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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의 책가방

뉴욕 3부작

by 여.울.목 2017. 8. 6.

 

뉴욕 3부작

2003/03/30 초판 1

폴 오스터

황보석

주식회사 열린책들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 중고서점이라 어느 정도의 가격에 사야겠다는 경계선이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그려지기 마련이다.

읽고 싶은 책은 있었지만 그 정도의 가격이면 차라리 새 책을 사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솔직히 내 성격에, 몇 푼 아끼려고 찝찝하게 때 묻은 책을 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난 책을 후다닥 읽고 내 팽겨치는 타입은 아니다. 밑줄도 긋고 내 손 때도 묻혀서 전리품처럼 책장에 모셔놓는 스타일이다.

그러기에 내 기준에 맞지 않다보니 시간만 지나간다.

그러다 모 유명인사의 인터넷 서재(블로그)를 들러 소설을 골라보게 되는데 그것이 뉴욕 3부작이다.

 

3권으로 이루어진 책인 줄 알았다.

3부작은 중편의 세 이야기였다.

세 이야기의 공통점은 글을 쓰는 사람이 중심적인 이야기였다.

그리고 시작은 미미하고 조금 더 지나면 뭔가 커다란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은데, 결국 아주 지루하고 지루~~~하게 이야기를 질질 끈다. 독자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려는 것 같다.

순전히 내 느낌이다.

거의 포기하고 대충 책장을 넘기려는 순간 이야기는 흥미롭게 전게 된다.

뭔가 박진감 넘치고, 앞에서는 그냥 스치듯 지나갔던 사소한 것들이 복선이 되어 ! 그랬구나~”하고 무릎을 칠 것처럼 이야기가 전환된다.

하지만, ~

이야기는 그렇게 전환만 되고는 맺는다.

그래서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 있는 방이 세 이야기가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그 간의 추리소설에서 보아왔던 치밀한 구성이 짜잔~ 펼쳐질 것 같다는 기대.

하지만 그 기대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독자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듯 한 지루함으로 오히려 실망감을 덮어버리고 만다.

 

유리의 도시는 대필로 글을 쓰는 작가가 어떨 결에 잘못 받는 전화로 탐정 일을 맡게 된다. 소설의 모티브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그의 일은 어느새 삶의 전부가 되어 버린다. 관찰 중이던 스틸먼을 놓치고는 대신 피터 스틸먼부부의 안전을 위해 집을 정성들여 관찰했건만, 그도 모르는 사이에 일을 의뢰했던 스틸먼 부부도 사라지고 원래 감시 대상이었던 스틸먼(의뢰자의 아버지)도 자살해서 퀸은 갑자기 목표를 잃고 만다. 그 사이 그는 거리에서 지내느라 뉴욕의 수많은 부랑자 중 하나가 되어 버린다. 가지고 있던 안정적이었던 사회적경제적 소유물이 몽땅 사라져버린다.

퀸은 대필 소설가에서 생각지 않은 탐정이 되어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일에 몰두하다가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3부에서 나올 팬쇼는 그런 퀸을 자신이 어찌어찌 조치했다고 한다. 그 어찌는 잘 모르겠고.

 

유령들에서는 앞의 이야기가 연결될 것이라는 기성 소설의 판에 박힌 생각에 기대를 해본다만, 세 이야기 중에서 가장 지루한 이야기였다.

책을 던져버리고 싶었는데, 반 이상 읽었기에 이 더운 날씨에 이걸로 대신 피서를 하자는 마음을 갖고 만다.

블루는 탐정이다. 화이트의 의뢰를 받아 블랙을 관찰한다. 화이트가 블랙인 것 같다만... 중요한 것은 블루가 블랙을 관찰하다가 너무나 집중한 나머지 결혼할 여자도 잃고... 스스로 무슨 일을 하는지 회의도 들고, 마치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다 <대체 내가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 혼자 심각해지는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한다.

유리의 도시에서처럼 블루는 관찰대상에게 대담하게 접근을 한다.

그와 대화를 시도하고 나중에는 그의 집으로 들어가 대체 그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이런~ 블랙은 글을 쓰고 있었다. 블루에 대한 것이다. 블루가 블랙을 그랬던 것처럼 블루를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뒤죽박죽이다.

