프랑스에서 첩자 생활을 하고 있는 자를 이용하여 찰스를 대신 단두대에 올라 대신 죽음을 맞이하고, 찰스와 마네뜨 일가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사실 읽는 내내 작가의 섬세한 펜 놀림에 놀람을 금하지 못했지만, 아무리 대문호라고 해도 현대의 소설에 비한다면 여러모로 세련미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스토리의 진행 외에 시대 상황이나 어떤 물건이나 상황을 설명하는 부분마다 대 서사시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솔직해 그래서 읽어가는 데 흥미란 것을 바로 느낄 수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기저기 찢겨 있던 이야기가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다. 그 시절을 생각한다면 정말로 치밀한 구상을 시도한 것일 게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아는 친구로부터 마차 몇 대 분량의 프랑스대혁명에 대한 자료를 받았다고 한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프랑스대혁명. 그 시대상을 빛바랜 영사기로 하나씩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 같다.

저자가 주인공들의 주변에서 발생하는 시대의 비극을 생생하게 묘사한 것처럼 그 시대의 핍박 받는 대부분의 사람들 입장에서는 필연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혁명이지만, 어느새 복수심 앞에 정당한 목적과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프랑스 민중을 바라보면서, 대체 이 피의 보복으로 범벅된 혼란이 언제쯤이나 마무리 될 수 있을 런지 걱정스러웠다. 단지 그 가문의 사람이라고 해서 죽임을 당하는 자, 그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대신해서 죽음을 선택하는 자, 그자 옆에서 정말로 아무런 잘못도 없이 모함에 빠져 죽임을 당하는 10대 소녀 재봉사...

하지만 저자는 그들의 입을 빌어 프랑스대혁명이 바라는 궁극적인 무언가가 이루어진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말을 내 뱉는다.

책을 읽으면서 100전 전의 혼란을 세세하게 그려낸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을 했으며, 그런 감탄과 함께 대체 프랑스는 그런 혼란을 어떻게 다잡아 갔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시간을 내서 알아보고 싶다.

런던과 파리를 오가는 대 장정은 느릿느릿하다가 마지막 몇 장을 남기지 않고서는 이야기의 전개 속도와 서술하는 기법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래 런던과 파리.

영국 사람이라 그런지 영국은 희망으로 프랑스는 절망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 같구나. 게다가 뒤로 갈수록 어찌됐든 가진 자들의 편에 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귀족들의 억울해하는 시간과 대다수의 사람들이 억압받던 시간에 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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