원래 이렇게 들쭉날쭉한 것이 인생 아니겠어? 난 그렇게 이해가 되더만.

293<블랙의 내면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것과 똑같은 일이었고...>

어느 순간 블루는 블랙을 정면으로 찾아간다. 블루가 올 줄 알고 권총을 들고 그를 맞이하는 블랙. 하지만 블랙은 블루를 쏘지 못한다. 오히려 블루가 블랙을 제압하고 그를 구타하는데 블랙이 숨을 거둔 것 같다. 블루는 그렇게 도망 나온다.

 

30년 전 이야기를 하기에 잠겨 있는 방에서 뭔가 이야기의 해결방안이 나올 거라고 기대를 한다. 하지만 그건 독자의 몫이었다. 작가는 친절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주인공은 잠겨 있는 방에서 팬쇼를 죽이고 싶은 마음을 유리의 도시에서 블루를 통해서 정당화시키고 그렇게 행동(그와 같아 보이던 팬쇼를 죽이는 것)하게 했나보다.

퀸이라는 탐정이 피터 스틸먼을 세 번째 이야기에 끌어들임으로서 첫 번째 이야기와 엮어내려고 하는 것 같다.

3자 전지적 작가시점인지 관찰자 시점인지, 1인칭 시점인지 헷갈린다. 그게 작가의 의도 인 것 같다.

갓난아기 때부터 함께 자라온 팬쇼와 그, 팬쇼는 그와 그 친구들에게 이상적인 인물이었다. 그와는 대학 진학을 하면서 헤어진 것 같다. 별 볼일 없는 평론가 일을 하고 있는 그에게 실종된 팬쇼의 부인에게서 연락이 온다. 팬쇼가 자신의 글을 모두 그의 관리 하에 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글 뿐 아니라 팬쇼 부인까지 그의 인생에 녹아든다. 팬쇼의 글은 히트를 친다. 그 덕에 그와 팬쇼 부인이었던 소피는 행복한 가정을 꾸려간다.

팬쇼는 실종된 것이 아니었다. 그와 그의 부인을 감시한다. 팬쇼가 살아 있다는 것을 그에게 알려서 이야기가 점점 꼬이는... 작가 특유의 지루함을 자아낸다. 앞의 두 이야기와는 다르게 그래도 지루함은 덜 하다. 그가 팬쇼이고 그가 팬쇼를 죽이려 하는 것 같다. 그가 그를 찾아 헤매는 대 장정 속에서 소피는 또 버림을 받는 다는 느낌이 든다.

엽기적인 팬쇼의 행적은 구체적인 방법만 다를 뿐 유리의 도시, 유령들에서 나오는 것들과 비슷한 유형이다. 그러니 계속 그 이야기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잠겨 있는 방의 마지막은 팬쇼가 그를 찾아 닫혀진 문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객관적인 시선에서는 그게 끝이다.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이 표현을 중요한 부분에서 잘 이용한다. 자아의식이 아니었다고 변호하는 걸까? ) 뛰쳐나와 역에 도달했고 어쩌고 하는 것을 보면, 자기를 감시했던 또 다른 자신인 팬쇼를 유령들에서의 블루가 했던 것 같이...

 

옮긴이도 뭐라고 해설하기 애매한 것 같다.

해답은 독자의 몫이라고 한다. 그 가장 큰 실마리는 유리도시중반쯤에 나오는 돈키호테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아마 156쪽에, 퀸이 오스터라고 오해받아 탐정일을 하고 있는데, 실제 오스터라는 책 비평가를 만나서 나눈 대화다. 세르반테스는 대필자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 거기 덫 붙인 작가의 상상력 -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 이야기를 번역할 사람으로 바로 본인인 돈키호테를 고용한 겁니다....>

<돈키호테가 일종이 실험을 했던 것 같아요. 자기 친구들이 얼마나 잘 속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인생이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인생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다른 사람에게 절대적인만큼 영향을 줄 수 있기도 하다. 그것이 한 가족 내에서 더 그렇다. 그 돈키호테가 그 집안의 가장이라면... 그 시험 때문에... 어쩜 이런들 어떠 하리 저런들 어떠 하리 그게 인생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렇게 알고 행동하는 사람들에게나 쉬운 일이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고통이다.

그래서 어쩜 그런 천재성 있는 사람들이 밉게 보일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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